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을 잇는 청년들 - 닮고 싶은 삶, 부모와 함께 걷기
백창화.장혜원.정은영 지음, 이진하.정환정 사진 / 남해의봄날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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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이제 일일 생활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몰월드라는 말이 생겼다. ‘스몰 월드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네트워크 과학이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 작은 세계 모델의 이름이다. 네트워크 과학 입장에서 바라보면 세계의 많은 불가사의한 일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 이런 결과로 청년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가업이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는 수백년 동안 가업을 이어온 작은 가게와 그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다. 국내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가끔 소개되며 한편으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00년 이상 된 기업은 손꼽을 정도이다.

 

이 책은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도서관 관장이자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과 따뜻한 애정을 글로 소통하고 있는 작가 백창화와 장성한 20대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 서로를 마주하며 동행해 온 가업을 잇는 청년들과 그 부모들을 만나며 빛나는 삶의 조각들을 가슴에 새긴 청년들과 연령대가 가장 비슷한 장혜원과 수차례 서울과 통영을 오가며 무뚝뚝한 대한민국 아버지와 아들의 삶을 깊이 만나고자 눈을 열고, 가슴을 열기 위해 노력한 정은영이 언론과 인터넷을 뒤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가업을 잇는 청년들을 찾아 나선 결과 2년 반 만에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이 책에는 서울 강남에서 충주, 대구, 부산, 구례를 오가며 3대에 걸쳐 70여년 가업을 잇는 대장장이, 우리나라에서 6명뿐인 시계명장의 시계수리공, 삼대를 이어 전국 오일장을 도는 충청도의 족발 장돌림 삼형제,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농장을 이으려 농사를 배우고 있는 20대 오누이, 서울의 떡집 아가씨들, 조선시대부터 5대를 잇는 통영의 두석장 청년, 아버지의 고서점을 물려받는 부산의 청년 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청년들의 일은 비록 인기 직업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자긍심과 가업을 잇는다는 확신은 누구보다 단단하다. 일을 배우는 어려움도 있지만 즐거움이 더 크다는 점에서 감동이 느껴진다.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진정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이 오늘날 실업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자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소소한 일들까지 모두 공유되는, 좋은 날도, 그렇지 못한 날도 투명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다.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부모, 그리고 그 삶을 따르는 청년들. 일생을 통해 이어지는 그들의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삶을 살아가는 자세는 오늘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가업을 선택하기까지의 고민과 결심, 도전스토리를 통해서 새로운 모험보다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일을 선택하려는 요즘 청년들에게 더 넓은 시야와 깨달음을 얻고, 삶 속에서 자식들의 진정한 스승이 된 부모의 생애와 일에 대한 철학 등을 들여다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참 부모의 모습, 감동, 그리고 말이 아니라 행동하는 삶을 통해 이뤄지는 진정한 자녀 교육에 대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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