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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바나나&포토샵 디자인 아이디어북
코네크리.이토쿠니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시선의 깊이도 변하는 법이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나노바나나'와 '포토샵'이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제목을 단 책을 펼쳐 들었을 때, 솔직히 약간의 생경함과 거부감이 먼저 찾아왔다. 화면 속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디자인 요소들은 우리 세대가 살아온 액자 속의 정물화나 빛바랜 흑백 사진과는 사뭇 다른 세상의 언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책은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단편적인 기능 설명서가 아니라, 디지털 도구를 통해 인간의 상상력을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시각적 안내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친절함과 명확성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복잡한 이론이나 지나치게 빽빽한 글귀보다는, 시각적으로 직관적이고 핵심을 꿰뚫는 설명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법이다. 저자는 '디자인 아이디어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저자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시작되어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로 구현되는지 그 과정을 단계별로 명료하게 보여준다. 포토샵이라는 정교하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도구를 다룸에 있어, 복잡한 기능적 나열에 매몰되지 않고 '아이디어'를 중심축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나노바나나라는 독특하고 유쾌한 네이밍이 시사하듯, 책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경쾌하면서도 정교하다.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디자인 언어와 감각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그들이 무엇에 매료되고 무엇을 시각적 미학으로 인식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옛날 수묵화를 그릴 때 붓끝의 먹물이 여백을 채워가듯, 포토샵의 레이어와 필터가 스크린이라는 여백 위에서 어떻게 조합되고 깊이를 더해가는지 관찰하는 과정은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도구는 변했을지언정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물론, 이 책이 다루는 영역이 매우 전문적이고 시각 예술의 최전선에 서 있다 보니, 디지털 기술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다. 용어나 테크닉 측면에서 세심한 사색보다는 빠른 실무적 응용을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단단한 기초 아이디어가 디자인의 완성도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보여주는 지점에서는 인생의 과업을 하나씩 완성해 가던 우리 세대의 숙련된 노련함과도 궤를 같이한다.

결국 이 책은 포토샵 기술을 익히려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70대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도 현대 디지털 시각 문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창문 역할을 해준다. 시대를 불문하고 좋은 디자인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준 기분 좋은 도서다.
디자인 테크닉을 넘어 발상 기법을 익히고 싶은 젊은 크리에이터와, 현란한 요즘 디지털 시각 문화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새로운 감각을 배우고자 하는 정년 이후의 사색가 모두에게 기꺼이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