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7 - 2027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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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책방 한구석을 붉게 물들이는 책이 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다. 머리가 희끗해진 일흔의 나이에 당장 내일의 소비 트렌드가 무슨 대수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재에 앉아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이어가는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시장 분석서가 아니다. 그것은 세대가 교체되고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을 가늠하게 해주는 가장 정교한 일기예보이자, 아이들과 손주 세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투명한 창이다.

 

이번 <트렌드 코리아 2027>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키워드는 ‘알파쉽(Alpha Sheep)’이다. 양 무리 맨 앞에서 변화를 이끄는 우두머리처럼, 인공지능과 양극화의 거센 파도 속에서 능동적인 실행력으로 자기 삶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생성형 AI 도구를 서재로 들여와 글을 쓰고 인포그래픽을 만들며 일상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나로서는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라 뒷걸음질 치기보다, 70대의 삶에 맞게 AI라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길들이는 삶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알파’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책이 진단하는 한국 사회의 표정은 자못 다층적이다. 기술의 고도화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인간적인 온기와 근본적인 가치를 더욱 간절히 열망한다. 지능화된 디지털 세상일수록 사람의 손길과 판단이 담긴 가치가 빛을 발한다는 분석은, 평생 삶의 궤적을 차곡차곡 쌓아온 노년의 지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신을 준다. 신체적 스피드는 청년들에게 양보할지언정,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통찰과 맥락을 짚어내는 눈은 세월이라는 훈장을 단 우리 세대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흔히 노년의 삶을 과거를 추억하는 잔잔한 항구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내 안에서는 오히려 세상을 향한 뜨거운 호기심이 다시 불붙는 것을 느낀다. 자녀들과 만나 따뜻한 돌솥밥이나 회냉면을 나누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이 책에서 읽은 요즘 세상의 흐름을 슬그머니 얹어보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옛날 이야기’에 갇힌 노인이 아니라 ‘지금의 세상’을 함께 읽어내는 대화 상대가 되는 것이다.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타인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한 따뜻한 노력이기도 하다.

 

70대에게 독서와 글쓰기는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나만의 이타카를 찾아 떠나는 거룩한 항해이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삶의 동력을 부여하는 일이다. 편안함에 안주하라는 내면의 게으름에 저항하며, 매일 서재의 돛을 올리고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순간 우리는 나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이 제시하는 변화의 파도는 결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파가 아무리 거세게 몰아치고 새로운 문물이 쏟아져 나와도, 삶이라는 배의 키를 쥐고 항해하는 이는 결국 나 자신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나의 서재라는 작은 항구에서 다시금 마음의 돛을 바짝 당겨 쥔다. 변화하는 세상을 즐거운 눈으로 바라보며 통찰의 노를 저어가는 일, 70대의 오늘부터 시작될 진짜 멋진 항해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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