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 콜럼버스의 발견부터 세계 최강국이 되기까지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 지음, 고든 앨런 그림, 이선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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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기고 산다는 것은 참 많은 풍상을 몸으로 통과해 왔다는 뜻이다. 한국전쟁의 여파 속에 유년 시절을 보냈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혹독한 산업화 시대를 거쳐 민주화의 파고를 넘어섰다. 그 거친 세월의 길목마다 좋든 싫든 우리 삶의 깊숙한 곳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던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젊은 시절의 나에게 미국은 부유하고 강대한 제국이자, 선망과 경계의 대상이 얽힌 복잡한 존재였다. 이제 삶의 둔덕에 올라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듯,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이 쓴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를 천천히 넘겨보았다.

 

책은 신대륙이라 불린 땅에 본래 뿌리를 내리고 살던 인디언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원주민의 눈물 위에 세워진 거대 국가의 출범, 남북전쟁의 상흔, 그리고 세계 패권국으로 올라서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거창한 영웅주의나 거대한 사건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대신 그 역사라는 소용돌이 속을 살아낸 무수한 이들의 삶과 갈등, 열망을 세밀한 눈으로 들여다본다.

 

특히 나를 오래 머물게 했던 대목은 미국의 ‘자유’라는 가치가 어떻게 다듬어지고 훼손되며 또 다시 재건되어 왔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미국의 독립선언서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때, 그 평등의 울타리 밖에 흑인 노예와 원주민, 여성들이 철저히 소외되어 있었다는 역설은 서글픈 울림을 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 한계를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껍데기뿐이던 그 언어들이 어떻게 시민들의 피와 땀을 통해 진정한 실체로 채워져 갔는가를 보여준다. 그것은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우리 역시 거친 시대를 건너며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거창한 구호가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던가.

 

70대의 눈으로 바라본 미국 역사의 궤적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위대한 열정이 도도하게 흐르지만, 다른 한쪽에는 집단적 이기심과 인종적 오만, 자본의 잔혹함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유는 그 모든 오점과 오욕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라는 사회가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교정하려는 역동성을 끊임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노년의 지혜란 결국 완벽한 인간이나 완벽한 제국은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는 데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오류를 성찰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자정 능력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득 우리 세대가 살아온 삶과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세상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격동의 20세기를 통과하며 세계사의 중심에 서 있던 미국의 역사는 결국 인류 전체가 겪어낸 희생과 좌절의 줄거리와 닮아 있다. 짧다면 짧은 미국사 안에 이토록 깊은 인간적 고민과 제도적 모색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젊은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거대 강국의 숨겨진 정체성을 파악하는 지적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인생의 많은 페이지를 넘긴 이에게 이 책은 단순한 역사의 기록이 아니다. 인간 사회가 존엄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자, 우리가 거쳐온 삶을 비춰보는 깊고 투명한 거울이다. 밤이 깊어가는 시간, 돋보기 안경 너머로 마주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거대한 서사는, 결국 한 시대를 충실히 살아낸 모든 인간을 향한 깊은 묵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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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승인되는 이모티콘 & 굿즈 만들기 - 카카오톡, 라인, OGQ마켓과 함께하는
백지수(디듀) 지음 / 시대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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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면 세상의 빠른 변화가 가끔은 낯설고 두렵게 다가온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조그만 그림들, 이른바 ‘이모티콘’이라는 것을 보며 저게 무슨 대단한 문화일까 싶었던 적이 있다. 그저 글자 뒤에 붙이는 양념 정도로 여겼던 그 작은 그림들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직업이자 창작의 무대가 된다는 사실은 퍽 신선한 충격이었다.

 

백지수의 <무조건 승인되는 이모티콘 & 굿즈 만들기>는 돋보기를 코 끝에 걸치고서라도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한, 젊은 세대의 역동적인 삶의 방식과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담은 친절한 안내서다.

 

책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말하지 않는다. 도리어 철저한 시장 분석과 기획, 그리고 플랫폼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다. 카카오나 라인 같은 거대 IT 기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제안서를 쓰고, 탈락의 쓴맛을 보며 다시 도전하는 과정은 젊은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조건 승인되는”이라는 당찬 제목 뒤에는, 트렌드를 읽어내기 위한 집요한 관찰과 멈추지 않는 실행력이 숨어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내가 살아온 세월 동안 마주했던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순간들이 겹쳐 보였다. 시대의 도구는 컴퓨터와 태블릿으로 바뀌었을지언정,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고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의 열정은 본질적으로 통한다는 서글프고도 반가운 깨달음이 일었다.

 

평생을 아날로그의 문법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디지털 드로잉이나 굿즈 제작이라는 영역은 마치 가보지 못한 낯선 이국의 땅과 같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고, 디지털 파일의 규격을 맞추는 작업은 생각만 해도 눈이 침침해지는 일이다. 하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내 손자, 손녀에게 내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인사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용기가 피어오른다. 노년의 삶이란 대단한 성취를 이루는 것보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에 작은 재미와 활력을 더하는 것에서 진정한 풍요로움이 오기 때문이다. 삐뚤빼뚤한 선이라도 그 안에 노년의 깊은 지혜나 따뜻한 유머를 담아낸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창작물이 되지 않겠는가.

