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 - 오늘 밤부터 달라지는 잠의 과학
이준용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면 세상만사에 무뎌진다고 하지만, 몸의 변화만큼은 매일 아침 살갗으로 투명하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혹독하고 소리 없는 변화는 바로 이다. 젊은 날에는 머리만 대면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밤을 새워 일해도 하룻밤 푹 자고 나면 씻은 듯이 개운했다. 그러나 일흔의 고개를 넘어선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초저녁부터 눈꺼풀이 무거워 자리에 누웠다가도 한밤중에 서너 번씩 깨기 일쑤고, 정작 새벽에는 눈이 번쩍 뜨여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낮 동안에는 안개 낀 것처럼 머리가 무겁고 늘 피곤함이 어깨를 누른다.

 

이준용의 <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은 이처럼 밤마다 잠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노년의 나에게 단순한 의학 지식을 넘어, 내 몸과 삶의 균형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 같은 책이었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한 노화의 과정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나 역시 나이 먹으면 원래 그래라는 주변의 말에 위안을 삼으며, 조각잠으로 채워지는 일상을 묵묵히 견뎌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단호하게 경종을 울린다. 자도 자도 피곤한 현상은 단순히 세월의 탓이 아니라, 우리 몸이 보내는 적색신호이자 수면의 이 붕괴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저자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원인을 호르몬의 변화, 생체 리듬의 붕괴, 그리고 일상 속 사소한 나쁜 습관들에서 명쾌하게 찾아내어 설명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밤의 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태로웠는지를 뼈아프게 실감하게 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노년기 수면의 특성을 다룬 대목이다.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수면 주기가 앞으로 당겨지고 깊은 잠(서파 수면)의 비율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의학적 사실은, 왜 내가 그토록 밤눈이 밝아지고 자주 깨어났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게 해주었다. 저자는 단순히 몇 시간을 자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낮 동안 햇볕을 충분히 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며, 잠자리를 오직 잠을 위한 성소로 만드는 등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면 위생을 처방전으로 제시한다. 이 실용적인 조언들은 거창한 치료법보다 훨씬 따뜻하고 든든하게 다가온다.

 

수면은 단순히 하루의 끝이 아니라, 다음 날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생명 활동이다.” 책 속의 이 한 문장은 내 잠에 대한 태도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나는 잠을 그저 하루의 의무를 마치고 남은 자투리 시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잘 자는 것이야말로 내 삶의 존엄을 지키고, 매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서재에 앉아 글을 쓰고, 아내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가꾸어 나가는 힘의 원천임을 깨달았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결국 내 몸의 리듬을 존중하고, 밤의 안식을 온전히 대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 애쓰기보다는 몸이 스스로 편안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단순히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실용서를 넘어, 삶의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의 몸을 보살피는 돌봄의 인문학으로 읽힌다. 황혼의 길목에서 되찾아야 할 것은 비단 삶의 여유뿐만이 아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침묵의 시간 동안 내 몸이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 바로 남은 생을 품위 있게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자도 자도 피곤한 무기력함에 갇혀 세월 탓만 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노년들에게, 그리고 부모의 거칠어진 수면 결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오늘 밤은 책이 일러준 대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불을 끄고, 내 몸이 원하는 자연스러운 밤의 품으로 깊숙이 안겨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제가 가득한 코파일럿 길라잡이
이승우 지음 / 정보문화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0대라는 나이는 대개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기라고들 말한다. 손에 익은 오랜 습관들이 편안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문물에는 자연스레 뒤처지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의 간단한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업데이트하는 일도 때로는 커다란 숙제처럼 다가오는 나이다. 그런 와중에 세상은 온통 생성형 AI’코파일럿(Copilot)’이니 하는 낯선 단어들로 들끓고 있다. 이승우의 <예제가 가득한 코파일럿 길라잡이>를 펼쳐 든 것은, 변화하는 시대를 향한 거창한 도전 정신이라기보다는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대한 노년의 소박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는 컴퓨터 전공자나 젊은 직장인들의 전유물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두려움은 이내 엷어졌다. 저자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을 복잡한 수식이나 난해한 IT 용어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마치 곁에서 친절한 손자가 할아버지의 눈높이에 맞춰 하나하나 마우스를 클릭해 가며 설명해 주듯 다정하고 명쾌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 그대로 제가 가득하다는 점에 있다. 이론적인 설명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실제로 일상과 업무에서 코파일럿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눈으로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우리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프로그램 안에서 코파일럿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각적인 예시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70대의 시선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부분은, 코파일럿을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내 생각을 확장해 주는 비서이자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젊은이들처럼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하지 못해도, 컴퓨터 언어를 잘 몰라도,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평이한 말(자연어)로 질문하고 명령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알아듣고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대단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년의 삶이란 결국 표현의 제약과 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머릿속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삶의 지혜와 수많은 이야기가 고여 있지만, 그것을 정제된 글이나 세련된 시각 자료로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다. 체력적인 한계도 따르고, 젊은 날의 기민함도 빛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코파일럿의 활용법을 보며, 어쩌면 이 기술이 노년의 지혜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훌륭한 다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평생을 살아오며 느낀 소회나 사회를 향한 쓴소리를 한 편의 글로 정리하고 싶을 때, 코파일럿에게 내가 구상한 이러저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문 칼럼 형식의 글을 초안으로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혹은 지역 사회나 마을 공동체에서 주민들의 뜻을 모아 공공기관에 제출할 건의서를 작성할 때, 딱딱하고 복잡한 행정 서식을 코파일럿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완성하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문제가 아니라, 노년의 주체성과 사회적 역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도구를 얻는 일과 다름없다.

