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 2003 제2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종은 지음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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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들치고 실망한 적이 없었기에, 낯선 이름이었지만 별다른 망설임없이 읽게 된 작품. '서울특별시'라는 장편과 '다시 한번 그 춤을'이라는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독자뿐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를 갖고 있다. 저마다의 기구한(?) 삶의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 친구 4명이서 만들어내는 황당하기까지한 이야기는 남들에게는 그저 웃기는 이야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진지한 현실인것이다. 실현불가능하다고, 술이나 마시자. 했던 프로젝트에 자신들도 모르게 동조하게 되어 버린 이유중 가장 큰 것은 그들에게는 더이상 다른 선택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직하게 살았지만, 사랑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가차없이 내팽개쳐진 그들의 부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다짐은 부러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을 무모하게 만들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만약 같이 할거지?라고 물었다면, 나도 모르게 동참하고 말았을 그들의 이야기는 서글프지만, 일탈적인 기쁨을 준다. 종반부의 반전이 압권이다. 단편인 '다시 한번 그 춤을'의 경우는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위트 넘치는 콩트다. 아무도 믿지 않지만, 아니 믿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믿고 있는 무엇인가에 대한 열정에 관한 이야기. 가볍지만, 분명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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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했다 섹스했다 그리고 절망했다
작자 미상,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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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어머니가 의문의 자동차 사고를 당한 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원고를 출판한 것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딸의 결혼생활과 갈등, 그리고 또다른 선택이 되었던 출산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던(심지어, 남편조차도) 그녀의 충격적인 생활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았던 유년시절과 언제나 큰 소리로 끝을 맺었던 모녀관계, 진정한 행복이라 여겼던 결혼생활의 미세한 분열은 그녀를 전혀 다른 사람이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차게 했고, 결국,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녀의 삶을 지배한 것은 처음부터 그녀가 아니었다. 항상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맞춰가며 조용히 살고자 했던 그녀에게 새로운 충격을 가져다 준 것은 지하실에서 발견한 작자 미상의 오래된 책이었다. 여성들의 인내가 당연시되었던 시대에 씌어진 그 책은 여성도 주체적이 될 수 있는 존재이며, 오히려 남성들보다 위대한 개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게 된 것은 그 즈음이었다. 유일하게 믿고 있던 존재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여긴 그녀는 새로운 도피처를 찾게 되고, 이윽고 새로운 자신을 실험할 수 있는 대상을 발견한다.  위험한 줄타기같은 외도는 그녀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기 보다는  안정적인 가정을 갖고 싶은 열망을 더욱더 강하게 각인시켜주게 된다.

그녀가 선택한 새로운 방법은 새 생명을 갖는 것이었다. 자신이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기쁨과 함께 그토록 염원하던 안정을 찾게 되었지만, 결국 그녀의 분신과 함께 낭떠러지로 돌진하게 된 그녀의 결정은 어떤 이유인 것일까. 서양권 문학답지 않은 간결한 문체와 미묘한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조용한 그녀의 음성 이면에 숨겨져 있는 필사적인 몸부림이 너무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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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즐거움
다나카 고이치 지음, 하연수 옮김 / 김영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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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으로서 12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노벨상 역사상 두 번째 최연소 수상자, 학사 출신으로서는 최초의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의 수상소감과 함께 그의 연구과정과 실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수상이후 쏟아지는 인터뷰와 강의 요청으로 인해 조용했던 그의 생활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되고,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불가능해진 그는 이 책을 통해 그에 대한 궁금증과 지식요청의 요구를 해소하려 한듯 보인다.

'질량 분석'이라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이 분야는 의학, 제약, 공업 신분야 등 다방면에 걸친 응용이 적용되어 새로운 발견을 가능케하는 기본적인 단계이다. 여러가지 샘플 자료와 함께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는 있지만, 한껏 이마를 찡그리며 읽어보아도 쉽게 이해할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대중들이 그가 연구하고 있는 복잡한 이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닌, 이런 것도 있습니다.는 정도의 수준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보후퇴, 이보전진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허황된 수준이 아닌, 120%정도의 목표치를 가져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또한 이공계 분야의 소외로 인해 기초과학의 퇴보가 이뤄지고 있는 까닭에, 연구내용과 현실성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진정한 발전을 일궈낼 수 있다고 말한다. 두께는 얇지만, 쉽게 읽혀지지 않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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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의 붕어빵 장수 - 어느 평범한 청년의 기상천외 워킹 홀리데이 체험기
이노우에 고 지음, 오근영 옮김 / 디드로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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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홀리데이로 캐나다에 건너간 한 청년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겠다.고 했을때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체인점 마저도 복잡한 절차와 경제적인 부담때문에 주저하던 시기였다. 비록, 3개월이라는 단기간이었지만, 그는 결국 꿈을 이뤄냈고, 현재는 일본으로 돌아와 또 다른 꿈을 쫒고 있다.

