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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약초산나물 50
이상각 지음 / 아마존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어서며 삶의 속도를 줄이고 나니,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젊은 시절 출퇴근길에는 그저 지나치는 잡초이자 들풀에 불과했던 것들이, 이제는 저마다의 이름과 쓰임새를 지닌 고귀한 생명으로 다가온다. 이상각 저자의 <한국의 약초 산나물 50>을 서재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한 장 한 장 넘겨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문학적 미사여구나 복잡한 세태 비판 대신, 우리 땅의 흙냄새와 풀향기가 가득 담긴 이 책은 노년의 삶에 조용한 안식과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초와 산나물 50가지를 엄선하여, 그 생태적 특성과 효능, 그리고 실생활에서의 활용법을 담백하게 정돈해 놓았다. 저자는 학술적인 전문 용어에만 치우치지 않고, 마치 시골 장터나 산길에서 만난 친절한 동네 어르신이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근한 필치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덕분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이라도 부담 없이 책장에 빠져들게 만드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책에 담긴 식물들의 절제된 생명력이다. 곰취, 곤드레, 두릅처럼 봄철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반가운 산나물부터 민들레, 쑥, 엉겅퀴처럼 길가나 밭두렁에서 흔히 보이는 약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모진 비바람과 추위를 견뎌내며 뿌리를 내린 고요한 생존 방식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치열했던 청춘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삶의 여백을 마주한 70대의 눈으로 바라보니,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제 때에 맞춰 싹을 틔우는 저 들풀들의 삶이 곧 우리네 인생사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식물도감을 넘어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실용적인 안내서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지고 자연스럽게 건강과 식습관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책에 수록된 50가지 약초와 산나물의 효능은 화학 약품에 의존하기보다 자연의 성질을 빌려 몸을 다스리고자 하는 노년의 건강관리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산나물을 삶아 나물무침으로 해 먹거나 떫은맛을 우려내어 차로 우려 마시는 소박한 조리법들을 읽고 있노라면, 입안 가득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자연의 향이 감도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는 ‘자연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분별한 채취나 욕심을 경계하고,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얻어 쓰며 상생해야 한다는 글귀는 자연의 이치 앞에 숙연해지게 만든다. 젊은 날의 삶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채우고 얻어내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노년의 삶은 비우고 나누며 자연과 호흡하는 과정이어야 함을 이 책은 들풀의 입을 통해 나지막이 일깨워준다.

책장을 덮고 나니 창밖의 푸른 나무와 길가의 들풀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식들을 다 키워 보내고 조용해진 집안에서, 혹은 주말에 한가로이 숲길을 거닐며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거창한 인생의 정답을 찾기보다, 우리 땅이 키워낸 소박한 풀 한 포기에서 삶의 본질과 건강한 여유를 발견하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이 조용하고 따뜻한 책을 기꺼이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