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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장미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이라는 숫자는 참 오묘하다. 인생의 칠부능선을 지나며 이제는 정상이 아니라 내려오는 길을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들 말하지만, 막상 그 나이에 도달하고 보니 세상이 정해놓은 나이테가 그리 절대적이지 않음을 느낀다. 장미킴 저자의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는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언가를 정리하고 내려놓는 마침표가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첫 문장일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돌아보면 지난 세월은 나 자신보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했던 나날들이었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시작해 누군가의 부모로, 한 가정의 가장이나 사회적 직함으로 살아온 시간은 숭고했지만 때로는 무거웠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어야 했고, 내가 무엇을 정말 좋아하는지 되물어볼 여유조차 누리지 못했다. 저자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려온 인물이다. 그러나 일흔의 문턱에서 그녀는 결연히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는 타인의 기대와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왔다면, 남은 시간은 오롯이 ‘나’라는 존재의 이름으로 살아볼 수 없는가?”

이 책이 유독 가슴 깊이 와 닿는 이유는 저자의 고백이 거창한 이론이나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삶에서 우러나온 나이테처럼 담담하고 솔직하기 때문이다. 70대는 세상에서 볼 때 늙어가는 시기일지 몰라도, 내면으로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는 때다. 사회적 의무와 기대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서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책을 펼쳐 들 여유가 생기고, 길가의 풀 한 포기와 바람의 결을 마주할 여백이 열린다.

저자는 일흔이 되어서야 시작한 자신만의 일상, 소소하지만 온전한 자아를 찾아가는 도전들을 따뜻한 필치로 그려낸다.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을 갖고 첫발을 내딛거나, 그동안 묻어두었던 자기만의 취향과 창작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모습은 나이라는 한계가 사실은 스스로 만든 벽에 불과하다는 점을 증명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단순히 쇠퇴하는 과정이 아니라, 비워낸 자리에 새로운 호기심과 지혜를 채워 넣는 성숙의 시간일 수 있다는 성찰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 같은 70대에게 커다란 용기와 위로를 준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완벽함’을 내려놓고 ‘나다움’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젊은 시절 우리는 성과와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곤 했다. 그러나 일흔의 지혜는 더 이상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준다. 서툴더라도 내가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고, 내 속도대로 하루를 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인생 후반전을 맞이한 어르신들의 에세이에 그치지 않는다. 노년의 길목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고, 나아가 언젠가 그 나이에 다다를 젊은 세대에게는 나이 듦이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훌륭한 이정표가 된다.
책을 덮으며 서재 창밖을 바라본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매년 새잎을 피워내는 나무처럼, 나 역시 오늘도 내 안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여정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진다. 일흔은 인생이라는 책의 결말이 아니다. 온전히 나 자신으로 써 내려가는 가장 아름다운 장(章)의 시작일 뿐이다. 나이라는 숫자 뒤에 숨지 않고 오늘 하루도 내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