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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
사카구치 유키히로 외 지음, 황정원 옮김 / 포텐업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상실의 아픔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결코 무뎌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월이 쌓일수록 쌀쌀한 바람에도 가슴 한구석이 뚫린 듯 서늘해지는 날이 많아진다. 사카구치 유키히로와 아카타 지즈루가 함께 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는 바로 그 서늘한 빈자리를 가만히 안아주는 책이다. 인생의 칠십 고개를 넘어 서재에 앉아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이름들이 하나 둘 떠올라 조용히 마음을 흔들었다.
이 책은 사별과 이별,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상실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다루는 애도(哀悼)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들은 상실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나 빠르게 털어내야 할 병리적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슬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충분히 아파하며, 고인과의 관계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섬세한 언어로 풀어낸다. “슬픔을 잊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삶의 굽이굽이를 지나온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칠십 대라는 나이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지는 시기이자, 자연스럽게 ‘만남’보다 ‘이별’에 더 익숙해져야 하는 계절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님, 어릴 적 골목길을 함께 누비던 친구들, 혹은 먼저 길을 떠난 동반자나 소중한 이들… 밤이 깊어 오고 서재의 불빛이 옅어질 때면 그들의 얼굴이 환영처럼 스쳐 지나가곤 한다. 젊은 시절에는 덧없는 슬픔에 빠져 있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져 어떻게든 바쁘게 몸을 움직여 잊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억지로 슬픔을 억누르거나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슬퍼할 수 있을 때 마음껏 그리워하는 것이야말로 떠난 이에 대한 가장 깊은 애정이자 예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들은 상실 이후의 삶을 ‘연결의 재구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육체는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들과 나누었던 기억, 그들이 남긴 말 한마디, 함께 걸었던 길의 온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기억을 내 삶의 새로운 양분으로 삼아 가슴 한쪽에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그리하여 그들과 함께 계속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애도의 참된 의미다.

책의 문장들은 결코 과장되거나 거창하지 않다. 덤덤하면서도 아늑한 문체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이 다가와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괜찮다, 그렇게 목놓아 울어도 되고 가만히 그리워해도 된다”고 토닥여주는 듯하다. 사별의 아픔을 안고 홀로 밤을 지새우는 수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다정한 위로가 되어준다.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며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놓아주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만큼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손쉽게 놓아지지 않는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는 그 차오르는 그리움을 억지로 비워내지 말고, 그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듯 고요히 품어 안으라고 나지막이 건넨다.
오늘 밤, 그리운 이의 이름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잠청할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지나온 날들의 이별에 여전히 가슴 아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덮으며 깨닫는다. 이제는 만날 수 없어 보고 싶은 당신이 생각나는 밤이 결코 외롭거나 쓸쓸하기만 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 밤은 내 삶이 한층 더 깊어지고, 당신이 내 안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가장 따뜻한 시간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