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일
채수아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펼쳐 들었을 때, 가슴 한구석에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묵직한 감정이 서서히 올라왔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나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한 상처들을 가슴 깊이 묻어왔기 때문이다. 채수아 작가의 이 책은 한 여성이 삶의 혹독한 계절을 통과하며 ‘사랑’이라는 따뜻한 온기로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치유해갔는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영혼의 기록이자,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이들에게 던지는 깊고 고요한 위로의 편지다.

 

책 속에서 가장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대목은 단연 17년에 걸친 시집살이와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던 순간들이었다. 나 역시 그 가혹했던 시대를 몸소 통과해 온 세대로서, 한 여성이 가정을 지키고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며 겪었을 고통과 외로움이 남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상처의 골짜기에서 써 내려갔다는 그녀의 일기 문장들은, 그저 참고 견디는 것만이 덕이라 믿으며 속으로 눈물을 삼키던 우리 세대의 옛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그 시절의 시집살이란 단지 몸의 고단함에 그치지 않고,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듯한 아득한 절망을 동반하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이 진정으로 빛나는 지점은 그 아픔을 원망이나 불평으로 남겨두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며 화해와 치유의 자리로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17년이라는 긴 고통의 시간 끝에 찾아온 화해의 순간을 작가는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품어낸다. 가족과의 오랜 오해가 풀리던 어느 새벽의 고요함, 그리고 아이들과 교실에서 나누며 배웠다는 사랑의 언어들은 작가가 삶을 대하는 깊은 태도와 숭고한 경지를 보여준다. 수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끝내 마음의 문을 닫지 않았기에 기적 같은 화해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살아보니 그렇다. 젊은 날엔 사랑이 뜨거운 열정이거나 무언가를 소유하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세월의 언덕을 넘어 지나고 보니, 진정한 사랑이란 묵묵히 견뎌내는 일이고, 끝내 상대를 품어주는 일이며, 서툴더라도 진심을 담아 다가가는 작은 선택들의 누적이다.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도, 나에게 상처받은 이에게 손을 내미는 일도 결국은 내 안의 작은 온기를 베푸는 선택에서 시작된다.

 

책에 담긴 88편의 이야기들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 지나온 삶의 굽이굽이들이 함께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나지막이 묻는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이 질문은 단순히 남녀 간의 애정을 묻는 것이 아니다.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그리고 지나온 세월 동안 상처투성이였던 나 자신을 지금 어떤 마음으로 안아주고 있느냐는 절절한 물음이다. 살다 보면 어떤 사랑은 깊은 흉터를 남기지만, 또 어떤 사랑은 그 흉터를 쓸어내리며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법이다. 결국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대단한 명예나 부가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작은 친절이라는 진리를 이 책은 고요히 일깨워준다.

 

이제 인생의 노년기에 접어들어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되었다. 지난날의 아픔도, 미움도, 서운함도 결국은 우리 모두가 사랑에 서툴렀기에 생겨난 그늘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젊은 시절엔 왜 그리 서로에게 박박 우겨대며 상처를 주었는지, 지나고 보면 다 부질없고 아쉬운 일들뿐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고단했던 내 젊은 날을 다독여주고, 남은 삶 동안 어떤 마음으로 곁에 있는 이들을 대해야 할지 나침반이 되어준 고마운 책이다.

지나온 세월 동안 가슴속에 얽혀 있던 감정의 타래를 풀고 싶은 이들, 특히 인생의 잔잔한 언덕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실버 세대들에게 이 책의 진솔한 문장들을 꼭 권하고 싶다.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고 나 자신을 온전히 안아주는 일이야말로, 남은 생을 가장 눈부시고 품위 있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기적의 1분 재활 - 근육의 연결과 움직임을 이해하면 통증이 사라진다
최우영 지음 / 빅피시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어서면 아침에 눈을 뜨는 일부터가 하나의 거창한 과제가 된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삐걱거리는 허리를 짚으며 둔탁한 신음을 내뱉는 것은 어느덧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욱신거리는 무릎, 물건을 잡으려 할 때 뻐근하게 뻣뻣해진 손가락은 세월의 훈장이라 달관하려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이러다 온전히 내 힘으로 걸어 다니지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슬그머니 찾아온다. TV나 유튜브를 틀면 나오는 온갖 건강법과 운동 동작들은 정작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노년층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 무리하게 따라 하다가 도리어 관절을 상하게 할까 저어되던 차에, 최우영 저자의 <기적의 1분 재활>은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안도했던 점은 ‘재활’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함과 달리 접근 방식이 무척이나 다정하고 간결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무리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거창한 기구가 필요한 운동을 권하지 않는다. 노화로 인해 굳어버린 근육과 관절, 그리고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잘못된 체형 불균형을 하루 단 '1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풀어주는 실용적인 방법들을 담아냈다.

