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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고요
정목일 지음 / 청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마음을 닦는 소리
한여름 내내 일제강점하 징용자를 소재로 청소년 소설 장편을 쓰느라
더위를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었다.
탈고 즈음에 정목일 수필가의 수필집 <마음고요>를 옆에 두고
이 글을 끝내면 첫번 째로 읽어야지 하며 곁에 두었다.
표지만 보아도 제목처럼 마음이 고요해질 것만 같은 책이었다.
선생의 수필은 자주 동인 홈에서 접한 터라 어떤 분위기의 글일지는 짐작이 되었지만
책을 펼쳐 읽으면서 산사의 풍경소리, 정화수 앞에 계신 이슬 젖은 어머니 모습, 연꽃, 부처의 미소, 들꽃이 피어있을 호젓한 산길 등이 읽는 내내 아름다운 영상으로 다가왔다.
14살에 아버지를 여읜 내 오빠의 모습도 그려지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자식에게 헌신하던 내 어머니의 모습도 선연하게 그려졌다.
전쟁과 폭력 속에 순간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남의 나라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주인공과 한 달여를 씨름한 나에게
수필집 <마음 고요>는
깊은 산속 웅덩이의 잔잔한 수면을 되찾아 주는 것 같은 명상의 시간이었다.
단풍이 곱게 든 산 속 어디쯤 한여름 폭우로 소용돌이치던 물굽이들이
편안한 쉼을 얻은 듯 곱게 물든 나뭇잎들을 바닥에 깔고
정갈하게 고여 있는 웅덩이를 들여다보듯 <마음 고요>를 읽었다.
현대를 고난하게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한여름 폭우 속 계곡물과 같지 않을까 싶다.
어디로 나갈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세찬 물살
혼자서 멈춘다고 멈춰 지지도 않는다.
하루하루 생존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만을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마음 고요>는
누구나 내면에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대체로 잊고 있는 자신만의 우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케 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거울을 갖고 있지만 사는 데 급급해
나부터도 몇 겹쯤 먼지가 앉았거나, 아예 거울로서의 기능을 잃을 만큼
켜켜로 세파의 때가 묻어 있을지 모른다.
정목일 수필가의 <마음 고요>는
물질만능에 젖은 현대인들의 내면에 묻힌 마음의 거울을
자연과 우주로 향한 인간원형에로의 회귀에 세정제로
자신의 거울을 되찾고 자신이 누구인가를 생각케하며 나의 삶을 경건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