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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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디가드를 따라가려고 몸을 돌렸을 때, 주연은 다음번 만남을 상상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번 만남을. 이 만남을 둘러싼 오랜 환상을 떠올렸다.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역할을, 그리고 어쩌면 니콜라이 역시 연기하고 있을지 모르는 역할을. 그 갈망을. 갈망으로 채워진 그 모든 세월을.




...거기 있는 빈터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 해골을 본 거야. 죽을 때 입고 있던 갑옷을 그대로 입고 있더라고. 그리고 내가 뭘 봤는지 알아, 유미? 그 해골 입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있었어. 어린 벚나무였어. 신기하지 않니? 우린 이 생을 살다가 또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야. 네 생각도 그렇지 않니? 너는 이 생을 살았지만, 내일이면 금방 또 다른 누군가가 돼서 또 다른 누군가와 살게 될 거잖아. 그런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는 거야.




...아버지, 저는 지금 당신이 어디 계신지 상상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요. 왜 누군가는 저주받은 장소를 떠나지 않으려 하는지도요. 아이는 이제 멀리 있습니다. 온통 햇빛으로 둘러싸인 채, 아주 조금만 보일 뿐입니다. 숨겨진 자신의 왕국으로부터 돌아오던 벌은 이제 더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추방당했지만 안전하시잖아요. 서로로부터, 그리고 그 하찮은 탐욕이며 시시한 드라마들로부터는 안전하지 않을지 몰라도, 더 큰 광기로부터는 안전하시죠. 그 광기로부터 안전해질 수만 있다면 전 일평생 기꺼이 추방당해 사는 삶을 택할 겁니다. 하지만 저희 삼촌은 그러지 못하셨어요. 삼촌은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전쟁은 나중에, 다 끝난 다음에 그분을 데려가버렸죠.





...은혜는 하나의 결정이 어떻게 삶에 존재하는 그 모든 다양한 겹들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런 겹겹의 삶은 은혜에게는 꽃의 내부와 마찬가지로 닿을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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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 광수네 복덕방, 모두의 투자 이야기
이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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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에게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요? 개인 상황과 기업의 전략에 따라 달라집니다. 장기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자사주 소각의 힘이 큽니다. 실제로 S&P 500 상장기업 중 장기 주가 상승률이 높은 회사들은 대부분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활발히 해왔습니다. 반대로 생활비나 정기적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배당이 더 적합합니다. 결국 핵심은 기업이 어떤 철학으로 자본을 쓰는지 읽는 일입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이익이 미래 가치로 이어지는 길을 택한 것이고, 배당은 지금의 이익을 즉시 주주와 나누는 결정입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최고세율 구간을 조정해 투자자들의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제 개편은 단기적인 ‘혜택 정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배당을 통한 신뢰 회복의 시스템 개혁입니다. 배당이 확대되면 기업의 현금흐름은 투명해지고, 자본 효율성(ROE)이 개선됩니다.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을 함께 체감하며, 시장은 자연스럽게 ‘할인’에서 ‘프리미엄’으로 이동합니다. 일본의 ‘저PBR 개혁’이 ROE 개선을 통해 닛케이 지수를 4배로 끌어올린 것처럼, 한국 역시 ‘배당 개혁’을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응보다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줄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투자에서 감정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곧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감정의 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을까요? 공동체의 힘을 빌려 감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관점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은 감정적 편향을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변화보다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장은 언제나 변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리와 본질이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집중해야 감정을 줄이고 현명한 투자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기댓값과 확률은 별개의 개념입니다. 확률이 낮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도 자기 나름의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면 확률은 바뀌지 않더라도 기댓값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확률이 변하지 않더라도 기댓값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확률적 사고로 투자 판단을 하고 기댓값을 행동 기준으로 삼으면 주식투자 방법이 달라지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투자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원인을 종목 선택에서 찾습니다. 종목 선택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아니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 방법이 더욱 중요합니다. 투자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추적 손절매를 통해 감정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종종 ‘더 오를 것 같아’라는 욕심으로 매도 시점을 놓칩니다. 추적 손절매는 심리적 영향을 최소화시켜 수익을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매도 시점을 찾게 도와줍니다.
추적 손절매는 수익을 보호해줍니다. 주가가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해도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면 매도하게 되므로 이익을 지킬 수 있습니다. 추적 손절매는 이익을 지키는 매도 방법입니다. 주가가 상승했던 주식도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할 수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주식시장, 부동산, 환율, 기업가치까지 모든 길이 연결된 ‘큰 시계추’와 같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매일 이 숫자를 확인합니다. 오늘 시장이 왜 흔들렸는지, 내일은 어떤 바람이 불지, 가장 먼저 알려주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 네 가지—매출, 영업이익, FCF, ROE— 지표만 꾸준히 기록해도 분기별 기업 점검표가 완성됩니다....실적이 개선되었는가? 전망이 유지되는가? 이 두 질문을 매 분기 던지면, 투자가 더욱 탄탄해집니다. 숫자가 말하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시장의 소음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의 투자는 데이터가 아니라 ‘신념’ 위에 서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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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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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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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아침을 릴레이하고 있는 것이다. 
경도에서 경도로
그렇게 서로 교대로 지구를 지킨다. 
자기 전 한번 귀를 기울여보면
어딘가에서 아침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가 분명히 이어받았다는 증거다.




