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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평점 :
많은 사람이 법은 정의의 바탕 속에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법규를 지키지 않는데 나 혼자 지키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법규를 지키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에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하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된다.
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발생한 원인에는 사람들의 정의감의 상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이러한 생각은 본인의 이익을 정의라는 가치보다 우선시 하는 사고에서 생겨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 안천식 변호사가 법조인으로서 김포에 사는 어떤 토착민을 대리하여 2005년 8월경부터 2014년 9월 경 까지 약 10여 년 동안에 민사, 형사, 재정신청, 가처분까지 합하여 무려 23차례의 소송과정에서 느낀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에 대한 경험과 고백을 담았다.
저자는 무려 18차례의 민사소송을 했으나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하였으나 뻔한 사건을 너무도 명정하게 계속해서 왜곡하는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사법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닫혀있는 사법현실에 대하여 이렇게 고백 그리고 고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실은 참으로 무섭고 사법정의는 우리 일상과 너무도 멀리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자산이라면 자산입니다. 저는 그 경험의 일부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다시금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p.403) 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겪었던 사건의 전개와 더불어 소송 진행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하여 독자들이 책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고, 책의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기 쉽게 소제목을 붙여 놓았다. 그리고 매 장 끝에는 별도로 증거자료를 첨부하여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잘못된 교수 재임용 탈락에 맞서 교수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던 김명호 교수가 항소심 재판장 집을 찾아가 석궁을 쏜 혐의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 내용이 100% 사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가 건네준 메시지에 공감하고, ‘충분히 일어났음직한 사건’으로 치부하는 관객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 사법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고,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어떠한 형태로도 창설할 수 없으며, 훈장 등의 영전은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따르지 않는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헌법과 법규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건 시쳇말로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여기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가진 자나 권세가 있는 자에겐 한없이 작아지거나 흐물흐물해지고, 가진 것도 권세도 없는 자에겐 가혹하거나 빳빳한 게 대한민국의 법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그들이 적용하는 법이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요,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그 때 그 때 달~라요’가 된다고 비웃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됐을까. 권력을 쥔 자들의 부정부패와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부자들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같은 법률을 공부하였음에도 법원의 판결서는 마치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 같습니다. 전혀 대화나 소통 자체가 단절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p.355) 라고 말했다. 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저자의 생각이 그렇다면 우리같이 법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은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면서 불공정하고 정의가 왜곡되는 사회가 얼마나 위험하고 가혹한 현실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와 상관없다는 핑계로, 혹은 힘과 권력에 억눌려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공정과 왜곡된 정의에 눈감고 있을 때, 우리의 삶과 생활은 점점 더 어렵고 위험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