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 - 세계를 뒤흔든 교황, 그 뜨거운 가슴의 비밀
김은식 지음, 이윤엽 그림 / 이상한도서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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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814일 한국을 방문한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이후 25년 만에 이뤄지는 교황의 방한이자 역대 교황의 세 번째 방문이다. 가톨릭을 믿든, 믿지 않던, 한국 가톨릭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세계적인 종교행사이다.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는 봉건제가 와해되던 12세기 말 부유한 포목상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음식과 화려한 옷에 그 모든 호사를 누렸지만 어느 날, 늙은 거지의 얼굴에서 예수를 만나고 스스로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모두를 평등하고 고귀한 존재로 여긴 프란치스코 성인의 형제애는 권력과 지위의 틀에 매여 있던 교회와 세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성인은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했던 예수님처럼 살아 2의 그리스도로 불린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예수의 삶을 따라 살았다고 평가받는 성자 프란치스코의 감동적인 생애와 더불어 그 이름을 교황명으로 택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치열했던 삶을 보여준다. 이 두 프란치스코가 온몸으로 지켜낸 진정한 환대와 가난의 정신은 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너와 나 그리고 부당한 부의 축적에 대해 고민하는 이 땅의 많은 이들에게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유럽 출신의 교황이 대부분이었던 관행을 깨고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의 교황이 된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가난한 자의 벗이었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게서 이름을 물려받아 자신의 교황명을 짓는다. 그는 교황 즉위 후 교회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고 망가져 버린 경제 체제에 대한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살인을 하지 말라.’라는 십계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살인을 자행하는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사회, 힘없는 이들을 착취하고 배제하면서 한쪽에서는 무한정 부를 축적하는 오늘날의 이 비참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세월호와 이탈리아에서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콩코르디아호와 비교한다. 아프리카 난민 500여명을 실은 배가 불이 난 채 뒤집어졌는데, 우리나라 해경처럼 이탈리아 구조대원들은 팔짱 끼고 구경만 했다. 지나가던 큰 선박들도 이들을 외면해버렸다. 이들은 이탈리아 정부가 허용치 않았던 아프리카 난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유익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결정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유리하는 난민들은 눈앞에 있는 구조대원들의 방치 속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수장되어 갔다.

 

처참한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 가운데 하나는 교황 프란치스코였다. 당시 방문은 그가 교황 즉위 이후 바티칸에서 처음 행한 외부 공식방문 일정이었다. 교황은 사고 현장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통탄할 노릇이다. 극도의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세상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현 사회가 만들어낸 참혹함이다. 우리는 이제 회개해야 한다.”

 

세월호 역시 인간의 생명을 우선하기보다는 눈앞의 이익, 더 많은 유익을 얻고자 하는 욕심이 우선이었기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약자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운 슬픔 앞에 프란치스코는 슬픔의 분노를 발한다. 그리고 약자들을 향한 사랑과 관심을 촉구한다. 오늘날 가난한 삶을 사랑하라.”는 그의 가르침은, 부당하게 부를 쌓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는 이 시대에 우리 사회가 곱씹어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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