사랑에 피의 연결이 필요 없다는 것은
부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 특별양자제도 · 아사히 광고상 수상작




...이 카피가 나온 이후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여전히 국경은 생사의 경계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그 경계를 넘고, 누군가는 그 벽을 허물기 위해 일합니다. “나라의 경계가 생사의 경계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문장은, 결국 우리가 어떤 세계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근은 싫다.” 이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연장전은 좋아한다”라는 말은, 누군가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어쩌면 미소 짓게 만들 수도 있죠. 억지로 해야 하는 일과,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몰입. 이 두 차이는 분명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떤 말이 떠오르나요? 저는 그 무엇도 아닌 제 이름인데요, 나의 이름이 불린다는 것은 대체로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었거나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니까요. 슬프게도 일을 하면서 나의 이름이 가장 싫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그러나 자연은 저를 부르지 않습니다. 부르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위로와 격려를 받는 기분이 밀려옵니다. 피곤한 어른은 이름에 너무 시달렸나 봅니다.






옛날에는 값싼 술로 꿈 얘기만 했다.
지금은 값비싼 술로 돈 얘기만 한다. 
카미야 · B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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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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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란 무엇인가. 신은 과연 듣고 있기나 한가. 감독은 관객/훔쳐보는 자가 이 두 질문을 곱씹기를 바랐다. 극장을 나서는 내 머릿속엔 잘 알려진 고무적 격언이 떠올랐다.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흔히 플라톤의 말이라고들 한다...그리고 그 영화가 확실히 보여주는 사실은, 만약 절대적 존재가 정말로 있어서 사람들의 기도를 내내 듣고 있어야 한다면 그는 정신이 나가버릴 거라는 거죠.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사람들이 이 병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영웅 서사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나 봐. 생존자는 영웅이다. 어린아이라면 슈퍼 영웅이고. 그저 할 일을 하는 의사들까지도 영웅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하는 거야. 그런데 도대체 왜 암이 한 사람의 패기를 판단하는 일종의 시험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런 걸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할 수도 없어. 지금까지 들은 말 가운데 진부하고 상투적이지 않은 말이 없었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타자화되다.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정신적 깨달음과는 전혀 관계없이. 뭐라고 주장들을 하건, 난 내가 아는 요가를 한다는 사람들—게다가 친구가 아는 사람 중 요가를 하는 사람은 엄청 많았다—누구에게서도, 어떤 정신적 성장도, 어떤 도덕성의 개선도 목격한 바가 전혀 없어. 친구가 말했다. 요가를 해서 더 나아진 인간이 됐다는 사람도 본 적이 없어. 더 나아진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커진다는 뜻이 아니라면 말이야. 오히려 사람들이 갈수록 자기중심적이 되어가던데,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때때로 볼 수 있는 현상이지.




...아무도 듣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위로가 되지 않는 형식적인 말. 하지만 그의 탓이 아니다. 우리 언어가 거칠고, 속 비고, 말라비틀어져서, 감정 앞에서 언제나 어리석어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니까. 고등학교 시절 어떤 선생님이 헨리 제임스가 슬픔에 잠긴 친구 그레이스 노턴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라고 한 적이 있다. 출간된 이래로 공감과 이해를 보여주는 지고한 사례로 꼽히는 편지인데, 그조차 이런 말로 편지를 시작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민족이 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있지만, 한 민족 내에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전 애인에 따르면 이것으로 인간 고통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언어를 지녔으므로 그 뜻이 저 자신에게는 분명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사랑하는 사람들끼리도? 미소를 띠며, 떠보듯이, 기대하면서, 내가 물었다. 우리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는 그저 미소만 보였다. 하지만 몇 년 후, 쓰라린 헤어짐의 순간에 쓰라린 대답이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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