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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솔로몬 - 오늘을 빼앗긴 당신에게 건네는 3,000년 지혜의 인생 처방전
신동운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참 많은 것을 겪었다. 가난을 벗어나려 발버둥 쳤고, 처자식 건사하느라 앞만 보고 달렸다. 치열했던 젊음이 지나가고 은퇴 후 내게 남은 것은 주름진 손과 제법 커버린 자식들, 그리고 조금은 쓸쓸한 여유뿐이다. 이 나이가 되니 세상의 온갖 자기계발서나 성공을 보장한다는 비법서 같은 책들은 통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삶의 본질을 꿰뚫는 묵직한 고전에 마음이 간다. 그러다 우연히 신동운 선생이 엮고 번역한 <초역 솔로몬>을 집어 들었다. 젊은 시절 스치듯 읽었던 솔로몬의 잠언과 전도서가, 머리가 하얗게 센 지금에야 비로소 가슴을 치는 진짜 지혜로 다가왔다.

솔로몬이 누구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와 권력, 명예를 누렸던 왕이 아닌가. 그러나 그가 노년에 남긴 전도서의 첫 일성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였다.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젊어서는 그 ‘헛되다’는 말을 패배주의나 노인네의 허무주의로 치부했다. 하지만 칠십 고개를 넘어보니 안다. 내가 움켜쥐려 했던 재물, 남들에게 인정받으려 기를 썼던 알량한 명예가 결국엔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았음을 말이다. 솔로몬은 모든 것을 다 가져본 후에야 그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신동운의 초역은 이 무거운 깨달음을 현대적인 언어로 정제하여, 삶을 관조해야 하는 노년의 내게 큰 위로와 공감을 안겨준다. 내 손에 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내게 주어진 하루의 소박한 기쁨이 얼마나 대단한 축복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다.

책에 담긴 잠언의 구절들은 남은 여생을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명확한 나침반이다. 특히 ‘말’에 대한 지혜는 여러 번 곱씹게 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초역 솔로몬>은 더 깊은 통찰을 준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니라”라는 구절처럼, 노년의 언어는 정제되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자식이나 젊은이들에게 내 낡은 경험을 강요하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솔로몬이 강조한 ‘듣는 지혜’와 ‘겸손’을 옷 입듯 둘러야 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지난날 내 가벼운 입방정으로 상처받았을 사람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맑은 거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신동운 저자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자칫 딱딱하고 종교적인 텍스트로 갇힐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누구나 쉽게 읽고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초역’이라는 형식으로 깔끔하게 뽑아냈다. 눈이 침침한 노인도 머리맡에 두고 한 구절씩 음미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짚어주는 편역 덕분에, 복잡한 배경지식 없이도 솔로몬이라는 위대한 인간이 후세에 남기고 싶었던 절절한 인생의 비기를 오롯이 흡수할 수 있다.

인생 칠십, 고희(古稀)라 했다. 뜻대로 되는 것보다 되지 않는 것이 더 많았던 지난날을 원망하기보다, 이제는 <초역 솔로몬>이 들려주는 지혜에 기대어 마음의 평수를 넓히고 싶다. 남은 날들은 아등바등 채우려 하기보다 아름답게 비워내는 연습을 하련다. 이 책은 나처럼 인생의 늦가을을 걷고 있는 동배들에게는 삶을 포용하는 넉넉함을, 치열한 경쟁 속에 내몰린 젊은이들에게는 삶의 진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귀한 죽비가 될 것이다. 곁에 두고 매일 아침 한 구절씩 읽으며, 그저 나이만 먹은 늙은이가 아니라 지혜롭게 나이 든 ‘어른’으로 남은 생을 반듯하게 다듬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