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쉴 새 없이 내리는 장맛비와 불볕더위로 야외활동을 꺼리게 되는 시기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실내 활동이 잦은 이때가 책을 읽기에 적합한 계절이 아닐까. 탁 트인 나무그늘이나 선풍기 바람 시원한 거실에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는 쏠쏠한 재미는 여느 피서지의 즐거움 못지않다. 짙은 책 냄새에 이끌려 추억의 도서를 책장에서 꺼내보던 기억을 품은 여름날의 독서삼매경. 장마철 눅눅함을 날려 보내고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적셔줄 단비 같은 책, 공들여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덧 여름은 저만치 물러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여성작가로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그녀의 신상은 거의 드러나지 않은 은둔의 작가로 더욱 유명한 엘레나 페란테의 대표소설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남편에게서 일방적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고 상실의 고통에 빠지게 된 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여성심리소설이다.

믿고 사랑하던 남편에게 버림당한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하게 묘사하여 출간 당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48주 동안 이탈리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쉽게 상처받게 되는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파고드는 작품으로, 로베르토 파엔자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제6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부문에까지 올랐다.

주인공 올가는 결혼을 하여 생활한지 15년이 되었다. 그는 아이 둘을 키우는 서른여덟의 평범한 주부였다. 평소와 다름없던 4월의 어느 날 오후, 올가는 갑자기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남편의 행동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올가는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생긴 것인지 이유를 알기 위해 하나씩 자신의 결혼 생활을 되짚어 본다.

남편에게 버려졌다는 상황은 의식 깊은 곳에 덮어 두었던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들을 상기시키고 올가는 차츰 남편과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에 빠지게 된다.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과 두 아이의 양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 올가의 몸과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그동안 숨겨왔던 다른 여자의 존재가 밝혀지고 키우는 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의 고통에 괴로워 하다가 죽고 말았다. 아이는 열병으로 쓰러지고 현관문이 고장이 나 집 안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등, 모든 상황이 그녀를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 올가는 자제력을 상실한 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었다.

올가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책을 출간할 메모를 쓰고 있었다. 자신을 세밀하게 살피면서 끔찍했던 몇 달간의 불행을 되새기면서 자신을 냉정하게 연구하고 싶었다. 그리고 카라노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신뢰의 세상에서 치유되게끔 신중하게 마음을 써주었다. 그는 찬란한 음악으로 가슴을 부풀게 하고 삶의 감동을 전하는 연주자로 바꾸면서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올가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그는 마음속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평온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이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을 수 없다. 상처입은 여성의 마음을 섬세하게 어루만져 주는 정말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비 그렇게 쏟아지던 비도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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