 

일흔이라는 나이에는 격렬한 운동보다 내 몸의 작은 비명에 귀를 기울이는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저자는 수많은 환자를 재활 현장에서 돌보며 쌓은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어디가 왜 아픈지, 어떤 동작이 결린 부위를 풀어주는지 아주 명확하고 친절하게 짚어준다. 특히 나처럼 관절이 약해진 시니어들도 부담 없이 따라 할 수 있도록 동작 하나하나의 주의점과 정확한 자극 부위를 섬세하게 일러주는 점이 돋보인다.

 

책에서 소개하는 동작들을 거실 바닥에 앉아 하나씩 천천히 따라 해보았다. 목과 어깨의 뭉친 근육을 완화하고, 구부정해진 척추를 바로 세우며, 골반 주변의 유연성을 늘려주는 동작들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수축했던 몸이 점차 풀어지는 정직한 시원함을 선사했다. ‘하루 1분’이라는 부담 없는 시간은 운동에 대한 중압감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거창하게 마음을 먹고 피트니스 센터에 가지 않더라도,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도 생각날 때마다 동작을 취할 수 있어 꾸준한 습관으로 정착시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몸을 그저 마구 써도 스스로 회복하는 ‘엔진’으로 여겼다면, 70대의 나이에는 몸을 조심스럽게 다독이고 가꿔야 하는 '예술품'처럼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가 일러주는 1분 재활법은 단순한 통증 완화 기술을 넘어, 스스로의 몸을 주체적으로 케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시켜 준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발로 바르게 서서 정갈한 일상을 유지하고 싶다는 노년의 소박하고도 간절한 염원에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 셈이다.

 

세월의 무게로 관절 여기저기 통증을 달고 살면서도 운동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는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이가 들었으니 당연히 아픈 것”이라며 통증을 체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루 단 1분씩 내 몸을 위해 정성을 기울이는 작은 습관을 시작해 보길 바란다. 돋보기를 고쳐 쓰고 책장을 넘기며 내 몸의 작은 변화를 체감하는 일은 훈훈하고 가슴 뿌듯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눈이 번쩍! 성경 풍물관 : 물건 편
김종식 지음 / 두란노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0대의 깊은 눈과 느린 걸음으로 이 책, 김종식 저자의 <눈이 번쩍 성경 풍물관:물건편>을 읽어 내려갔다. 세월이 쌓일수록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그 바탕에 깔린 이야기와 진실에 눈길이 가는 법이다. 평생 성경을 읽어오며 늘 익숙하게 지나쳤던 수많은 물건과 풍속들이 과연 당시 사람들의 삶에서는 어떤 의미였는지, 인생의 노년기에 이르러 다시금 짚어보고 싶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1.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평생을 신앙 안에서 살아오며 성경을 수없이 읽었지만, 때로는 말씀 속에 등장하는 물건이나 풍습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고대의 맷돌이나 옷자락, 작은 동전 한 닢 같은 것들이 그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속 소품처럼 느껴지곤 했던 것이다. 은퇴 후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성경을 단순히 글자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았던 그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특히 저자가 오랫동안 모아온 사진과 고증 자료를 통해 성경 속 물건들을 직접 보여준다는 점이 끌렸다. 글자로만 접하던 구절들이 눈앞에 구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날 때, 성경을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지고 신앙의 깊이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인생의 후반전에서 성경을 더욱 생생하고 친근하게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 이 책을 집어 든 가장 큰 이유였다.

