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빈약한 동물상을 보이고 있는 이 땅의 산천.그 원인으로 일제시대 핑계도 대보지만 사실 알고 보면 해방 이후에 동물들이 더 많이 멸종되었으니 그다지 일본 욕만 할 것도 아닙니다.특히 육식동물들이 너무 없어서 생태계가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문제지요.우리나라에서 그런 대로 육식동물 노릇하고 있는 동물이 뭐가 있나요? 기껏해야 커다란 부엉이나 수리 종류요,포유류 중에서는 바로 생각나는 동물도 없습니다.아마 오소리가 떠오를텐데 요즘에는 오소리 밀렵때문에 이 동물들도 희귀동물이 되어가고 있답니다.너구리와 오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두 동물은 전혀 다른 동물이고, 오소리가 더 싸움도 잘하지요.너구리는 식용으로 못쓰지만 오소리는 식용,약용으로 쓰기 때문에 남획이 상당하다고 합니다.심지어 제주도까지 가서 오소리를 밀렵한다고 하니까요. 

  사정이 이러하니 대형 육식동물들은 어떤 상태인지 불문가지지요.전세계 어디나 흔하게 있다는 여우도 멸종이 되었네 마네 하는 정도 아닙니까.하물며 호랑이는...말을 말아야지요.그런데 호랑이 중에서 제일 큰 아종이 둘 있었는데 그 하나가 카스피 호랑이입니다.이란이나 터키 쪽에 살던 아종인데,1970년대에 멸종되고 지금 중동에는 호랑이가 없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그리고 덩치가 큰 호랑이로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있지요.하지만 이 시베리아 호랑이라는 명칭은 잘 못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왜냐면 그 광대한 시베리아 지역에서 실제로 호랑이가 사는 곳은 러시아 저 동쪽 끄트머리인 연해주와 만주 일부 지역이니까요.시베리아 중앙 평원에는 이제 그 호랑이가 없습니다.그러니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하지 않고 러시아인들이 말하듯,우수리 호랑이라든가 아무르 호랑이라든가 해야겠지요.아니면 한자어로는 연해주 호랑이라고 하든가요.중국인들은 만주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에 동북호랑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만주족에게 지배를 받던 생각과 일본의 지배를 받은 만주국이 떠올라  만주라는 단어를 꺼리는 것 같아요.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우리 호랑이를 조선 범,조선 호랑이라고 했는데 고려 범이라고도 불렀습니다.또 표범과 구별하려고 칡범이라는 단어도 썼습니다.표범은 무늬가 반점이라서 붙은 이름이고 호랑이는 무늬가 줄무늬라서 칡범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한국호랑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정착된 것 같습니다.하지만 학계에선 한국호랑이라는 용어를 따로 쓰진 않습니다.그냥 시베리아 호랑이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우리나라에서도 한국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는 그냥 함께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하지만 한국 호랑이.일명 고려 범이란 아종이 정말 따로 없는 것일까요? 두 아종은 전혀 별개가 아닌지 하는 질문이 소수이긴 하지만 나오고 있습니다. 

 동물 문학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맹수 사냥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하여 유명해진 김왕석 씨가 있습니다.30년이 더 지난 옛날부터  사냥 이야기를 썼는데 제 기억으로 고려 범이 시베리아 호랑이와 다르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김씨에 따르면 고려 범은 체격이  동남아의 벵갈 호랑이나 수마트라 호랑이보다는 크고 시베리아 호랑이보단 작습니다.또다른 특징은 시베리아 호랑이보다 더 색이 진한 황색에 칡무늬도 훨씬 진하다는 겁니다.그래서 털가죽 값이 시베리아 산보다 더 나갔다고 합니다.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그 사냥꾼 이야기 중에는 지리산의 유령 호랑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1920년대인가,30년대인가 지리산에 그때까지 못보던 호랑이가 나타났으니 덩치가 황소보다 더 크고 색깔이 연하여 백호였는데 한동안 주민들이 바깥출입을 못할 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하는 이야기입니다.김왕석 씨는 이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인데 산을 타고 어쩌다 지리산까지 오게 되었다...하고 해석을 했지요.어쨌든 이런 해석도 시베리아 호랑이와 고려 범은 종류가 다르다는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북에서도 호랑이가 요 몇 년 잘 안 보인다고 합니다.표범은 몇 년 전 사진에 찍혔고 저도 방송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남한에서는 표범이고 호랑이고 심지어 시라소니도 요즘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한때 농가에 들어와서 닭을 잡아가서 악명 높던 삵괭이도 희귀동물이 되어 버렸으니까요.한국 호랑이가 시베리아 호랑이와 다른 아종이라고 학계에 보고하려고 해도 살아 있어야 이야기가 되는데, 볼 수가 없으니...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남한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곳은 1921년 경북 대덕산인데,이 호랑이는 사냥꾼이 잡아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 있고 박제는 없습니다.박제로 남아 있다가 최근에 창고에 처박힌 것은 1915년 전남 영광군 불갑산에서 잡힌 호랑이입니다.보관 상태가 더 좋다면 오래갔을텐데 목포 유달 국민학교에 전시되다가 최근에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폐기처분했다는 말이 있더군요. 