 

더욱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스티커나 컵, 에코백 같은 실제 ‘굿즈’로 확장하는 후반부의 내용이다. 화면 속에만 존재하던 가상의 이미지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로 탄생하는 과정은 무척 매력적이다. 내가 평소에 소중히 여기는 가치나, 우리 마을의 소박한 풍경, 혹은 아내가 정성스레 그린 그림들을 이런 방식으로 간직하거나 이웃들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기술의 진보는 이처럼 과거에는 전문가들만 할 수 있었던 영역을 평범한 개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것을 누릴 권리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년에게도 언제든 열려 있는 문이다.

 

이 책은 내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알려준 교재를 넘어, 세대 간의 간극을 좁혀준 고마운 징검다리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만드는 젊은이들을 볼 때, 이제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지 않을 것 같다. 저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창작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하는 따스한 시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을 넉넉하게 품어 안는 과정이어야 한다. 돋보기 뒤의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이라는 거대한 도화지 위에 나만의 작은 흔적을 남겨보고 싶다는 설렘을 주는 책이다. 삶의 활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시도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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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독서법 - 누구나 독서 고수가 되는 3단계 읽기 혁명
김미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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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아는 세상 속에 갇히기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70대에 접어들며 시간적 여유는 늘었으나, 때로는 ‘이 나이에 더 배워서 무엇 하나’ 하는 무력감이 불쑥 찾아오곤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그것이 과면 내 남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남았다. 그러던 중 접한 김미경의 <트라이앵글 독서법>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라’는 뻔한 권유를 넘어, 내 노년의 독서 생활을 완전히 뒤흔드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저자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머무르지 말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쓸모 있는 지식’으로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핵심 전략이 바로 ‘트라이앵글 독서법’이다. 이는 하나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세 권의 책을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연결하여 입체적으로 읽는 방식을 말한다. 기본 개념을 잡아주는 책, 확장된 시야를 주는 책, 그리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엮어 읽을 때 비로소 지식은 파편이 아닌 하나의 단단한 체계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나이 듦’에 대한 저자의 태도와 독서를 연결하는 지점이었다. 흔히 은퇴를 하고 나면 사회적 역할이 줄어들면서 배움의 끈을 놓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100세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노년의 독서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책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제안한 방식을 적용해 보았다. 최근 관심이 생겼던 현대 사회의 소외 문제와 공동체 윤리에 대해 세 권의 책을 골라 삼각형을 그려보았다. 중심이 되는 사회학 서적을 읽고, 이어 그것을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로 풀어낸 에세이를 읽은 뒤, 마지막으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공동체 관리와 법적 권리 구제에 관한 실용서를 읽었다. 신기하게도 평소라면 따로 놀았을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며, 내가 살아가는 지역 사회와 이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지도가 그려지는 경험을 했다.

 

<트라이앵글 독서법>이 주는 진짜 미덕은 독서를 ‘공부’가 아닌 ‘삶의 확장’으로 정의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글로 쓰고, 말로 나누며, 삶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그 책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고 말한다. 70대의 독서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나 과거를 추억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나온 삶의 지혜와 새로운 지식을 융합하여, 여전히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칼날을 벼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늙음은 배움의 멈춤이 아니라, 가장 성숙한 배움의 시작이다. 김미경이 제시한 입체적 독서법은 내 남은 생의 서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 같다. 이제 내 책상 위에는 한 권의 책이 외롭게 놓여있는 대신, 서로의 어깨를 건 단단한 지식의 삼각형들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품위 있고 활력 넘치는 노년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과 책을 잇는 나의 시선 속에 진짜 삶의 길이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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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사전
허진열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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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고갯길을 칠십 년 넘게 넘어오다 보면, 삶이란 결국 크고 작은 고난들을 차례로 부딪치고 깨지며 건너가는 과정임을 몸소 깨닫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치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불행이 찾아왔느냐며 하늘을 원망하고 세상을 한탄하곤 했다. 그러나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삶의 궤적이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고난은 불청객이 아니라 삶이라는 지도 위에 태초부터 그려져 있던 거친 지형일 뿐임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 허진열의 <고난 사전>은 바로 그 거칠고 험난한 인생의 지형도를 펼쳐놓고, 우리가 마주하는 온갖 고통의 이름들을 담담하게 정의하고 보듬어 안는 책이다.

 

이 책은 마치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먼저 건너간 선배가 후배들을 위해 정성스레 남겨놓은 아늑한 등대와 같다.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종류의 고난을 ‘사전’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빌려 조목조목 분류하고 분석한다. 슬픔, 상실, 실패, 질병, 외로움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결을 세심하게 나누어 설명하는 그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내 삶의 굽이굽이마다 깊은 상흔을 남겼던 그 시절의 아픔들이 하나씩 호명되는 듯한 묘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사전의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차가운 정의 대신 고난을 견뎌내고 있는 인간을 향한 깊은 연민과 따뜻한 시선이 가득 차 있다.

