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황혼녘인 70대에 이르러 이 책의 제목을 마주했을 때,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면서도 묵직하게 울렸다. <운명은 의심을 멈추는 순간 시작된다>. 잔다르크라는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인물의 이름이 단단하게 박힌 표지를 펼치며, 지나온 반평생의 기억들이 마치 오래된 흑백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흔이라는 나이는 돌아볼 것은 한없이 많지만 앞을 다투어 달려갈 날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나이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세상을 알 만큼 안다고 자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와서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계절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생의 막바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통념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책은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의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심이란 타인에 대한 불신에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깎아내리는 불확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만든 주저함, 그리고 “과연 내 삶에 어떤 의미가 더 남아있을까”라는 허무주의적 회의를 모두 포함한다. 책을 읽는 내내 지난날의 내가 떠올랐다. 청춘의 시절에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고, 중년의 시절에는 가족과 생계를 짊어졌다는 핑계로 꿈을 뒤로 미루었다. 그리고 노년에 접어든 지금은 나이라는 벽을 핑계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자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게 된다.

저자는 스스로를 향한 불신을 거두어내고 자기 안의 신념과 직관을 온전히 믿는 순간, 비로소 인간은 자신의 주체적인 ‘운명’을 개척하기 시작한다고 역설한다. 잔다르크가 역사 속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결단과 행동력은 단지 신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사명에 대한 단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던 순수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70년의 세월을 살며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사람을 진짜 늙게 만드는 것은 눈가의 주름이나 허약해진 육체가 아니라 바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라는 점이다. 의심이 스며드는 순간 삶은 타성에 젖고, 변화에 대한 열정은 식어버린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운명은 정해진 숙명이 아니라, 의심을 거둔 자가 써 내려가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라는 메시지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꿈을 꿀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도전이나 마음속 깊은 열망을 포기하는 것은, 내 삶의 마지막 장을 스스로 성급히 덮어버리는 것과 같다.

책장을 덮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70대의 삶은 석양과 같다. 하지만 석양 역시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빛을 발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법이다. 이제는 내 안의 불안과 회의를 내려놓고자 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무엇을 하겠어?”라는 의심을 멈추는 바로 그 순간, 나의 두 번째 운명 또한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이 책은 인생의 황혼길에서 삶의 방향을 잃고 멈춰 서 있는 나와 같은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한계에 갇혀 망설이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가슴속 불꽃을 지펴주는 귀한 안내서다. 삶의 막바지에서도 운명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