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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 MBC 라디오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여성시대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칠십을 넘어서면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눈길이 점차 순해지기 마련이다. 격정의 시대를 지나오며 치열하게 다투었던 명분이나 성패의 기억도 세월의 이끼 밑으로 덮이고, 결국 마지막까지 가슴에 남아 온기를 전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았던 다정한 말 한마디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에 전달된 애청자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바로 그 평범하지만 위대한 삶의 진실을 나직한 목소리로 전해주는 작품이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곳에는 화려한 문식이나 잘 가다듬어진 미문이 아닌, 저마다의 삶터에서 땀 흘리며 건져 올린 생생한 언어들이 가득했다. 가난한 시절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했던 부모님의 안타까운 고백, 자식을 키우며 밤잠을 설치던 어미의 애타는 마음, 고된 노동 속에서도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주던 이웃의 온기가 행간마다 짙게 베어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타인의 사연을 청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춘과 장년을 거쳐 노년에 도달한 내 자신의 지나온 삶을 가만히 조명해보게 만든다.

특히 가슴을 울린 대목은 일상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타인을 향해 다정한 말을 건네는 인내의 순간들이었다. 살다 보면 삶의 무게가 무거워 남에게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고 싶을 때가 왜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수록된 이들은 말을 아끼고, 상처 대신 위로를 건네며, 견디기 힘든 고단함을 따뜻한 한마디로 녹여낸다. 70년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것은 거창한 담론이나 타당한 논리가 아니라 바로 이런 작고 소박한 말의 온도라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유난히 격동적이었고, 생존을 위해 각박해질 수밖에 없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 책 속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으며 깨닫는다. 그 힘겨운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던 힘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 던져준 “밥은 먹었느냐”, “고생 많았다”, “괜찮다”라는 다정한 한마디 덕분이었음을 말이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책의 제목은 결코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인간은 정말로 서로가 나누는 말의 온기를 양분 삼아 하루를 견디고 일상을 살아내는 존재인 것이다.

남은 생 동안 내가 타인에게 남길 언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를 빙자해 잔소리가 늘어가거나 판단하려 들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진정한 어른의 언어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그것은 그저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며, 따뜻한 온도를 담아 건네는 다정한 말일 터이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삶의 후반부를 걸어가는 이들에게는 과거에 받은 따뜻한 말을 추억하게 하고, 다가올 날들 동안 타인에게 어떤 말을 건네며 살아가야 할지 깊은 울림을 준다.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며, 삶에 지친 모든 세대에게 권하고 싶은 온기 가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