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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7
셔먼 알렉시 지음, 엘렌 포니 그림, 김선희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디언 소년의 진정한 용기
<짝퉁 인디언의 생짜일기>를 읽고
청소년 문학이 국내에서도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즈음
<다른출판사>에서 좋은 책이 나왔다.
보통 청소년들도 성장기에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이 책의 주인공 아놀드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소년이다.
인디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미국에서는 소외의 이유가 된다.
그러나 아놀드는 태어날 때부터 뇌수종 때문에 많은 장애를 갖고 있다.
말을 더듬고, 한 쪽 눈은 근시이며, 빼빼 마른 몸에,
발과 머리는 비정상적으로 큰 아놀드는 친구들로부터도 왕따다.
걸핏하면 친구들에게 맞는 아놀드는 억울해도 더듬는 말로 대항할 수도 없고
나약한 몸으로 맞설 수도 없어 다만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받는다.
세상에 말을 걸고 싶어서 그리는 아놀드의 그림은
책을 읽는 동안 명징한 삽화로 들어있다.
가난하고 희망을 빼앗긴 채 알콜 중독으로 살다가,
죽어 없어져 줘야 하는 인디언 보호구역 사람들 중에서,
아놀드는 백인들만의 학교인 리어단에 가게 된다.
주인공 아놀드가 살아내야 할 배경은 어둡고 무겁고 슬프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를 웃으며 울게 한다.
발랄하고 짧은 문체, 청소년들의 감각이 살아 움직이는 묘사들이
아름다운 슬픔을 느끼게 한다.
청소년들은 칙칙한 문장이나 무겁고 고루한 투의 글들은 읽지 않는다.
겉으로는 웃을 수밖에 없는 능청스러운 문체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아름다운 슬픔이다.
아놀드를 우울하고 나약하고 불쌍한 한 인디언 소년으로 만들지 않는 원천은
아들을 믿어주고 사랑으로 감싸는 아놀드 가족의 힘이다.
아놀드가 던진 수학책에 코뼈가 부러진 P선생의 인간미도 한 몫 한다.
아놀드와 로디의 진정한 우정도 아름답다.
백인 학교 리어단 농구팀에서 인디언 학교 농구팀의 친구였던 로디를 제압해
팀을 승리로 이끌고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자신이 인디언의 꿈을 빼앗은 존재임을 확인하고 우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아놀드를 믿고 따르던 개 오스카의 죽음, 할머니의 죽음,
유진아저씨의 죽음, 그리고 누나의 죽음들.
작가는 아놀드가 그 죽음을 지켜보면서 인디언 보호구역의 실체를 고발한다.
또 아놀드의 친구들
어릴 때부터 친구인 로디, 리어단 학교에서 만난 페넬로페, 로저, 고디를 통해서
아놀드가 용기를 갖고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이 책은 아놀드라는 연약하고 장애투성이인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인디언 보호구역은 안일한 갇힌 세상이다.
특히 꿈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모험이 없는 보호구역이 곧 감옥일 수도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
그 삶이 곧 청소년들의 열린 삶이 아닌가.
멈추면 썩는 게 물만은 아니다. 생각도 멈추면 고루하다.
고루한 삶으로 멈추면 성장이 없는 것과 같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가장 큰 소나무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선 떨어질 두려움도 이겨내고
한발 한발 가느다란 꼭대기의 나뭇가지까지 모험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놀드는 어릴 때 나무에 오르듯 다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놀드를 통해 스스로 삶을 찾아가는 용기를 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