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
곽명동 지음 / 푸른봄 / 2013년 11월
평점 :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원하는 상태가 되는 일이다. 카프카는 ‘책은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아무도 내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밥을 먹는 것처럼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혹은 책 읽는 안일과 재미에 빠져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혼돈의 시기가 온다. 이때 멘토가 필요하다. 제게는 책을 위한 책이 도움을 주었다.
책은 밥상이라고 하며 바람의 딸에서 가슴 뛰는 일을 찾은 한비야는 저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특히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는 소설가 김연수의 글은 게으름을 피우는 내게 비수처럼 날아온다. 사실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팍팍하고 힘든다. 88만 원 세대 혹은 워킹푸어가 늘어가는 사회에서 현재는 불안하고 미래는 깜깜하고 아찔하기까지 한다. 책은 적금통장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꽉 붙잡아준다.
이 책은 경향닷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현재 포커스신문에서 영화와 공연 등 대중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곽명동씨가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읽고 감상을 기록한 진솔한 이야기이다. 대학신문사에서 신문을 만들던 시절부터 철원의 군생활, 전역 후 IMF가 터지며 불안했던 청춘의 그 시절이 독서일기 속에 녹아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곳은 ‘여기’가 아닌 ‘저기’이고, ‘당연’이 아니라 ‘의문’이고, ‘동질성’이 아니라 ‘이질성’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일 것이다.”(p.4) 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진솔한 일상을 숨김없이 속살을 들어내듯 기록한 일기 속에는 생에 대한 고민의 자취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청춘의 시절에 품었던 의문이라든지, 책을 통해 그 답을 구하려 했던 사유의 흔적들이 시대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생동감 있게 녹여졌다.
저자는 책을 쓰는 이유를 “책을 읽고 배운 지식과 느낀 감동을 쓰다보면 책과 나사이의 거리가 좁혀진다.”고 하면서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위로와 지혜를 만나 하나의 작은 통찰이 되어 기록됐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저자가 말하듯 ‘감동뿐 아니라 지혜를, 지혜뿐 아니라 위로를, 위로뿐 아니라 치유를, 치유뿐 아니라 소망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다. 책을 통해 길을 찾고자 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는 한발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의 일기장에 담긴 청춘의 기록에서 의미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서평을 마치면서 일러스트레이트 조승연의 말을 인용한다. “한 청년의 성실한 독서의 기록인 이 책은 세상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