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 - 인공지능의 뒷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은성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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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로 사방이 시끄럽다. 화면 속에서 순식간에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내는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무런 결점도 없고 어떠한 편향도 없는 순수한 지능이 새로 탄생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평생을 살아오며 수많은 기술의 등장과 변화를 목격한 70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AI는 기대와 동시에 서늘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과연 완전무결하고 순수한 기술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김은성의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이러한 의문에 명쾌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답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기술이 언제나 그것을 만든 인간 사회의 욕망,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 그리고 편견과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서술한다. AI가 출력하는 그럴듯한 결과물은 하늘에서 떨어진 신성한 지혜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인간이 축적해 온 데이터의 집합체이며, 그 데이터 안에는 인간 사회가 가진 불평등과 오류, 왜곡된 시선이 그대로 담겨 있다. 결국 AI는 인간을映照하는 거울일 뿐, 어떠한 맥락도 벗어난 순수한 존재일 수 없다는 저자의 지적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을 오래 살아온 이들은 안다. 아무리 뛰어난 도구가 등장해도, 그 도구를 쥐고 사용하는 주체는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 산업화 시절에도,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던 시절에도 기술은 늘 삶의 편의를 약속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불평등과 소외를 낳았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 그 자체는 중립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과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기준,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목적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의도와 권력이 개입된다. 책은 이러한 기술 사회학적 시선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AI에 대한 찬사나 막연한 공포를 거두고, 냉철한 눈으로 기술의 본질을 직시하게 한다.

 

특히 마음을 울리는 부분은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해 나갈수록 역설적으로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실해진다는 점이다. AI가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고 답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삶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공감이나 오랜 세월 속에서 축적된 지혜, 타인의 상처를 보듬는 온기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오랜 세월을 거쳐오며 쌓아온 삶의 궤적과 통찰은 데이터 몇 줄로 단순하게 요약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단순히 AI의 기술적 한계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책임에 대해 엄중하게 묻는다. 기술의 편리함에 마비되어 판단을 맡겨버릴 것인가, 아니면 기술의 이면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며 주체적인 삶을 이어나갈 것인가.

 

청년 시절부터 수많은 시대의 변혁을 지나온 70대의 시선에서, 이 책은 기술을 향한盲目적인 신화를 깨뜨리고 인간 고유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귀한 지침서가 된다.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특히 인생의 깊은 궤적을 지나온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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