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 ㅣ 메이트북스 슬림북 10
미셸 몽테뉴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인생이란 결국 타인의 시선과 끊임없이 겨루는 과정이었다.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골몰하고, 세상이 요구하는 정답에 맞춰 자신을 다듬어 가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 부었던가. 칠십 평생을 살아오고 목회 현장을 떠나 고요히 서재에 앉아 있는 지금, 미셸 몽테뉴의 <수상록>을 재구성한 이 책 <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16세기 종교전쟁의 참혹한 광풍 속에서 몽테뉴는 자신의 영지에 있는 탑 속에 들어가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그리고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수상록>이다. 이 책은 몽테뉴가 관찰한 사람의 본성, 인간적 약점, 그리고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지혜롭게 담아내고 있다. 몽테뉴는 자신을 결코 대단한 성인이나 완벽한 철학자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건망증, 소심함,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담담한 질문을 던진다.

칠십 대의 눈으로 바라본 몽테뉴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 ‘솔직함’에 있다. 평생을 말씀과 인격을 바로 세우려 애써온 목회자의 삶 역시 돌이켜보면 때로는 거룩함이라는 무거운 옷에 눌려 스스로를 솔직하게 대면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존재한다. 타인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연약함이나 흔들림을 숨기려 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몽테뉴는 명확히 말한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혜는 어떤 위대한 진리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경 역시 끊임없이 우리에게 겸손과 정직을 요구한다. 스스로 똑똑하다 여기거나 의롭다 믿는 오만이 삶을 그릇되게 만들듯, 몽테뉴가 경계한 것도 바로 ‘아는 척하는 오만’이었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더 완벽해지며,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인생의 노년에 다다라 깨닫는 것은 타인의 평가나 외적인 성취가 인생의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 앞에서 얼마나 정직하게 살아왔는가가 삶의 진정한 무게를 결정한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시각에서도 깊은 성찰을 준다. 몽테뉴에게 죽음은 두려워하며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마무리이자 매일 연습해야 할 삶의 일부였다. 노년이란 다가올 마지막 순간을 겸허히 준비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은혜의 시기다. 몽테뉴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고, 남아 있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더 솔직하고 진실하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사유만 남는다.

<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는 비단 노년뿐만 아니라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며 불안해하는 이 시대 모든 현대인에게 필요한 약과 같다. 거짓된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대화를 시작할 때, 비로소 내면의 참된 평안과 자유가 찾아온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남은 길을 정직하게 걸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훌륭한 나침반이자 인생의 고백록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