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브레인 부스트
티아고 포르테 지음, 이희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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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옛날 학교에서 그랬듯이 방대한 주제에 따라 정보를 정리하는 대신, 지금 현재 몰두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목표에 따라 정보를 정리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 전체에 걸쳐 여러 차례 반복할 핵심 내용인 ‘실행을 위해 정리한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다.


...지금 나의.프로젝트 목록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면 실제 업무량을 파악하기 어렵고, 따라서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도 어렵다. 끝이 분명하지 않은 일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삶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이 우리가 세운 우선순위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 이제 보이는가? 그 시점이 되면 ‘조사를 더 많이 수행할’ 시간 따위는 없다. 독서와 메모를 통한 조사를 ‘이미 해두었어야’ 하는 것이다. PARA의 내용물은 필요와 목표, 라이프스타일,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다양한 범주 사이를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정보를 없애는 대신 현재 시점에 맞추어 이동하고 업데이트한다면 마침내 다가온 필요의 순간, 이미 준비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정리 그 자체는 아무런 가치를 더해주지 않는다. 효과적인 행동을 취하기 위한 마음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 이상 정리하는 일 자체에 내재된 가치는 없다. 이것이 PARA가 미니멀리스트적인 접근방식인 이유다. PARA는 당신의 필요가 달라질 때 아이템들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조금씩 ‘밀어내면서’ 옮기는 방식을 선택한다. 당신의 삶에 존재하는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보텀-업’ 방식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런 태도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모든 데이터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낡고 자질구레한 장신구 하나하나와 빈 박스를 집에 보관하려고 애쓰는 무의미한 노력과 같다. 이 콘텐츠의 대부분은 우리의 동의 없이 등장했고, 따라서 애착의 감정 없이 보관소에 보관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보관소에 저장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두려운 단계가 될 수 있음을 안다. 당신은 모든 파일을 어떻게 정리하고 싶은지를 몇 년 동안 생각해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그것들을 모두 보관소에 던져버리라고? 그렇다. 그것이 정확하게 내가 당신에게 하라고 말하는 일이다.기억하라. 당신은 아무 것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만약 과거의 무언가가 정말로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자유롭게 보관소로 뛰어들어 부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추측하건데 설사 그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당신의 예상보다는 훨씬 더 적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검색 기술이 매년 더 좋아지고 있으며, 미래에는 점점 진보되는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서 파일에 접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 역시 다가오고 있다. 이는 미래에는 그저 AI에게 모든 오래된 정보를 검색해서 필요한 것을 찾으라고 요구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것이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하는데 보내는 시간이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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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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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그러니 우리는 그저 나무둥치에 주저앉은 날개가 젖은 새처럼 하늘로 날아갈 수도 땅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재이는 연민이란 자신의 현재를 위로받기 위해 타인의 불행을 대상화하는, 철저하게 자기만족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 것 같았다...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타인을 관조하는 차원에서 아파하는 차원으로, 아파하는 차원에서 공감하는 차원으로 넘어갈 때 연민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자신의 감정이나 신념 혹은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운다는 건 자신의 고통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행위라고 쓴 바 있다. 그 철학자의 명제를 사랑뿐 아니라 관계 전체의 차원으로 확장한다면, 나는 내 고통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물을 흘리는 순간 내가 취하게 될 자세와 그 자세에 맞게 조율될 마음까지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으므로 나 자신의 슬픔에까지 진심이라는 잣대를 들이밀어 어리석은 검열을 했던 것이리라.




....로도 알았을 것이다. 어머니의 시신을 내준 대가로 자신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뼈를 녹이는 듯한 후회와 고통으로 견뎌내야 할지에 대해. 후회는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고 고통은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한참을 달려왔다 믿어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순간의 선택에 대해 준엄한 질문을 던질 것이며, 로가 들여다보게 될 거울은 언제까지고 자기모욕적인 언어로 얼룩져 있을 터이다. 나는 지금, 로의 시간이 궁금하다.




....나는 재이에게서 듣고 싶다. 우리가 사랑의 고백에 인색했던 것은 더없는 행복, 완벽한 충만, 한순간의 천국 대신 다만 끊임없이 우리 사이의 감정적 불충분과 관계의 결여를 원해서였던 것뿐이라는, 그리고 바로 그것이 우리 사랑의 정체성이라는 그런 말을 간절하게 듣고 싶다. 그럼 나는 내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너를 더 아껴줘야 한다는 신념을 저버린 적 없노라고 대답해주리라. 뜨거운 입김이 없었던 우리의 지난 시간이 편집된 필름처럼 한낱 픽션에 불과했을지라도 네가 안쓰러워 너를 지켜주고 싶었던 내 마음은 언제나 내가 일을 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노라고도.