  대덕산 호랑이가 사진으로 유명한 반면 불갑산 호랑이는 그다지 유명세를 타지 못했습니다.자...그럼 불갑산은 어떤 산인가...영광 하면 바닷가요,굴비가 있는 법성포만 생각할 이들이 많겠습니다만 이 곳은 산악지대도 있습니다.불갑산은 해발이 500미터가 조금 넘는 산입니다만 그 부근은 고만고만한 연봉이 수없이 이어져서 함평에까지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습니다.여하튼 한때 빨치산 아지트가 있을 정도였으니 은신하기 좋을 만큼 숲도 우거진 곳입니다.특히 인근의 함평 대동 면에는 큰 인공호수가 있는데 여기는 철새도 많이 날아오고 산에는 야생동물들이 꽤 있습니다.수달,오소리,멧돼지 등도 심심찮게 나오지요.그래서 옛날에는 호랑이도 살았나보다 하고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산골짜기에 사는 사람들 공통점이 우리 뒷산에는 호랑이가 산다고 다 이야기 한다는 점입니다.아마 그 곳 깊은 산골에 사는 촌로들 역시 그렇게 주장할 겁니다. 

  잊을 만하면 호랑이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나와서 방송을 장식합니다만 그 후 소식은 끊깁니다.아무래도 호랑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작년 가을에도 전남 강진의 한 산골에서 커다란 고양이과 동물의 발자국이 발견되어 표범이네 호랑이네 여러 말이 있었지만 며칠 안 가서 방송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남한에도 호랑이가 살고 있다면서 탐사하고 다니는 이들 중 임순남 씨가 유명합니다.임씨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는 파주 감악산에 호랑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네요.10년전엔가 러시아의 호랑이 전문가가 와서 임씨와 함께 강원도 화천군을 답사하더니 호랑이가 살 수 있는 조건이라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하지만 그 뒤로도 뚜렷한 증거는 없고 잊을만하면  호랑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만 나오는 정도입니다. 

동물사진 찍는 사람들이 제일 욕심내는 것이 눈 속에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 사진이라고 합니다.만약 우리나라 호랑이가 시베리아 호랑이와는 다른 특산종이고 또 서식지가 발견된다면 전세계 동물사진가들의 욕망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하지만 당장 발견되지를 않으니 난감하네요.올해에는 분명하지도 않은 호랑이 발자국 소식 말고 호랑이의 실물을 찍은 소식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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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1-2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언제부턴가 아무르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를 같은 아종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더군요. 사람에 따라선 한국 호랑이는 멸종되었고 때문에 아무르 호랑이와는 별개로 선을 긋는 사람도 있죠. 호랑이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표범이 처한 위기는 가려지는 경향도 있어요. 아무르 표범의 서식지 역시 아무르 호랑이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파괴되고 있고 서식지가 줄어든 호랑이가 표범의 영역으로 까지 와서 표범의 생존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더군요. 게다가 표범의 서식지 및 이동경로가 인공적으로 차단되거나 송유관 때문에 갈라져 짝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 근친교배로 인한 기형이 태어나고 있다네요. 임순남 씨가 지적한 감악산 호랑이 서식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그곳은 군사거점이거든요. 임진강이 관측 가능한 주요 고지라서 25사단의 방어거점이고 28사단의 유격장도 감악산에 있죠. 양 사단 모두에게 중요한 곳이라 사람의 발길이 자주 닿습니다. 정말 발자국 가지고 감질나고 말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꼭 생존해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1-24 15:04   좋아요 0 | URL
보편적으로는 아무르 호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같은 종류를 중국에선 동북호라고 부릅니다만 아직은 보편화된 용어는 아닙니다.글쎄...한국호랑이가 나타나야 이게 한국호랑이다...아무르 호랑이와 다르다고 할텐데...사실 표범도 우리나라 것이 특산종인지 그것도 모르겠습니다.아무르 표범은 호랑이보다도 마리수가 더 적더군요.마리수가 적으면 아무래도 근친교배 문제가 생기구요.
감악산의 사정을 들으니 궁금해지는군요.

후애(厚愛) 2009-01-2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보니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난리를 피우더니 지금 또 시작이로군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지만요. 정말이지 발자국 이야기가 아닌 호랑이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싶은데 과연 호랑이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을런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야생동물들이 너무 없다는 게 안타깝고, 돈 때문에 동물들이 희생양이 되니까 안타깝습니다. 그러니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밀렵꾼들부터 잡아 들이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밀렵꾼들 때문에 야생동물들이 너무나 많이 멸종이 되어가니 너무 안타까워요. 우리나라에는 야생동물들이 과연 몇 백마리나 살고 있을까요? 정말이지 이번에는 발자국이 아닌 호랑이를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1-24 15:08   좋아요 0 | URL
한국 호랑이를 검색해보면 발자국 발견했다는 기사가 좍 뜹니다.하하하...우리나라 야생동물들은 숫자 자체보다는 포식자가 되는 동물이 없기 때문에 특정 동물이 지나치게 많이 번성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일본도 사슴이 너무 많아서 골치 아프듯 우리나라는 요즘 청설모와 멧돼지가 너무 늘어나서 산골 농사에 피해가 많지요.뱀이 없어지니 쥐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몇 년전 정부에서 뱀을 잡으면 불법으로 하는 법개정을 했습니다.정력제로 쓴다고 뱀을 너무 많이 잡아들였거든요.우리나라는 정력제로 쓰기 위해서 밀렵동물거래를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