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논쟁에 관심이 많습니다.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논쟁을 보는 데 더 풍부하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주기도 하지요.어떤 때는 하도 우리의 상황과 비슷해서 웃음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과거사 논쟁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싼 기억의 투쟁이기도 합니다.작년의 건국60년 파동때문에 건국이란 단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사실은 그동안 건국이든 정부수립이든 별로 구별 않고 써왔거든요.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건국 60년이란 용어를 안 쓰면 왠지 국가관이 투철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의심 받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해서 예전에 보았던 책을 오랜만에 꺼내 들었습니다.이도야 히사오,이나오카 스스무가 함께 쓴 <일본 민중운동사>윤대원 역 (학민사1984). 이 책은 일본의 보수파들이 명치유신 100주년이라며 대대적인 사상공세를 펴는 것을 규탄하며 나온,목적의식이 뚜렷한 책입니다.이 두 저자의 글을 통해서 우리보다 먼저 기억에 관한 대대적인 투쟁이 일어난 일본의 사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오늘도 한층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968년 연두기자 회견을 맞은 당시 사토 에이사쿠 수상은 올해 가장 성대하게 치를 행사는 명치 100년제라면서 건전한 민족정신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1967년 11월 사토-존슨 회담 후의 미일 공동성명 이래 구체적으로 나온 국방의식 및 애국심의 강제와 명치유신 100년제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이 운동의 정점이 1968년 10월 23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명치 100년제였습니다.이도야,이나오카 두 사람은 이 행사가 드러낸 성격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첫째.저들은 근대 일본 100년의 역사를 기적적인 부흥,번영 등으로 표현했다.문자 그대로 장미빛으로 그렸다.둘째로 천황제와 제국주의를 내세워 아시아 민족들을 억압하고 약탈했던 침략전쟁의 모든 것을 은폐했다.세째로 일본이 아시아의 선진국임을 내세워서 근로자 들의 저임금의 희생위에 일본의 자본주의가 부흥되어 온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네쩨 이와 같은 근대 일본사의 모든 것은 선인들의 용기와 총명과 노력 덕택이라면서 전쟁 책임,전쟁이 가져온 참화,전쟁으로 몰락한 일반 국민의 생활 등의 문제는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오로지 특정한 역사관만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했다.이는 민중의 입장에 서서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는 역사관을 부정하는 것이다.즉 일본의 민중이 권력의 지배와 착취에 저항하여,민족의 독립과 민중의 해방을 위해서 싸웠던 역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두 저자는 일본에게 근대화란 "명치 이후 일본 민중의 실천적 과제이며.특히 전제적 정치체제에서의 탈피,민주주의의 여러 원칙의 실현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라고 했습니다.그들은 자신들이 책을 쓴 목적을 "명치 백년의 사회운동의 역사를 민중사관의 시각에서 명백히 제시함으로써,역사를 미화하고 날조하려는 명치백년 캠페인의 반동적 의도를 분쇄하고, 일본 지배층의 역사가 백년사이에 어떻게 민중의 고혈을 착취하였고,아시아 여러 민족들에 대한 거듭된 침략전쟁으로 비대해진 역사였던가를 백일 하에 폭로하기 위한 것이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두 저자는 또 이렇게 강조합니다."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본적 인권은 우리들의 선조의 오랜 세월에 걸친 자유획득을 위한 투쟁의 역사이며,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우리들은 이 민중의 귀중한 역사를 끊임없는 노력에 의하여 간직해야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설사 법률에 의해 보장된 권리라 하더라고 하여 헛되이 안주해서는 안된다,우리가 오늘 민중의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돌이켜 보려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비록 남의 나라의 사례지만 우리가 깊이 생각할 문제를 많이 던져주는 글이라서 소개했습니다.저의 사족은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