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
릴리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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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덧 일흔이라는 나이의 언덕에 올라 지나온 삶을 돌아본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의 나 역시 매 순간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먹고사는 일의 고단함,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중압감, 그리고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늘 어깨를 짓눌렀다. 지금 세대의 청년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우리가 살던 때보다 더 복잡하고 치열해진 세상을 버텨내느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타국을 떠돌며 자신만의 삶을 일구어낸 저자 릴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칠십 평생을 살아온 늙은이의 마음마저 묘하게 흔들어 놓았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8년 동안 워킹홀리데이로 살아온 청춘의 고백.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 불안한 미래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단단하게 자신을 세워가는 모습이 지면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내 자식이나 손주 같아서 늘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 남들과 비슷한 궤도에 들어가려고 숨 가쁘게 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벗어난 순간부터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당당히 말한다. 낯선 땅에서 육체노동을 하고,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묵묵히 발견해 나간다. 그 치열함과 담대함이 무척이나 미쁘고 대견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미래보다 과거와 친해지는 일이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지다 보니, ‘그때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미련을 품을 때가 있다. 우리는 늘 미래가 확정되어 있어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직장을 구하고, 집을 사고, 자식을 키우며 눈앞의 불확실성을 지우려 평생을 매달린다. 그러나 일흔의 나이에 도달해 깨달은 바는, 세상에 완벽하게 선명한 미래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언제나 흔들리고 예측을 비껴간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미래가 아무리 흐릿하고 불안할지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 얼마나 또렷한가이다. 세상의 풍랑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관과 기준을 선명하게 세운다면, 어떤 낯선 땅, 어떤 불확실한 상황에 떨어져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 저자가 낯선 타국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지혜는 칠십 년을 산 늙은이가 인생의 후반전에서 되새기는 교훈과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인생은 완성된 지도를 들고 찾아가는 탐험이 아니라, 한 발짝씩 걸어가며 스스로 길을 만드는 여정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나온 나의 청춘과 지금을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의 얼굴이 겹쳐졌다. 정해진 틀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해서 낙오한 것이 아니며, 남들과 다른 속도로 걸어간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니다. 불확실함 자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바로 세우는 저자의 선명한 시선은,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따뜻하고도 강렬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손주 같은 저자에게 나지막이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참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미래가 선명하지 않아도 좋으니 지금처럼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선명한 사람으로 계속 걸어가라고 말이다. 일흔이라는 나이에 읽어도 참으로 마음이 훈훈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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