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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승인되는 이모티콘 & 굿즈 만들기 - 카카오톡, 라인, OGQ마켓과 함께하는
백지수(디듀) 지음 / 시대인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면 세상의 빠른 변화가 가끔은 낯설고 두렵게 다가온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조그만 그림들, 이른바 ‘이모티콘’이라는 것을 보며 저게 무슨 대단한 문화일까 싶었던 적이 있다. 그저 글자 뒤에 붙이는 양념 정도로 여겼던 그 작은 그림들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직업이자 창작의 무대가 된다는 사실은 퍽 신선한 충격이었다.
백지수의 <무조건 승인되는 이모티콘 & 굿즈 만들기>는 돋보기를 코 끝에 걸치고서라도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한, 젊은 세대의 역동적인 삶의 방식과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담은 친절한 안내서다.

책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말하지 않는다. 도리어 철저한 시장 분석과 기획, 그리고 플랫폼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다. 카카오나 라인 같은 거대 IT 기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제안서를 쓰고, 탈락의 쓴맛을 보며 다시 도전하는 과정은 젊은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조건 승인되는”이라는 당찬 제목 뒤에는, 트렌드를 읽어내기 위한 집요한 관찰과 멈추지 않는 실행력이 숨어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내가 살아온 세월 동안 마주했던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순간들이 겹쳐 보였다. 시대의 도구는 컴퓨터와 태블릿으로 바뀌었을지언정,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고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의 열정은 본질적으로 통한다는 서글프고도 반가운 깨달음이 일었다.

평생을 아날로그의 문법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디지털 드로잉이나 굿즈 제작이라는 영역은 마치 가보지 못한 낯선 이국의 땅과 같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고, 디지털 파일의 규격을 맞추는 작업은 생각만 해도 눈이 침침해지는 일이다. 하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내 손자, 손녀에게 내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인사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용기가 피어오른다. 노년의 삶이란 대단한 성취를 이루는 것보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에 작은 재미와 활력을 더하는 것에서 진정한 풍요로움이 오기 때문이다. 삐뚤빼뚤한 선이라도 그 안에 노년의 깊은 지혜나 따뜻한 유머를 담아낸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창작물이 되지 않겠는가.

더욱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스티커나 컵, 에코백 같은 실제 ‘굿즈’로 확장하는 후반부의 내용이다. 화면 속에만 존재하던 가상의 이미지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로 탄생하는 과정은 무척 매력적이다. 내가 평소에 소중히 여기는 가치나, 우리 마을의 소박한 풍경, 혹은 아내가 정성스레 그린 그림들을 이런 방식으로 간직하거나 이웃들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기술의 진보는 이처럼 과거에는 전문가들만 할 수 있었던 영역을 평범한 개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것을 누릴 권리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년에게도 언제든 열려 있는 문이다.

이 책은 내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알려준 교재를 넘어, 세대 간의 간극을 좁혀준 고마운 징검다리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만드는 젊은이들을 볼 때, 이제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지 않을 것 같다. 저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창작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하는 따스한 시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을 넉넉하게 품어 안는 과정이어야 한다. 돋보기 뒤의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이라는 거대한 도화지 위에 나만의 작은 흔적을 남겨보고 싶다는 설렘을 주는 책이다. 삶의 활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시도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