 

2. 기억에 남는 한 문장

“<눈이 번쩍! 성경 풍물관>시리즈는 한국교회에 풍성한 성경 지식을 더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이다.”(p.13) 성경의 물건 하나하나에는 당시 사람들의 땀방울과 눈물, 그리고 그 삶을 빚어 가시던 하나님의 손길이 그대로 묻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설명과 유물 사진이 가슴을 울렸지만, 무엇보다 이 문장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물건이란 그저 만들어지고 쓰이다 사라지는 비인격적인 도구가 아니다. 그 안에는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의 고단한 일상과 애환이 담겨 있고, 나아가 그 삶을 인도하시던 하나님의 섬세한 배려가 스며 있다.

 

젊은 시절에는 눈앞의 성과나 커다란 기적에만 마음이 빼앗기곤 했다. 그러나 70의 나이에 이르러 이 문장을 접하니,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작은 물건 하나, 지나치는 작은 순간 하나에도 하나님의 은혜와 뜻이 담겨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극히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시선을 느끼게 해 준 문장이었다.

 

3. 책을 통해 깨달은 내용

이 책은 단순히 옛날 물건을 소개하는 박물관 안내서가 아니었다. 맷돌을 돌리며 하루를 시작하던 여인의 고단함, 목자의 지팡이에 담긴 보호와 인도하심의 의미, 작고 볼품없는 과부의 두 렙돈이 가진 무게 등 성경 속 물건들을 하나씩 조명할 때마다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삶과 하나님의 마음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이해의 깊이가 곧 은혜의 깊이'라는 사실이다. 성경 시대의 문화적 배경과 물건들의 실제 쓰임새를 제대로 알고 나니, 예수님의 비유나 선지자들의 선포가 훨씬 더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낯설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2천 년 전 고대 중동의 풍경이 마치 내가 살아온 시골 마을의 풍경처럼 익숙하고 온기 있게 다가오는 경험을 했다.

 

또한, 지나온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성경의 인물들이 고단한 물건들을 들고 삶의 무게를 견뎌냈듯, 나 역시 지난 세월 수많은 짐을 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속에서 하나님은 늘 작은 물건 하나, 소박한 한 끼를 통해서도 나를 먹이고 입히셨음을 깨달았다. 성경 속 물건들을 통해 내 지나온 인생의 자국들까지도 감사의 조건으로 바뀌는 은혜를 누렸다.

 

