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순 씨가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그녀의 첫 장편 <절망 뒤에 오는 것>이 1961년 한국일보 작품모집에 당선되면서 여류문학상을 타게 되었을 때였다.이 소설은 여순사건 (불과 몇년 전에도 여순 반란이라 했다)을 다루었는데 전 씨는 당시 스무살 남짓으로 이 사건을 직접 겪었다(당시 여수여중,현재 여수여고의 교사였다).나는 이 소설을 중앙일보사에서 기획한 오늘의 역사 오늘의 문학 전집에 나온 것으로 구입했는데(1987년 초판.1993년 2쇄 발행) 이 당시 전병순 씨는 서문을 통해 (작품을 쓴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 여순 사건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을 바로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특히 여수여중학생들이 교복 속에서 권총을 꺼내 쏘았다든가,당시 여수여중 교장이 사건의 주모자요 선동자였다는 이야기기 꽤 권위있는 저작물에도 인용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이는 사실무근임을 강조하고 있다.그런 소신을 밝히면 "당신이 전체를 빠짐없이 볼 수 있는 위치엔 없었던 게 사실 아니냐"하고 상대방이 우기기도 해 더 이상 말싸움하기 싫어 입을 다문 적도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지금은 세월이 지났고 전병순 씨도 저세상 사람이 되었으니 지금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고 싶다.
<절망 뒤에 오는 것>은 지금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내가 갖고 있는 중앙일보사 판은 물론 절판되었는데 책 뒤편의 역사적 배경 해설은 한홍구 씨가 썼다. 당시만 해도 그의 직함이 현대사 연구가였다.그는 여순사건을 제주도 사건과 관련하여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는데,해방정국 당시 최악의 참사였던 이 두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 습득에 유용한 글이다.여수를 탈환하려고 남한 군경은 함정까지 동원했고, 전병순 씨는 함포사격소리를 직접 들었다 한다.작품해설은 평론가 임헌영씨가 했다.
이제 여순사건을 다룬 소설은 전병순 씨의 이 작품보다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더 많이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아무래도 60년대라는 시기에다가 신문소설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절망 속에 있는 것>을 읽지 않는가 보다.여순 사건에 대해서 또 알려지지 않는 소설이 있는데 <여순병란>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는 이태.<남부군>의 작가다.남부군이 워낙 유명해졌기 때문인지 이 소설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나 역시 헌 책방에서 상 권만 구하고 그 뒤로 하 권을 찾아 5년 째 헤매고 있다.
전병순 씨는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지금 남은 것은 <절망 뒤에 오는 것>뿐.문예출판사 장편소설선으로 선보이기도 한 <또 하나의 고독>은 이제 구할 수가 없다.헌책방 갈 때마다 눈에 불을 쓰고 찾고 있는데...이 소설선 중에서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이병주<비창>,김용운<안개꽃>두 권인데 <안개꽃>은 최근에 다시 나왔으니 <또 하나의 고독>도 나왔으면 좋겠다(<안개꽃> 뒤쪽 책날개에 소개된 것을 보니 꽤 두툼한 책인가 보다.550쪽이나 되니까).이 소설은 1969년,영화로 만들어져 꽤 흥행에 성공하고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각본상도 받았다.감독은 이성구.주연은 신영균,문정숙,윤정희.,,,당시 쟁쟁한 연기자들이다.지금은 원로연기자가 된 사미자,강부자,김창숙이 조연으로 나왔다. 교육방송 한국영화걸작선에서도 아직 방영을 안 한 것 같은데 이 영화의 주제가가 배호의 그 유명한 '당신'이다.작곡 나규호,작사는 일전에 페이퍼를 통해서 한 번 소개한 비운의 사나이 전우.가을밤 듣는 배호노래라...배호 씨는 전병순씨보다 12살 아래인데도 33년이나 먼저 저 세상에 갔구먼...
당신 노래:배호 작곡: 나규호 작사:전우
보내야 할 당신 마음 괴롭더라도 가야만 할 당신 미련 남기지 말고
맺지 못할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사랑한 것이
싸늘한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의 상처 되어
다시는 못 올 머나먼 길을 떠나야 할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