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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거울 ㅣ 창비아동문고 231
방미진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평점 :
<금이 간 거울> 저자 - 방미진- 창비
금이 간 거울에는 다섯 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표제작 금이 간 거울은 거울과 소외당하는 소녀의 도벽을 통한 심리를 약간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잘 그려냈다.
라캉에 의하면 인간은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거울단계를 거치며 최초로 자신을 완성된 개체로 인식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서면서 인간은 자아와 현실의 괴리를 하나 둘 체험하게 되고
결국 욕망은 최초의 거울단계로의 회귀를 꿈꾸지만 절대로 다다를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는 존재라고 했다.
아직 어른으로 성장하기 이전의 아동단계에서는 어머니나 가족들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완전한 개체로 인식되었던 자아를 현실과 타협해 나가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들어선 수현이는 모든 면에서 가족들의 인정을 받는 동생에게 밀려 언제나 외롭다.
어른들이 재현이를 들먹일 때마다 상처를 받는 수현이는 우연히 문구점에서 거울을 훔친다.
물건을 훔친다는 것에 일말의 쾌감까지 느낀 수현이는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댄다.
그때 훔친 거울에 금이 간다. 도둑질은 반복되고 그때마다 거울의 금이 하나씩 늘어난다.
결국 금이 간 거울은 수현의 자아이다. 자신의 얼굴에 금이 가는 상상속에 선생님의 지갑을 훔친 수현이는
선생님의 주머니속에 거울을 넣어 놓고 들키기를 기다린다.
관심에 대한 갈망은 도둑질로 시작되고 그 도둑질이 상처가 되어 결국 들키려고 도둑질을 한 수현.
자신이 범인임이 밝혀지자 수현은 "드디어 들켰다!"고 외친다.
그래야 수현이가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 부모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 오빠의 닭, 오늘은 메리크리스마스, 삼등짜리 운동회 날, 기다란 머리카락에서도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이지 않던 내면심리가 약간의 환타지와 결합하여 펼쳐진다.
기다란 머리카락에서도 작가의 독특한 문장에 추리소설기법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심리 에세이가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존재에서 마음안에 있는 내면을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뻔한 얘기는 이제 아이들에게도 식상하다.
시대를 초월해서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화장실이 집밖에 있을 때에도
아이들은 오줌을 참으며 손에 땀을 쥐며 귀를 기울였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귀신이야기에서부터 괴물이야기 점 점 더 무서운 이야기를 탐닉한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내면을 거울을 들여다 본듯
약간의 환타지를 차용해서 섬뜩하게 그려냈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거울이란 나를 비추는 동시에 남도 비춘다.
상처받은 마음에 금이 가면 마음을 비쳐보는 거울에도 금이 간다.
조각 조각 깨진 거울로 얼굴을 비춰보면 각각의 거울에 얼굴이 비쳐 얼마나 그로테스크한가.
그 각각의 깨어진 거울조각에서 작가는 소외된 아이들의 심리를 비춰내고 비춰주면서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