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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 아들러 심리학의 행복 에너지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프렌디. 친구(Friend)와 아빠(Daddy)를 조합한 말. 즉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신조어다. ‘돈 잘 버는 남자가 장땡’인 시대는 지났다. 이제 프렌디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줄 아는 남자가 좋은 아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와 학원으로만 ‘뺑뺑이’ 돌다보면 잃어버리기 쉬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키워주려는 부모들이 늘다보니, 아이들과 잘 놀아주며 정서적 교감을 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이와 교육을 하려는 부모들을 ‘프렌디’라고 한다.
이런 유행에는 어린 시절 바쁜 아버지와 같이 놀지 못해, 경제적으로는 안정이 되었지만 정서적으로는 큰 어려움을 겪었던 세대들이 부모가 되면서 내 아이에게만은 같이 놀아주는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이 자리하고 있다.
70~8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는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가 뿌리 깊었고 아버지는 집안에서 독재자처럼 보이는 경우가 흔했다. 아버지가 직장에서 돌아오시면 인사를 드리고, 아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이 식사만 했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거나 외출했다가 집에 왔을 때도 아버지께 통보에 가까운 인사를 하는 것이 예사였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아버지와 관계는 항상 서먹서먹했다.
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치매인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어떻게 하면 간호 부담을 덜 수 있을지, 간호를 필요로 하는 부모와 어떻게 하면 트러블 없이 최대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전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의 보살핌을 받다 어엿한 성인이 되고 자신만의 가정을 꾸린다. 자신이 나이 든 만큼 부모도 나이 든 모습을 발견한다. 이때 부모의 노화와 질병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경과 신뢰 관계를 재구축하는 일은 부모의 지나간 시간에 대한 헌사이자 다가올 자신의 시간에 대한 준비이다.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이 완성되는 그림은 달라진다. 그리하여 이 책은 중년과 노년 모두를 위한 책이다. 늙음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이를 직시하고 얼마나 적극적인 에너지로 바꾸는가가 중요하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치매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병으로, 5,60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자 우리나라의 80세 이상 노인들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다. 더 이상 남의 일로 보기 힘들며 두려워만 할 수도 없다. 전문의들은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치매에 대한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경험을 통해 치매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치매를 포용하고 병든 아버지와의 관계를 신뢰와 이해로 쌓고자 한다. 무엇보다 긍정과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행복한 삶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치매환자에게 잘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환자를 상대하다 보면 힘들고 화가 날 때도 많다. 하지만 저자가 제안하는 여러 가지 조언과 통찰을 좀 더 깊이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문제로 생각했던 치매에 더욱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용기와 힘과 요령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치매로 고생하는 사람을 돌보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