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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평점 :
기도란 무엇인가. 신은 과연 듣고 있기나 한가. 감독은 관객/훔쳐보는 자가 이 두 질문을 곱씹기를 바랐다. 극장을 나서는 내 머릿속엔 잘 알려진 고무적 격언이 떠올랐다.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흔히 플라톤의 말이라고들 한다...그리고 그 영화가 확실히 보여주는 사실은, 만약 절대적 존재가 정말로 있어서 사람들의 기도를 내내 듣고 있어야 한다면 그는 정신이 나가버릴 거라는 거죠.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사람들이 이 병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영웅 서사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나 봐. 생존자는 영웅이다. 어린아이라면 슈퍼 영웅이고. 그저 할 일을 하는 의사들까지도 영웅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하는 거야. 그런데 도대체 왜 암이 한 사람의 패기를 판단하는 일종의 시험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런 걸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할 수도 없어. 지금까지 들은 말 가운데 진부하고 상투적이지 않은 말이 없었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타자화되다.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정신적 깨달음과는 전혀 관계없이. 뭐라고 주장들을 하건, 난 내가 아는 요가를 한다는 사람들—게다가 친구가 아는 사람 중 요가를 하는 사람은 엄청 많았다—누구에게서도, 어떤 정신적 성장도, 어떤 도덕성의 개선도 목격한 바가 전혀 없어. 친구가 말했다. 요가를 해서 더 나아진 인간이 됐다는 사람도 본 적이 없어. 더 나아진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커진다는 뜻이 아니라면 말이야. 오히려 사람들이 갈수록 자기중심적이 되어가던데,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때때로 볼 수 있는 현상이지.
...아무도 듣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위로가 되지 않는 형식적인 말. 하지만 그의 탓이 아니다. 우리 언어가 거칠고, 속 비고, 말라비틀어져서, 감정 앞에서 언제나 어리석어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니까. 고등학교 시절 어떤 선생님이 헨리 제임스가 슬픔에 잠긴 친구 그레이스 노턴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라고 한 적이 있다. 출간된 이래로 공감과 이해를 보여주는 지고한 사례로 꼽히는 편지인데, 그조차 이런 말로 편지를 시작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민족이 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있지만, 한 민족 내에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전 애인에 따르면 이것으로 인간 고통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언어를 지녔으므로 그 뜻이 저 자신에게는 분명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사랑하는 사람들끼리도? 미소를 띠며, 떠보듯이, 기대하면서, 내가 물었다. 우리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는 그저 미소만 보였다. 하지만 몇 년 후, 쓰라린 헤어짐의 순간에 쓰라린 대답이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