 

물론 70대의 투박한 손으로 책에 나온 예제들을 하나씩 따라 하기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과정일 것이다. 화면의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헤맬 수도 있고, 인공지능이 엉뚱한 대답을 내놓아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가 지치지 않도록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이, 하루에 한 가지 예제씩만 간식 먹듯 들여다보아도 충분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덮으며 깨달은 것은,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컴퓨터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묻고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인간 본연의 사유 능력이라는 점이다. 질문이 깊어야 인공지능도 깊은 답을 낸다. 그런 면에서 인생의 깊은 우물을 파 내려온 노년층이야말로, 이 도구를 가장 품격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이들일지도 모른다.

 

<예제가 가득한 코파일럿 길라잡이>는 단순히 기계 사용법을 알려주는 기술 서적을 넘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고자 하는 노년에게 따뜻한 용기를 주는 안내서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고 마우스를 쥐어볼 용기를 주는, 참으로 고마운 길라잡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 콜럼버스의 발견부터 세계 최강국이 되기까지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 지음, 고든 앨런 그림, 이선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기고 산다는 것은 참 많은 풍상을 몸으로 통과해 왔다는 뜻이다. 한국전쟁의 여파 속에 유년 시절을 보냈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혹독한 산업화 시대를 거쳐 민주화의 파고를 넘어섰다. 그 거친 세월의 길목마다 좋든 싫든 우리 삶의 깊숙한 곳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던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젊은 시절의 나에게 미국은 부유하고 강대한 제국이자, 선망과 경계의 대상이 얽힌 복잡한 존재였다. 이제 삶의 둔덕에 올라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듯,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이 쓴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를 천천히 넘겨보았다.

 

책은 신대륙이라 불린 땅에 본래 뿌리를 내리고 살던 인디언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원주민의 눈물 위에 세워진 거대 국가의 출범, 남북전쟁의 상흔, 그리고 세계 패권국으로 올라서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거창한 영웅주의나 거대한 사건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대신 그 역사라는 소용돌이 속을 살아낸 무수한 이들의 삶과 갈등, 열망을 세밀한 눈으로 들여다본다.

 

특히 나를 오래 머물게 했던 대목은 미국의 자유라는 가치가 어떻게 다듬어지고 훼손되며 또 다시 재건되어 왔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미국의 독립선언서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때, 그 평등의 울타리 밖에 흑인 노예와 원주민, 여성들이 철저히 소외되어 있었다는 역설은 서글픈 울림을 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 한계를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껍데기뿐이던 그 언어들이 어떻게 시민들의 피와 땀을 통해 진정한 실체로 채워져 갔는가를 보여준다. 그것은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우리 역시 거친 시대를 건너며 자유민주주의라는 거창한 구호가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던가.

 

70대의 눈으로 바라본 미국 역사의 궤적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위대한 열정이 도도하게 흐르지만, 다른 한쪽에는 집단적 이기심과 인종적 오만, 자본의 잔혹함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유는 그 모든 오점과 오욕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라는 사회가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교정하려는 역동성을 끊임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노년의 지혜란 결국 완벽한 인간이나 완벽한 제국은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는 데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오류를 성찰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자정 능력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득 우리 세대가 살아온 삶과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세상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격동의 20세기를 통과하며 세계사의 중심에 서 있던 미국의 역사는 결국 인류 전체가 겪어낸 희생과 좌절의 줄거리와 닮아 있다. 짧다면 짧은 미국사 안에 이토록 깊은 인간적 고민과 제도적 모색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젊은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거대 강국의 숨겨진 정체성을 파악하는 지적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인생의 많은 페이지를 넘긴 이에게 이 책은 단순한 역사의 기록이 아니다. 인간 사회가 존엄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자, 우리가 거쳐온 삶을 비춰보는 깊고 투명한 거울이다. 밤이 깊어가는 시간, 돋보기 안경 너머로 마주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거대한 서사는, 결국 한 시대를 충실히 살아낸 모든 인간을 향한 깊은 묵상으로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조건 승인되는 이모티콘 & 굿즈 만들기 - 카카오톡, 라인, OGQ마켓과 함께하는
백지수(디듀) 지음 / 시대인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면 세상의 빠른 변화가 가끔은 낯설고 두렵게 다가온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조그만 그림들, 이른바 이모티콘이라는 것을 보며 저게 무슨 대단한 문화일까 싶었던 적이 있다. 그저 글자 뒤에 붙이는 양념 정도로 여겼던 그 작은 그림들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직업이자 창작의 무대가 된다는 사실은 퍽 신선한 충격이었다.

