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의 끝자락에 서서 되돌아보는 삶은 고대 고전이 전하는 이야기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거친 파도와 예상치 못한 풍랑을 맞닥뜨리고, 때로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길을 잃기도 하며, 수많은 이별과 시련을 겪어내는 과정. 그것이 바로 한 인간의 일생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한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는 고대 영웅 오디세우스의 먼 귀향길을 빌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삶이 지닌 숭고한 의미를 나지막이 일깨워주는 책이다.
칠십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지난했던 하루하루가 모두 나만의 유일무이한 서사시였음을 깨닫게 된다. 가난과 결핍, 격동의 시대를 통과하며 가정을 일구고 자식들을 키워낸 세월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10년 동안 바다 위를 감내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저마다의 이타카, 즉 마음의 안식처와 삶의 목적을 찾아 거친 세파를 헤쳐왔다. 이 책은 영웅의 거창한 모험담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범인(凡人)들이 매일 겪어내는 일상의 투쟁과 견딤을 칭송하고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 몸이 옛날 같지 않고, 세상의 중심에서 한 걸음 물러나 고독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노년의 눈으로 볼 때, 오디세우스가 겪은 방황과 고뇌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요정 칼립소의 섬에서 누릴 수 있었던 불로불사의 유혹을 마다하고, 늙고 병드는 인간의 삶과 고통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그의 선택은 깊은 울림을 준다. 유한한 삶이기에 순간이 더욱 찬란하고, 고난을 극복하며 쌓아 올린 시간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늙어간다는 것은 소멸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나만의 오디세이아를 완결해 가는 숙성 과정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깊이 와 닿은 또 하나의 가치는 '연대와 환대'다. 오디세우스가 절망적인 순간마다 낯선 이들의 따뜻한 손길과 환대 덕분에 다시 노를 저을 수 있었듯, 나의 지나온 삶 역시 수많은 이들의 도움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혼자의 힘으로 이겨냈다고 믿었던 순간조차도 이웃의 묵묵한 응원과 가족의 희생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세상이 빠르게 변해갈수록, 고전이 전하는 인간 대 인간의 온기와 서로를 끌어안는 환대의 정신은 더욱 절실해진다.

젊은 시절에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항해 그 자체를 즐기지 못했다. 그러나 삶의 노을빛을 바라보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길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그리고 시련을 견뎌내며 성장한 내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모두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며 하루치 오디세이아의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다. 비록 화려한 금빛 훈장은 없을지라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삶을 살아낸 모든 이의 하루는 그 자체로 영웅적인 서사다.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는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게 만드는 책이다. 삶의 후반부를 지나는 이들에게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안도감을 선물하고, 앞으로 남은 항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어나가야 할지 정갈한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서 여전히 자신만의 항해를 이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조용한 고전의 울림이 따뜻한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