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선 - 영화에 드러난 삶의 속살
윤창욱 지음 / 시그마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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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다. 영화 속에는 무수한 삶들이 있고 숱한 삶의 사연들만큼이나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와 쓸쓸함을 안고 있으므로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웃고 떠들고 슬퍼하다 보면 내 상처가 점차 아물어 가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현재 경남과학고등학교 국어 담당 윤창욱 교사가 영화 25편에 대한 의미를 쉽게, 깊이 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써내려간 에세이다. 작가는 우리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삶에는 때로 위로가 필요하다’, ‘시대와의 불화’, ‘찬란한 탈주의 꿈’, ‘선택은 언제나 치열한 떨림이어라’, ‘그토록 서늘했던 폭력의 기억’, ‘만남과 헤어짐의 다섯 가지 얼굴등 다섯 가지 주제로 엮고 그와 관련된 영화에 작가 자신의 생각을 입혀 읽기 쉽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 영화에 대한 비평을 하기 보다는 에세이의 본질에 충실한다. 작가는 우리 삶은 무엇 때문에 쓰라리고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상처 받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힘든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나아가 잘못된 질서와 삶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는 오래된 고전영화나 최근에 개봉한 영화가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준 영화들, 앞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시간을 견디고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는 영화들을 골랐다. 네 남녀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말하는 클로저나 혁명과 유토피아를 꿈꿨던 남녀의 슬픈 인생사를 그린 오래된 정원처럼 역사 속 어딘가에는 있을, 지금도 그 삶을 살고 있을 사람들을 위한 영화들이다.

 

이는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마흔이 되었거나 마흔에 가까운 사람들과 좀 더 오랫동안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릴없이 설레게 하거나 우울한 몽상으로 우리를 이끌던 영화들, 더러는 분노에, 때로는 사무치는 그리움에 우리를 떨리게 하던, 그런 영화들로 말이다.

 

공자는 나이 마흔을 두고 불혹(不惑), 즉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고 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굳게 나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의 40대는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감이 증폭되어 존재에 흔들림이 커졌다. 가뜩이나 가벼운 주머니와 불안한 고용환경에 심리적 부담감은 높아지는 이때, 마흔과 오십 사이에서 진짜 어른의 삶을 시작하는 40대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고 가슴 뛰는 청춘은 아니지만, 아직 이룬 것도 없고 여전히 서툰 나이.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살아온 날 만큼 살아갈 날이 남아 있으니 존재에 대한 질문은 커져간다. 20대처럼 마냥 투정을 부리거나 어렵다고 포기할 수도 없으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 중에는 내가 본 영화도 있고, 보지 않은 영화들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이 책에 소개하는 영화들을 보고 싶다. 영화 전문가가 쓴 책이라고 하면 나 같은 영화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어렵게 느껴졌을 텐데 평범한 교사가 쓴 영화 이야기라 공감이 가고 너무 좋다. 이 책에 나온 영화를 통해 영화 속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우리네 상처도 치유할 수 있는 경험을 한다면 일석이조의 유익이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을 통해 영화와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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