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
박용남 편역 / 리미트리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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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어서면 세상이 정해놓은 경계선이 점점 또렷해진다. 체력의 한계, 기억력의 감퇴,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늦었다는 사회적·심리적 테두리다. 고전이란 대개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느껴지기 십상이지만, 박용남 편역의 <오디세이아>를 서재에 가만히 펼쳐 들고 읽어 내려간 시간은 내 안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거친 항해사를 다시 일깨우는 묵직하고도 유쾌한 경험이었다.

 

호메로스의 원작을 다듬은 이 책에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건넜던 바다는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와 달콤한 유혹의 사이렌, 그리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만들어낸 인간 한계의 시험대였다.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시련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지혜와 의지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그 험난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모습이 우리네 인생길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나의 70년 생애를 가만히 돌이켜보았다. 젊은 시절에는 생계와 가정을 위해, 그리고 직장이라는 거대한 돛단배를 조종하느라 정작 나라는 선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은퇴 후 비로소 내 서재라는 작은 항구에 닻을 내렸을 때, 문득 삶의 두려움이 엄습하곤 했다. 이제 항해는 끝난 것인가, 아니면 그저 잔잔한 항구에 머물다 스러져가는 것인가 하는 쓸쓸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박용남의 문장으로 재탄생한 오디세우스의 고투는 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인다. 인생의 진정한 오디세이아는 나이와 상관없이 배움과 탐구를 멈추지 않는 순간마다 새로 시작된다고 말이다. 오디세우스가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갈 때 사용했던 지혜와 용기, 그리고 노 젓는 기술은 오늘날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나 새로운 지식을 향한 열정까지 내려놓을 필요는 전혀 없다.

 

특히 마음을 끌었던 것은 오디세우스가 만난 사이렌의 존재다. 귀향길에 만난 사이렌의 노래는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오늘날 70대의 나이로 살아가는 나에게 사이렌의 노래는 바로 편안함과 익숙함에 안주하라는 무력감일 것이다. “이제 쉴 때도 됐잖아”, “새로운 걸 배워서 뭐 하겠어라는 내면의 목소리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달콤한 유혹에 돛대에 몸을 묶어서라도 저항하고, 다시 펜을 잡고 생각의 노를 저으라고 독려한다.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선 이들에게 읽기와 쓰기는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나만의 이타카를 찾아가는 거룩한 항해다. 비록 신체적 스피드는 예전만 못할지언정, 오랜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삶의 궤적과 깊이 있는 통찰이 더해진 지금이야말로 가장 깊고 풍성한 독서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나 역시 매일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새로운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려 애쓰고 있다. 그 시간들이야말로 내 삶을 여전히 살아있게 만드는 진짜 동력이다.

 

<오디세이아>라는 고전이 오늘날 나에게 준 진정한 메시지는 단순한 영웅의 신화가 아니라 제한을 두지 않는 삶의 태도. 책장을 덮으며 나는 나의 서재라는 항구에서 다시금 마음의 돛을 올린다. 세파가 아무리 거세고 세월이 흐른다 해도, 내 삶의 오디세이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한계를 뛰어넘어 깊이를 더해가는 진짜 항해는 바로 지금, 70대의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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