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되살리기나 박정희 향수는 모두 군사정권 때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습니다.그런 움직임이 직접 나타났을 때는 김영삼 정부 때였죠.혹자는 김영삼 씨 최대 과오는 외환위기 보다는 박정희 향수를 일으킨 죄라고도 합니다.물론 김영삼 씨 개인이 그런 흐름을 주도하거나 하진 않았죠.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박정희에 대해 상당히 격렬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이승만 되살리기가 거의 동시에 시작된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특히 조선일보가 직접 이승만 바로 보기라는 명분을 걸고 이승만 특집을 연재하기 시작한 때가 1995년이죠.이 연재를 시작한 이가 당시 30대의 젊은 기자 이한우 씨였습니다.최근에 이 씨는 자신이 이승만 되살리기를 시작한 데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조중동이라는 용어는 21세기 들어와서 생겼습니다. 동아일보는 80-90년대만 해도 지금같지 않았죠.특히 신동아는 시사월간지로서 상당히 수준높은 논문이나 기획기사로 지식인들의 사랑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저 역시 이 당시 신동아는 지금도 가끔 읽습니다.1995년 5월 신동아에 실린 안동일 변호사의 시론 <이승만 되살리기 안된다>는 지금 읽어도 명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특히 이 글의 마무리는 저만 읽기엔 아쉬워서 여기에 소개합니다.
....혹자는 4월 혁명을 미완의 혁명이라고도 한다.4.19 바로 1년 후 군사쿠데타에 의해 꺾여 그후 30여년을 다시 민주화 투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빗댄 표현일 수도 있다.....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시작한다.따라서 이 나라를 지키는 근간이 되는 헌법정신은 3.1정신과 4.19 정신이다.한마디로 3.1정신은 대외적으로 자주 독립의 정신을 나타내고 4.19 정신은 대내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을 가리킨다.한때 반공이냐 통일이냐의 국시논쟁이 있었지만 우리의 국시가 이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시대의 화두가 이승만 되살리기여서는 안된다.이 시대의 화두는 자유민주주의의 확립이다.우리는 이승만의 환생을 바라지 않는다.다만 이승만이 수호하지 못하고 파괴한 자유민주주의가 환생하여 이 땅에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역시 박정희의 환생도 바라지 않는다.다만 박정희가 총칼로 중단한 민주주의가 다시 뿌리를 내려 자유와 민주와 평등의 꽃을 피우고 번영의 열매를 맺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승만을 되살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올바로 지켜 나가는 것이 나라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길이다.이승만 되살리기 보다 자유민주주의 되살리기가 더욱 긴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저는 시사월간지를 상당히 정독하는 편이며 서재에도 20년 분량의 시사월간지를 두고 수시로 읽습니다.시사월간지에 실린 글 중에도 이 글은 가장 힘찬 문장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특히 제가 인용한 이 끝부분은 박력이 넘치지 않습니까? 단순히 글 뿐이 아니고 연설문으로도 손색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