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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은행에는 이자가 없다
해리스 이르판 지음, 강찬구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고 매달 이자를 내고 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순간부터 이자를 챙긴다. 빚 없이 살 수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결혼과 내 집 장만 등 목돈이 필요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결국 대출뿐이다.
하우스푸어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대출받아 아파트는 마련했지만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예전처럼 오르지 않는 부동산, 무리한 대출 자금 등으로 인해 생활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집을 처분하는 일이 늘고 있다.
TV를 켜기만 하면 대출광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마우스로 클릭만 몇 번 하면 인터넷으로도 대출이 가능한 세상이다. 세상은 확실히 대출을 권하는 것처럼 보인다. 돈은 일단 모은 뒤 쓰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는 집값 마련을 위해 언제까지 저축을 할 수 있을까? 적절한 시기에 받는 현명한 대출은 장기적인 인생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자가 없는 은행이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게 바로 <이슬람 은행에는 이자가 없다>는 책이다.
이 책은 유럽 이슬람 투자은행의 투자금융 파트장이자 코르도바 캐피털 창립자인 해리스 이르판이 이슬람 금융의 유래와 역사를 설명하고 향후 전망을 제시했다. 이슬람 금융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흥미로운 모색을 담고 있다.
이슬람권에선 샤리아(율법)를 통해 이자를 금지한다고 한다. 돈을 빌리면 이자를 당연히 내야 하는 우리에게 돈 자체가 돈을 낳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지적 자극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명확히 말하면 돈을 빌려주는 이는 생산 활동을 해서 생긴 수익을 분배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 활동이 없다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이자를 요구할 수 없다는 논리다.
서구 금융권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시절을 뒤로 하고 이슬람권 국가와 기업들은 ‘샤리아 율법을 준수하는 금융’이라는 이슬람 금융만의 특별한 방식을 추구하며 30년 동안 무려 36배나 성장했다. 소위 이슬람채권으로 알려진 수쿡 시장규모는 2008년만 해도 200억달러에도 못 미쳤지만 2012년부터는 1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슬람금융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이슬람금융은 세계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반 금융 산업이 금융 위기 여파에서 헤매고 있는 지금, 서구 사회에서 이슬람 금융은 중요한 자금줄로써의 역할과 금융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이자가 없다’는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읽었지만 이슬람이라는 나라와 그리고 그곳의 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이슬람국가(IS)는 테러 집단으로 몰리고 있으며, 심지어 그 중에는 한국인도 있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IS에 속아 시리아로 향하고 있는 젊은이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이슬람 금융 분야에 흥미를 가지는 현대 금융인들의 완벽한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금융업에 종사하는 분들과 일반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