...그 과정에 나의 책임은 없다는 식의 부질없는 위로는 해주지 않는다. 자세한 것을 묻지도 않고 섣부른 판단도 하지 않는다. 박은 그저 묵묵히 들어준다. 내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에야 박은 조심스럽게 말할 뿐이다.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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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 대한검국에 맞선 조국의 호소
조국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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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실천이 고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사회 공동체에 살고 있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플라톤Plato은 이렇게 경고한 바 있다.
“정치참여를 거부하는 데에 대한 벌 중의 하나는 당신보다 저급한 자들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공동체의 문제와 모순이 보이는데, 그것을 외면하거나 호도하는 것은 식자의 자기부정이다. 종종 황당무계한 허위중상도 받고 있으나 감수해야 할 일이다.




....2013년 9월 16일 프란치스코Franciscus 교황이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한 말로 답을 대신한다.
“그들이 통치하니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들의 통치에 책임이 있으며 그들이 더 잘 통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능력껏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입니다. 정치는 공동선에 봉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에게 사형을 내린 빌라도처럼 손을 씻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뭔가 기여해야 합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해 참여함으로써 통치자들이 제대로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





...법학은 ‘가치지향적 학문’이지 ‘가치중립적 학문’이 아니다. 어떠한 가치를 중심에 놓을 것인가를 스스로 분명히 하고, 다른 가치와의 소통과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법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철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른 학문을 알아야 한다. 법학은 독자적인 학문체계와 논리를 갖고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다른 학문의 시각과 성과를 흡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법학은 편벽하고 건조한 개념과 논리의 묶음에 머물고 말 것이다.




...억압과 자유 사이에 서서 ‘양비론’ 또는 ‘양시론’을 펴고 타협을 말하는 것이 중용은 아니다. 그러한 태도는 ‘황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도금칠한 ‘중간치기’일 뿐이다. ‘중용’의 ‘중’은 ‘가운데’가 아니라 ‘정확함’을 뜻한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말한 것처럼, ‘비겁’도 ‘만용’도 아닌 ‘용기’가 ‘중용’이다. 요컨대 중용은 현실의 부정의와 부당함을 직시하고 그것을 고쳐서 최상·최적의 현실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행동하는 심성과 자세를 뜻한다. 신영복 선생이 말한, “방향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지남철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중용의 모습이라 하겠다.




...1987년 6월 항쟁이 이룬 정치적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에 처했다. 나는 정치사상가 샹탈 무페Chantal Mouffe가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로 남긴 글의 진짜 의미를 확실히 알게 됐다.
“민주주의는 불확실하고 일어날 법하지 않은 어떤 것이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항상 허약한 정복이며, 심화시키는 만큼 방어도 중요하다. 일단 도달하면 그 지속성을 보증할 민주주의의 문턱 같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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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씽킹 -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
최혜진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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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중독 - 불안과 후회를 끊어내고 오늘을 사는 법
닉 트렌턴 지음, 박지선 옮김 / 갤리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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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피부가 하얘서 햇볕에 더 잘 탈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햇볕에 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다. 태양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불안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안을 심화하고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삶 자체다. 다시 말해 유전적 취약성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이 만나 생각 과잉이 발생한다.




...불안에 접근하는 단순하지만 체계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와 생각 과잉이 만들어낸 폭풍우 속의 ‘구명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4A인 회피Avoid, 변경Alter, 수용Accept, 적응Adapt만 기억하면 된다. 이 네 가지 방법으로 삶의 모든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둠으로써 위안이 될 것이다...무언가를 ‘회피’한다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일에서 단순히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노력할 가치가 없어 환경에서 완전히 없애는 게 가장 좋은 일도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환경을 ‘변경’해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수용’할 수밖에 없다. 끝으로 지금 처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면 그 상황에 ‘적응’해야 하고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하는 법과 스트레스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방법을 배워야 한다.




....생각해보면 희한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삶에서 스트레스를 우선시한다. 기분 나쁘게 하고 불안하거나 진 빠지게 만드는 일에는 시간을 할애하는 반면, 회복과 사색은 할 일 목록의 맨 밑에 두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으로 휴식과 이완을 우선순위에 둔 게 언제인지 기억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는 것을 언제나 최우선하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의 부스러기를 나머지에 쏟을 것이다.




• 내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지는 않은가?
• 머릿속에 있는 작은 흙무더기를 큰 산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 반추가 상황을 개선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가?
  • 자신이 하고 있는 이야기나 사건에 대한 해석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가? 즉, 스스로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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