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진보사상의 천국이요,본고장이라고만 알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하지만 수많은 이념과 사상의 실험장이었던 이 나라엔 끈질긴 보수전통사상이 있다.그 뿌리는 프랑스 혁명 이후의 왕당파이며 가톨릭 교권주의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었다.1차대전 이후엔 프랑스 특유의 파시즘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드골시대와 현재까지도 제국주의와 결합된 배타적 국수주의의 뿌리는 상상외로 강하다.
최근엔 우리나라에도 프랑스의 2차대전 이후 과거사 청산작업이 그다지 평가할 만한 것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책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는 중이다.프랑스의 극우사상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을 골라보았다.
1.폴 부르제<백주의 악마>손우성 김용훈 공역 정음사 -
반 드레퓌스 파벌의 소설가이며,전형적인 프랑스 보수주의자인 부르제는 카톨릭 교권주의를 옹호하고 진보사상에 철저히 반대하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이 소설을 썼다.그는 성적으로도 엄한 도덕성을 강조했는데 이 소설에도 지식인 남녀의 불륜을 다루지만 결국 그 불륜으로 인한 고통을 깨닫고 올바른 신앙의 힘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는 이야기다.두 성직자를 등장시키는데 보수적인 성직자는 모범적인 생활을 하지만 진보적인 성직자는 질이 안좋고 말썽을 피운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특히 불온한 사상에 빠지는 젊은이를 등장시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려고 한다.진부한 도덕을 설교하는 것 같지만 이 소설의 구성은 탄탄하며 읽는 재미가 뛰어나다.지금은 잊혀진 작가지만 한때는 심리 묘사의 최고라는 찬사까지 들은 부르제다.1914년 작이므로 작가가 드레퓌스 사건을 거치면서 느낀 심정도 드러나 있다.
2.드리외 라 로셀<우리들의 일그러진 청춘>정명환 이평우 공역 중앙일보사
스페인 내전이 나오는 작품은 대체로 공화파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헤밍웨이,말로,오웰의 겨우가 그렇다.드리외 라 로셀은 파시스트이며 비시정권을 지지했다.그런 그의 이념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소설은 주인공 질이 1차대전이 끝나고 퇴폐해진 유럽의 민주주의에 실망하고 파시즘에 투신한 뒤 스페인 내전에 프랑코 파 군인으로 자원하여 전투에 참가하는 이야기다.1차 대전 후 수많은 젊은이들이 왜 파시즘에 빠졌는지 당시의 사회분위기와 지적인 흐름까지도 알아볼 수 있다.이 작가는 파리가 레지스탕스에게 해방되자 자살했다.
3.프레드릭 포사이트<재칼의 날>김상일 역 하서출판사
유명한 추리 첩보물이다.이 분야는 잘만 읽으면 풍부한 국제정치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거꾸로 어느 정도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읽는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기도 하다.이 소설은 드골 암살사건을 다룬다.물론 드골은 암살로 죽지 않았다.하지만 드골을 암살하려는 극우 폭력단이 있었음은 사실이다.이름하여 OAS. 드골이 대통령 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식민지 전쟁참전 군인들이 만든 단체.이들은 드골이 알제리 독립을 허용하려하자 분노하여 드골 암살 계획을 세운다.설마 드골이 그럴 리가 없다고 여겨 밀어주었던 마음이 실망에서 분노로 바뀐 것이다.이들을 소탕하는 프랑스 정보기관원들은 물불 안 가리고 폭행,암살로 역시 맞선다.OAS는 영국에서온 자칼이라는 킬러를 고용해 드골 암살 작전에 나선다...
1번과 2번 책은 모두 절판되었다.3번은 요즘은 동서추리문고로 나왔다.프랑스를 혁명의 나라라고만 알고 있는 이들에겐 시각교정용으로도 꼭 필요한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