4.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우선, 나처럼 평생 성경을 읽어왔지만 성경 구절이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진 장년 및 노년층 성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거나 내용이 어렵게 느껴질 때, 이 책에 담긴 풍부한 사진과 친절한 설명은 성경 읽기에 새로운 활력과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또한, 교회에서 아이들이나 청년들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사역자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성경 이야기를 그저 옛날이야기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물건들의 형태와 의미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설명할 때 교육적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성경을 지루하게 느끼거나 구약과 신약의 역사적 배경이 낯설어 성경 읽기를 주저하는 초신자들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단단한 원문이나 신학 서적보다 이러한 풍물관 형식의 접근이 성경으로 들어가는 문을 훨씬 넓고 부드럽게 열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들 - 기술, 진실, 네트워크가 만드는 인류의 미래
발라지 스리니바산 지음, 에릭 조겐슨 엮음, 박수현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참으로 많은 ‘질서’의 종말과 시작을 목격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신음하던 가난한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광경을 보았고, 굳건할 것 같았던 냉전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도 보았다. 흙먼지 날리던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손편지 대신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묻는 세상이 되기까지, 국가와 사회는 늘 당연하게 내 삶의 울타리였다. 그러나 발라지 스리니바산의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들은 그 당연했던 울타리의 개념 자체를 뿌리부터 흔들어 놓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네트워크 국가’라는 개념은 생경하면서도 대담하다. 기존의 국가가 물리적인 영토와 혈통, 역사적 비극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면, 미래의 국가는 인터넷 공간에서 같은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모인 이들이 교류하고, 신뢰를 쌓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경제 체제를 갖춘 뒤, 최종적으로는 현실 세계의 땅을 매입하여 국제적인 승인을 받는 새로운 나라를 건립한다는 구상이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젊은이들의 황당무계한 공상과학 소설이나 유토피아적 맹신으로 치부하고 싶었다. 땅 한 평 없이 어떻게 나라가 존재할 수 있으며, 수천 년간 인류를 지배해 온 주권 국가의 틀이 그리 쉽게 허물어지겠는가. 나 같은 노인에게 국가란 목숨 바쳐 지켜야 했던 피와 땀의 결정체이자, 삶의 마지막을 기댈 유일한 안전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갈수록 저자의 통찰이 단순히 철부지 기술자의 호기에 그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기존 국가 시스템의 균열을 돌아보라. 정치적 극단주의, 비효율적인 관료제,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 그리고 분열된 국론. 나이가 들수록 내 아이들과 손주들이 살아갈 미래의 한국 사회가 과연 지금처럼 안전하고 풍요로울 수 있을지 깊은 걱정이 들곤 했다. 저자는 바로 이 기성 체제의 번아웃과 기능 마비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기존 시스템이 더 이상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맺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묻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라는 요구가 아니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는 지혜를 어떻게 새로 짜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변화는 언제나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 조선이 무너지고 근대 정부가 들어설 때도, 지주 중심의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이행할 때도 기성세대에게는 모든 것이 천지개벽할 일이었다. 네트워크 국가 역시 지금은 낯설고 무모해 보이지만, 이미 디지털 세상에서 나고 자란 우리 손주 세대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노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저자의 주장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효율성과 가치관의 동질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약자나 노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영토 기반의 국가는 부족한 점이 많았을지언정, 최소한 상부상조와 공동체적 보살핌이라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디지털로 쪼개진 파편화된 국가들이 자칫 끼리끼리의 이기주의나 새로운 형태의 격차를 만들어내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쉽게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들은 늙어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거대한 정신적 자극을 준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세상은 우리가 아는 틀을 넘어 훨씬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지나간 시절의 방식만을 고집하거나 다가올 미래를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옛것의 지혜와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이 만날 때 진정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미래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정교한 도면을 제공하는 명저다. 지혜로운 노년이라면 마땅히 일독을 권할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 - 업무 효율 200% 올리는 노션 AI 워크스페이스 구축하기
전시진 지음 / 제이펍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아온 날이 쌓일수록 머릿속 생각과 일상의 기억은 더없이 소중해지지만, 이를 정돈하고 기록하는 일은 갈수록 버겁게 느껴지곤 한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쓰던 일기장이나 수첩은 어느새 책상 한구석에 쌓여 가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라는 첨단 기기는 낯설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만난 전시진 저자의 <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는 평생을 Analog의 방식으로 살아온 내게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가는 흥미롭고 든든한 다리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술적 방법을 일러주는 매뉴얼에 그치지 않는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나처럼 디지털 문물에 서툰 노년층에게도 ‘생각을 정리하고 일상을 다듬는 새로운 도구’로서 노션(Notion)과 인공지능(AI)의 가능성을 친절하게 소개해 준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쉬운 설명’과 ‘실용적인 구성’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IT 전문 용어로 가득했다면 책장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덮었을 텐데, 저자는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간다. 기본 기능부터 시작해 인공지능이 접목된 노션 AI를 어떻게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화면 캡처와 함께 친절하게 안내한다. 덕분에 노션이라는 도구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 같은 노년층도 얼마든지 내 삶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데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노션 AI를 ‘나만의 유능한 비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젊은 시절처럼 기억력이 또렷하지 않아 가끔 돌아서면 잊어버리거나 문장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노션 AI는 내가 던진 몇 가지 단어나 거친 메모를 깔끔하고 정연한 글로 다듬어 준다. 읽었던 책의 요약본을 만들거나, 지나온 삶의 궤적을 회고록 형태로 정리할 때, 혹은 매일의 건강 기록과 독서 노트, 가족들의 경조사 일정을 관리할 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과정은 자못 경이롭기까지 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의 변화 속도에서 조금씩 뒤처지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은, 변화를 두려워하며 거리를 두기보다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었을 때 삶의 지평이 다시금 넓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노션 AI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 도구를 넘어, 내 삶의 남은 이야기들을 더 아름답고 명확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황혼의 길목에서 내 생각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이런 건 못해”라는 지레짐작을 거두고 책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내 손끝에서 새로워지는 일상과 한층 또렷해지는 삶의 기록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