그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곳은 '세븐 일레븐 제팬'이었다. 세계적인 체인점 답게 효율적인 관리체계와 활발한 피드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이 회사에서 그는 마케팅, 인사관리, 상품관리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도전정신'이었다.(아. 너무 거창하다.) 단지, 젊음이라는 무기 하나 만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닌, 철저한 분석과 전망을 고려한 그의 시도는 작은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도심형 렌털 사이클, 이색 과외 학원, 경영 컨설턴트 등 그의 열정은 다양한 분야에서 발휘되었고, 이 모든 경험은 추후 외국에서 붕어빵 가게를 경영하는데 소중한 경험이 된다.

그가 처음에 고려한 나라는 프랑스 파리였다. 그러나,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돈도 인맥도 없이 상점을 개설한다는 계획은 무리일 수밖에 없었고 까다로운 비자문제로 인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워킹 홀리데이'였다. 북미의 파리라 불리우는 몬트리올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도 아니었고, 프랑스어를 주언어로 사용하는 지역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더 그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가게 자리는 커녕, 살 집을 얻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악덕 부동산업자를 만나 재판까지 가게 되었지만, 결국 오픈을 한 그는 3개월동안의 짧은 기간만에,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이라면, 그가 보고 겪었던 사진 자료를 적절하게 첨부했더라면 독자에게 훨씬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동을 텍스트만으로 공유하기에는 너무나 생소한 지역 이름이 줄지어 나열되고 있고, 그가 어떤 가게를 운영했었는지, 어떤 제품을 팔았었는지에 대해서도 짐작하기 어렵다.

책의 헤드 부분에는 '어느 평범한 청년'이라고 씌어져 있지만, 그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와 당연한 상식에 순응하지 않는 개척정신(아..다시 거창해진다.)을 가진 그를 따라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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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emfl 2004-08-2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최소한의 사진 자료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뻔 했는데...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고.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붕어빵을 연상하긴 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 외 주인공 '고'가 혼자 여행의 했던곳의 풍광이라든지 가게의 모습이 너무 궁금했는데 사진이 없어 너무 답답했습니다. 아마 주인공은 여행시 사진찍는 것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책에 나와있는 유일한 사진도 누군가 강제로(?)찍어준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행인 대산세계문학총서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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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처럼 유머스러우면서도 재치있는 내용이 아닌, 인간의 모든 심리적 변화를 세심하게 그려낸 조심스러운 작품이다. 즉흥적이고 무심한 주인공과는 달리, 고독하고 우울한 인텔리인 형은 주위를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 사실을 자신도 알고 있고, 그래서 더더욱 고립감을 느끼는 형은 끝내 동생과 아내의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 형수와의 여행을 통해 그녀의 의중을 떠보라는 형의 제안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형수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은 그를 잠시나마 혼란스럽게 만든다. 형수는 형수대로, 형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이렇게 살아야 할 운명에 얽혀있는 것에 대해 자조섞인 쓴웃음을 짓는다. 불행한 부부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은 몹시도 불편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형부부가 있는 집에서 나오는 것뿐이었다.

소원해진 관계속에서도 간간히 들려오는 형의 근황은 그리 밝은 것이 아니었고, 그는 지인을 통해 형과의 여행을 부탁하게 된다. 여행지에서 날아온 지인의 편지에는 형이 스스로를 가둬 놓으며 얼마나 고독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과 함께,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까닭에 가족까지도 불신하게 된 그를 탓해서는 안된다는 동정심마저 나타나 있다. 죽거나, 미치광이가 되거나, 종교인이 되는 길밖에는 없다고 부르짖는 형의 정신적 결벽성은 이미 미치광이가 되는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 전체를 뭉뚱거려 잘게 부순 현실을 바라보는 형의 고독감은 그 누구도 걷어낼 수 없는 짙은 안개처럼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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