 

백지수의 <무조건 승인되는 이모티콘 & 굿즈 만들기>는 돋보기를 코 끝에 걸치고서라도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한, 젊은 세대의 역동적인 삶의 방식과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담은 친절한 안내서다.

 

책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말하지 않는다. 도리어 철저한 시장 분석과 기획, 그리고 플랫폼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다. 카카오나 라인 같은 거대 IT 기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제안서를 쓰고, 탈락의 쓴맛을 보며 다시 도전하는 과정은 젊은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조건 승인되는이라는 당찬 제목 뒤에는, 트렌드를 읽어내기 위한 집요한 관찰과 멈추지 않는 실행력이 숨어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내가 살아온 세월 동안 마주했던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순간들이 겹쳐 보였다. 시대의 도구는 컴퓨터와 태블릿으로 바뀌었을지언정,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고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의 열정은 본질적으로 통한다는 서글프고도 반가운 깨달음이 일었다.

 

평생을 아날로그의 문법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디지털 드로잉이나 굿즈 제작이라는 영역은 마치 가보지 못한 낯선 이국의 땅과 같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고, 디지털 파일의 규격을 맞추는 작업은 생각만 해도 눈이 침침해지는 일이다. 하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내 손자, 손녀에게 내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인사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박한 용기가 피어오른다. 노년의 삶이란 대단한 성취를 이루는 것보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에 작은 재미와 활력을 더하는 것에서 진정한 풍요로움이 오기 때문이다. 삐뚤빼뚤한 선이라도 그 안에 노년의 깊은 지혜나 따뜻한 유머를 담아낸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창작물이 되지 않겠는가.

 

더욱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스티커나 컵, 에코백 같은 실제 굿즈로 확장하는 후반부의 내용이다. 화면 속에만 존재하던 가상의 이미지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로 탄생하는 과정은 무척 매력적이다. 내가 평소에 소중히 여기는 가치나, 우리 마을의 소박한 풍경, 혹은 아내가 정성스레 그린 그림들을 이런 방식으로 간직하거나 이웃들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기술의 진보는 이처럼 과거에는 전문가들만 할 수 있었던 영역을 평범한 개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것을 누릴 권리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년에게도 언제든 열려 있는 문이다.

 

이 책은 내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알려준 교재를 넘어, 세대 간의 간극을 좁혀준 고마운 징검다리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만드는 젊은이들을 볼 때, 이제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지 않을 것 같다. 저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창작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하는 따스한 시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을 넉넉하게 품어 안는 과정이어야 한다. 돋보기 뒤의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이라는 거대한 도화지 위에 나만의 작은 흔적을 남겨보고 싶다는 설렘을 주는 책이다. 삶의 활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시도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라이앵글 독서법 - 누구나 독서 고수가 되는 3단계 읽기 혁명
김미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아는 세상 속에 갇히기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70대에 접어들며 시간적 여유는 늘었으나, 때로는 이 나이에 더 배워서 무엇 하나하는 무력감이 불쑥 찾아오곤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그것이 과면 내 남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남았다. 그러던 중 접한 김미경의 <트라이앵글 독서법>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라는 뻔한 권유를 넘어, 내 노년의 독서 생활을 완전히 뒤흔드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저자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머무르지 말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쓸모 있는 지식으로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핵심 전략이 바로 트라이앵글 독서법이다. 이는 하나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세 권의 책을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연결하여 입체적으로 읽는 방식을 말한다. 기본 개념을 잡아주는 책, 확장된 시야를 주는 책, 그리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엮어 읽을 때 비로소 지식은 파편이 아닌 하나의 단단한 체계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나이 듦에 대한 저자의 태도와 독서를 연결하는 지점이었다. 흔히 은퇴를 하고 나면 사회적 역할이 줄어들면서 배움의 끈을 놓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100세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노년의 독서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책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제안한 방식을 적용해 보았다. 최근 관심이 생겼던 현대 사회의 소외 문제와 공동체 윤리에 대해 세 권의 책을 골라 삼각형을 그려보았다. 중심이 되는 사회학 서적을 읽고, 이어 그것을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로 풀어낸 에세이를 읽은 뒤, 마지막으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공동체 관리와 법적 권리 구제에 관한 실용서를 읽었다. 신기하게도 평소라면 따로 놀았을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며, 내가 살아가는 지역 사회와 이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지도가 그려지는 경험을 했다.

 

<트라이앵글 독서법>이 주는 진짜 미덕은 독서를 공부가 아닌 삶의 확장으로 정의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글로 쓰고, 말로 나누며, 삶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그 책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고 말한다. 70대의 독서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나 과거를 추억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나온 삶의 지혜와 새로운 지식을 융합하여, 여전히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칼날을 벼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늙음은 배움의 멈춤이 아니라, 가장 성숙한 배움의 시작이다. 김미경이 제시한 입체적 독서법은 내 남은 생의 서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 같다. 이제 내 책상 위에는 한 권의 책이 외롭게 놓여있는 대신, 서로의 어깨를 건 단단한 지식의 삼각형들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품위 있고 활력 넘치는 노년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과 책을 잇는 나의 시선 속에 진짜 삶의 길이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