프로축구 팀인 프랑스의 아스날 감독 아르센 벵거는 알사스의 스트라스부르 출신입니다.우리나라에선 아르센 웽거라고 표기하기도 하지만 자신은 벵거라고 발음해 달라고 합니다.알사스 주민들은 엄밀히 말해서 독일계 프랑스인이라 지금도 이 지역은 독일어가 통하며 지명에도 heim이 붙은 곳이 많습니다.독일어 발음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heim은 하임이라고 발음한다는 것을 알 것이고 이런 지역명이 많은 곳이라면 독일 문화가 상당히 뿌리 깊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임지현과 서경식 덕에 우리는 알사스 로렌 지역에 대해서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그동안 한국인이 느꼈던 것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그 지배 말기에 강제로 한국어를 못쓰게 되듯이 알사스 로렌 주민들도 프로이센이 승리함으로써 프랑스 말을 못 배우게 되었다는 게 <마지막 수업>의 줄거리입니다만 임지현,서경식은 알사스 로렌 사람들이 프랑스 말을 못 배우게 되어 슬픈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지요.벵거의 예에도 나타나듯이 이 곳 사람들은 다른 프랑스 지역과는 달리 독자적인 문화를 지금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실제로 오랜동안 독일 문화권이었다고 해야 맞구요.
<마지막 수업> 외에 결정적으로 알퐁스 도데의 역사의식이 왜곡되어 있음이 드러난 단편이 <나쁜 알제리 보병>입니다.여기선 알사스 로렌 지역과 알제리에 대한 프랑스 우익의 비뚫어진 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이 단편의 주인공은 스트라스부르의 대장장이인데 프로이센(독일 통일의 주역이 되는 곳)에 대한 적대감이 대단합니다.프로이센이 승리하여 거리에 프로이센 병사들이 거들먹 대며 걸어다니는 꼴이 못마땅합니다.그런데 자기 아들은 알제리에서 복무하다가 스트라스부르가 프로이센에 병합되자 국적을 프로이센으로 옮겨버리고 귀향합니다.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배신자라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네가 프랑스에 못한 봉사를 내가 대신하겠다"면서 자신이 알제리 파병에 지원하러 갑니다.
알사스 로렌 지역만 배경으로 한 <마지막 수업>과는 달리 이 <나쁜 알제리 보병>에는 알제리 문제까지 다루어져 있습니다.그런데 대장장이가 프랑스에 봉사한다면서 택한 것이 알제리에 지원하러 가는 것입니다.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이니 그런 식민지를 다스리는 돌격대 역할을 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애국이라는 것입니다.알제리는 프랑스 땅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지요.알제리 사람이 들으면 당혹스럽다 못해 분노를 느낄 것 같습니다.하긴 알사스 로렌 지역에 대해 그 곳 주민들의 정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예 그 지역 사람들을 프랑스 민족주의로 무장된 사람들로 전제해 놓은 <마지막 수업>을 쓴 작가에게 알제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겠지요.
알퐁스 도데는 프로방스 출신입니다.그의 단편에는 프로방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대표적인 것이 별),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을 다룬 것, 알제리를 다룬 것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도데를 수요하는 태도를 보면 프로방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가,나라 뺏긴 서러움을 묘사한 작가로만 알려져 있습니다.서경식,임지현도 알사스 로렌 지역에 대한 알퐁스 도데의 왜곡된 의식을 지적하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도데가 알제리에 대해 철저한 제국주의적 사고를 가졌음도 알아 두는 게 좋겠지요.이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재가 <나쁜 알제리 보병>입니다.알사스 로렌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작품을 쓴 사람이 알제리가 프랑스 것이라고 생가하는 작품을 썼대서 이상할 것이 없지요.
하지만 <마지막 수업>에 대해 여전히 예전 학창시절에 배운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학교에서 배우는 거짓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습니다.역시 진짜 공부는 학교를 졸업한 다음 학교에서 오염된 머리를 씻어내는 데서 시작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