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을 알면 삶이 보인다
이상재 지음 / 작가와비평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이별을 경험했다. 부모님을 여의고, 오랜 세월 함께 정을 나누던 동창과 지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청년 시절의 죽음은 까마득한 타인의 일처럼 느껴졌고, 장년 시절의 죽음은 바쁜 일상 뒤편으로 숨겨두고 싶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칠십 대라는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지금, 죽음은 더 이상 멀리 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조만간 찾아올 삶의 자연스러운 손님이 되었다. 이상재 선생의 <죽음을 알면 삶이 보인다>라는 책을 집어 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남아 있는 생의 시간을 어떻게 정돈하고,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담담하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지혜를 얻고 싶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죽음을 통제할 수 없는 공포나 삶의 비극적인 종말이 아닌,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과정이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가장 정직한 거울로 조명한다. 우리는 보통 죽음을 말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고 쉬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똑바로 직시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의 소중함과 가치가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책이 전하는 이 담담한 메시지는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고 있는 내 마음에 깊은 울림과 위로를 주었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의 삶은 늘 무언가를 더 채우고 거두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더 많은 물질을 얻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르며, 내 뜻과 고집을 타인에게 관철시키는 것이 잘 살아가는 삶이라 믿었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장을 바라보는 이 순간, 그토록 집착했던 수많은 것들이 결국은 손안의 모래처럼 사라져 버릴 껍데기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저자의 말처럼 죽음이라는 명확한 한계를 인식할 때, 비로소 내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영안이 열린다.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조용히 살폈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아쉬움, 여전히 내려놓지 못한 작은 고집과 자존심, 그리고 아직 서운함이 남아 있는 인간관계의 앙금들이 보였다. 죽음을 아는 삶이란 결국 '잘 비워내는 삶'이다. 남아 있는 삶의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것을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 묵은 감정들을 털어내고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일이다. 자녀들에게 내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축복해 주는 것, 그리고 지나온 내 삶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복종의 태도야말로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성숙한 자세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이라는 명제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눈앞의 안개를 걷어주는 따뜻한 안내서가 되어주고,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어떻게 가치 있게 살아야 할지 일깨워주는 소중한 지침서다.

인생의 황혼길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죽음은 삶의 파괴가 아니라, 온전한 완성이다. 이제는 다가올 종착역을 두려워하기보다, 내게 허락된 하루하루를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감사히 누리고 내 마음의 왕좌를 내려놓으며 진정한 평안 속에서 삶을 아름답게 완성해 가고자 다짐해 본다.
이 책을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며 노년의 삶과 마무리를 의미 있게 준비하고자 하는 동년배들, 그리고 삶의 번잡함 속에서 참된 방향과 평안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