 

“고난은 우리 삶을 파괴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내면의 가장 단단한 알갱이를 정제해 내기 위해 찾아온다.” 책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내 개인의 역사와 겹쳐지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돌아보면 내 삶도 평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발버둥 치던 청춘의 고단함, 가장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책임감, 그리고 세월이 흐르며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보내야 했던 상실의 아픔까지. 그 모든 순간들은 당장 눈앞이 캄캄해지는 절벽이었고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보였다. 그러나 칠십 대의 눈으로 그 고난의 터널들을 다시 복기해 보니, 그 모진 바람을 맞았기에 비로소 내 삶에 깊고 단단한 뿌리가 내렸음을 깨닫는다. 고난은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라는 존재를 더 깊고 온전하게 빚어낸 거친 장인이었던 셈이다.

 

특히 저자가 고난을 대하는 태도에서 강조하는 ‘품위’와 ‘초연함’은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고난이 피해 가는 것은 아니다. 노화로 인한 육체의 쇠락, 역할의 상실,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 노년기 역시 나름의 치열한 고난들과 마주해야 한다. 저자는 고난을 억지로 이겨내려 하거나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삶의 일부로 품어 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내면의 평화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이 조언은 노년에 접어든 이들이 품어야 할 가장 고귀한 지혜이자, 흐려져 가는 삶의 눈을 밝혀주는 소중한 안경이 되어준다.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아픔을 달래주는 위로 서적에 머물지 않는다. 나아가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와 공동체 안에서 타인의 고난을 어떻게 바라보고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성찰로까지 시야를 넓힌다.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수용하고,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는 연대의 마음이야말로 이 각박한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존엄한 가치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동감한다. 일흔의 나이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살아온 삶의 굴곡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 받은 듯하여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고난 사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의 거센 비바람 속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젊은 날의 뜨거운 열정 속에서 길을 잃은 청춘들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아줄 것이며, 나와 같이 인생의 황혼기를 걷는 이들에게는 지나온 삶을 너른 품으로 보듬어 안고 남은 여정을 품위 있게 걸어갈 용기를 줄 것이다. 오늘 밤은 서재의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내 삶에 다녀간 그 모든 고난의 이름들을 하나씩 나직하게 불러보고 싶다. 그 거친 이름들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아름다운 훈장이었음을 이제는 기쁘게 고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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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배우는 애견 훈련 - 반려견을 통해 사람이 배운다
신동석 지음 / 이비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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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다. 우리 젊은 시절에는 그저 마당을 지키며 남은 밥이나 먹던 ‘마당개’가 전부였는데, 이제는 집안 중심에 자리 잡은 ‘반려견’이자 당당한 가족 구성원이 되었다. 거리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개들이 넘쳐나고, TV만 틀면 개 행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끈다. 신동석의 <독일에서 배우는 애견 훈련>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노년의 깊은 시선으로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직접 경험한 선진 반려견 문화를 바탕으로, 진정한 반려(伴侶)의 의미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이 책이 단순히 ‘개를 훈련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실용서에 그쳤다면 그리 큰 감흥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것은 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의 책임과 사회적 약속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독일의 반려견 문화에서 가장 부러우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반려견 면허증’제도와 ‘반려견세’다. 개를 키우기 위해 주인도 시험을 보고 자격을 갖춰야 하며, 세금을 내어 그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분담한다는 개념이다. 우리 세대는 국가나 공동체의 의무를 중시하며 살아왔기에, 이러한 제도가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안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단순히 예뻐하고 사료를 주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통제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규칙을 준수하게 만드는 ‘주인의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함을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책에서 강조하는 훈련의 핵심 역시 ‘억압’이 아닌 ‘소통과 규칙’이다. 개를 사람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개의 본성을 이해하고 인간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경계선을 설정해 주는 것이다. 이는 자식을 키우고, 오랜 세월 인간관계를 맺어온 노년의 지혜와도 맞닿아 있다. 무조건적인 엄격함이나 반대로 무분별한 과잉보호는 모두 관계를 망친다.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규칙이 있을 때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다는 법리는 인간 사회나 애견의 세계나 다를 바가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반려견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층간소음, 물림 사고, 배설물 방치 등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조용하고 품격 있게 늙어가는 삶을 소망하게 되는데, 준비되지 않은 반려견 문화는 때로 공동체의 평화를 깨뜨리는 불협화음이 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예방주사 같다.

 

황혼기에 접어들어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혹은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외로움을 채우려 반려견을 맞이하려는 동년배들이 많다. 그들에게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생명을 들이는 일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철학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반려견은 우리 삶에 대체할 수 없는 거대한 위로와 기쁨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은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동물을 사랑하는 법을 넘어, 인간이 인간답게 책임을 다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참으로 유익한 서평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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