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인공지능이 결코 계산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이영환 지음 / 앵글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예약주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서재에 가만히 앉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 젊은 시절과 많이 달라졌음을 새삼 깨닫는다.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리던 청춘의 계절이 지나고, 삶의 궤적을 조용히 되돌아보는 나이가 된 까닭이다. 이영환 작가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처럼 인생의 서산낙일을 등지고 서서 지나온 길을 추스르고, 남은 여정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참으로 귀한 마중물 같은 책이다.

 

제목부터가 다소 무겁고 직설적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은 자칫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기성세대의 훈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의 첫 장을 넘기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 필자가 느낀 것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생에 걸쳐 축적된 삶의 지혜와 철학적 성찰을 담담히 풀어내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거울에 비추어 보게 만드는 따뜻하고도 준열한 대화였다.

 


70대라는 인생의 지점에서 바라본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다운 삶의 본질을 진정성 있게 짚어냈다는 점이다. 물질적 풍요나 명예, 사회적 성공 같은 덧없는 가치들이 결국 세월의 바람 앞에 얼마나 쉽게 바스러지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작가는 수많은 인문학적 통찰과 일상의 소박한 비유를 통해, 삶을 진짜 삶답게 만드는 것은 외적인 성취가 아니라 내면의 도덕적 성찰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스스로를 대면하는 진실함이라고 역설한다.

 


특히 필자의 마음을 깊이 울린 대목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비단 삶을 시작하거나 한창 달려가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일수록 이 질문은 더욱 절절(切切)해진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넘어, 남은 날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꾸어 나갈 것인가. 작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지 않고, 타인에게 짐이 되기보다 조용한 울림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일깨운다.

 


책의 문체 또한 인상적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과장된 웅변 대신, 깊은 샘에서 차올라 온 맑은 물처럼 담백하고 단정하다. 단어 하나하나에 실린 무게감은 작가가 걸어온 삶의 깊이를 그대로 증명한다. 서재의 조용한 불빛 아래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노학자의 속삭임 같기도 하고, 오랫동안 묵혀둔 장독에서 꺼낸 깊은 장맛처럼 그윽하다.

 


요즘 세상을 둘러보면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문명과 극단적인 경쟁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중년은 삶의 무게로, 그리고 우리 같은 노년은 소외감과 상실감으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곤 한다. 이러한 시대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시대를 관통하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자녀 세대에게는 삶의 지표를 제시하고, 노년의 독자에게는 스스로의 삶을 품격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용기와 위안을 준다.

 

책을 덮고 뜰 앞을 바라본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물들어 가는 단풍처럼, 인생 역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물들어 가야 함을 다시금 되새긴다. 나이 일흔에 만난 이 한 권의 책은 나에게 남아있는 날들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숙제를 안겨주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을 남기고 갈 것인가.” 그 질문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내 삶의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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