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개정증보판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인 이어령은 70이 넘는 인생을 살면서 한국의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내기도 했고, 사회의 각계각층으로부터 존경받는 삶을 살았지만, 무엇보다 소중했던 손자를 잃고 자신의 딸마저 실명의 위기에 처하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적처럼 하나님을 만나 크리스천으로서 새 삶을 살게 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기회가 되었다.

성경 로마서 8장 28절에는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고 했다.

이 책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는 지난 2008년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된 동명 시집의 개정증보판이다. 같은 제목으로 다시 나온 이 시집에는 문학세계사판에 수록하지 않았던 9편의 미발표 신작시를 포함해 총 70편의 시가 실렸다. 대학 시절 서울대 학보에 투고한 시부터 가장 최근 쓴 시까지 포함돼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랑 상실 분노 슬픔 고독 어머니 하나님을 노래한다. 시 곳곳에는 깨달은 자의 지혜로운 통찰과 겸허함이 나타나고 있는데, 시집에 수록된 한 편 한 편의 시들은 연륜과 감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진정성과 호소력을 얻고 있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는 교토연구원 시절, 쌀자루를 지고 오다 깊은 깨달음으로 기도의 무릎을 꿇게 된 고백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쌀자루를 채우기 위해서 기도를 드리지만 오히려 이 무신론자는 무거운 쌀자루를 비우고 내려놓기 위해서 그리고 방안을 물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혼으로 채우기 위해서 기도를 올렸던 겁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 어머니들에게 드리는 시에서는 ‘눈물이 무지개 된다고 하더니만’ 꽁보리밥을 싸가지고 학교에 가서 창피했던 기억들과 어머니의 ‘왜 도시락 먹지 않고 그냥 왔냐?’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둘째, 나에게 쓰는 시 ‘혼자 읽는 자서전’에서는 내 몸속의 사계절을 통해 머리카락 위로 무서리가 내려 하얗케 세고 삭풍 속에서 나목처럼 바람에 나부끼면 그때 내가 겨울이 되었음을 나는 느낀다.

셋째, 시인에게 쓰는 시 ‘시인의 사계절’에서는 봄의 시인, 여름의 시인, 가을의 시인, 겨울의 시인들은 삶을 노래하지 않고 파내고 캐낸다. 가지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나목처럼 심줄만 남은 언어로 늙은 시인은 슬프고 찬란한 시를 쓴다고 한다.

넷째, 한국인들에게 ‘내일은 없어도’에서는 벼랑 끝입니다. 날게 하소서. 지금도 떨어지는 꽃들이 있어 강물은 잠들지 않는다. 다섯째, 하나님에게 쓰는 시 ‘포도밭에서 일할 때’에서는 이 포도밭은 당신의 것 당신이 이 포도밭 주인이라고 그분이 목말라할 때 신 포도주가 되지 않도록 사람들은 새벽에 이어나 포도를 딴다 하더라. 내가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요 오직 한 분의 입술을 적시기 위해서라고 말한다고 하더라. 포도로 빚은 술은 사람의 피보다 더 붉다하더라 내가 포도밭에서 일할 때 그런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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