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리데기 




황석영




옛날 이씨주상금마마가 7공주를 본다는 해에 왕비를 맞아들인 후 계속해서 6공주를 낳았다. 이에 실망한 왕과 왕비는 일곱 번째는 꼭 왕자를 보기 위하여 온갖 치성을 다 드리지만 일곱째 아이도 역시 공주였다. 이에 노한 대왕은 일곱 번째 공주를 옥함에 담아 강물에 띄워 버렸다. 아기는 석가세존의 지시로 바리공덕 할아비와 할미에게 구출되어 자라났다. 바리공주가 15세가 되던 해에 대왕마마가 병이 들었다. 청의동자가 대왕마마의 꿈속에 나타나 하늘이 정한 아기를 버린 죄로 죽게 되었다며 살기 위해서는 버린 아기가 구해다 준 무장신선의 불사약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 이에 바리공주를 찾으라는 왕명이 내려지고 한 대신의 충성으로 바리공주를 찾았다. 바리공주는 아버지의 불사약을 구하러 저승세계를 지나 신선세계로 갔다. 그곳에서 무장신선을 만나 불사약을 받는 값으로 나무하기 3년, 물기기3년, 불때기 3년 등 9년 동안 일을 해주고 무장신선과 혼인해 아들 일곱을 낳아주었다. 그리고 돌아와 보니 이미 대왕마마는 죽어 있었다. 바리공주가 가지고 온 불사약과 꽃 덕분으로 다시 살아난 대왕마마는 공주의 소원을 들어 만신의 왕이 되게 하고 무장신선은 죽은 사람의 길에서 노제를 받아먹게 하고, 일곱 아들은 저승의 십대왕이 되게 하였다.

위 내용은 우리나라 서사무가인 바리데기의 주 내용이다. 작가 황석영은 이 바리데기를 원형으로 삼아 소설 바리데기를 전개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작가의 의식과 체험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소설 바리데기는 아주 많은 부분에서 창작공부를 하는 내게 여러가지를 생각케 했다. 예술은 새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다. 미술이든 영화든 남이 시도하지 않은 기법으로 경쟁력을 얻는다. 소설 바리데기는 기법 면에서 무가 바리데기를 원형으로 현대판 바리데기를 재창조했다는 것이 새롭다. 흔히 동화에서는 우리 고전이나 무가를 차용해 판타지를 펼치기도 한다. 소설 바리데기에서도 무가 바리데기가 혼의 세계를 넘나든다.

첫째로 바리데기무가를 현대판 바리로 설정했다는 것.

둘째로 북한의 현실을 출발점을 잡았다는 것. 여기에서 북한 사투리의 원형을 보는 듯 했다.

셋째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어내야 하는 삶의 몫들, 즉 바리데기가 생명수를 찾아 가는 여정과 맞물려 탈북자가 된 바리가 영국까지 가는 이정에서 강자와 약자, 평화와 전쟁, 기아속에서 맞물려 뒤엉킨 세계의 정세등을 우리 고유의 무속과 연결지었다는 게 인상적이다.

넷째 칠성이라는 개를 통해 이승과 저승의 사자로 설정한 것도 무속에서 익숙한 칠성으로 설정한 것 등등이 황석영 작가의 넓은 세계관과 맞물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바리데기의 이정을 따라가며 세계로 무대를 넓혀 약소국에서 태어난 불안정한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것도 약자의 대변이란 소설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행복을 맛본 바리데기.

작가의 길은 늘 새로워야 하고, 많은 체험을 해야 하며, 작품 속에 우리만의 전통도 조명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덮었다. 읽는 동안 많이 행복했다. 황석영의 근작 <심청, 연꽃의 길>은 어떤 재해석으로 펼쳐나갔을까 시간을 내서 읽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