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
데이비드 수실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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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데이비드 수실로의 <카오스의 가장자리>는 혼돈과 질서가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균형 지점, 카오스의 가장자리야말로 만물이 가장 활발하게 꿈틀거리고 창조성이 폭발하는 지대임을 과학과 통섭의 언어로 증명해 내는 책이다. 칠십 평생의 굽이굽이마다 맞닥뜨렸던 그 수많은 격랑과 혼란의 순간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돌이켜보면 인생이란 결코 매끄럽고 안정된 평지 위를 걷는 정직한 여정이 아니었다. 전쟁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가난했던 시절부터 급격한 산업화의 격동기, 그리고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득한 소외감을 안겨준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삶은 늘 질서와 혼돈의 경계선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저자는 시스템 이론과 복잡한 과학계를 바탕으로 우리를 둘러싼 자연계와 인간 사회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차분하게 설명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질서 속에서는 어떤 창의성이나 변화도 싹트지 못하고 정체되다 끝내 사멸한다. 반대로 제어할 수 없는 완전한 카오스 상태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허무로 돌아가게 만든다. 생명이 번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며, 진정한 도약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다름 아닌 그 두 세계가 접하는 아주 얇은 가장자리다.

 


젊은 날의 나는 늘 견고한 질서와 완전한 예측 가능성을 갈망했다. 내 삶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명쾌하고 확실한 궤도 위에서만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기를 바랐던 적이 있다. 불안정함은 곧 불안이었고, 혼돈은 마땅히 극복하고 제거해야 할 악으로 여겼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서서 책의 문장들을 짚어나가다 보니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내 삶을 단단하게 다져준 것은 편안하고 조용한 평화의 순간보다, 오간 데 없는 혼란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길을 찾으려 애쓰던 바로 그 가장자리의 순간들이었다.

 


책은 비단 과학적 개념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의 삶과 사회 조직, 나아가 문명의 운명으로 논의를 확장한다. 저자는 경직된 틀을 고집하다 무너진 조직과,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포용하여 번성한 문명의 사례를 대비시킨다. 이 대목은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깊은 통찰을 준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경험과 고집이라는 단단한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과정이 되기 쉽다. 지나친 질서와 정체성에 갇혀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순간, 영혼의 성장은 멈추고 고인 물처럼 썩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70대라 해서 카오스의 가장자리에서 물러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질서의 단단함과 혼돈의 위험성을 모두 겪어본 노년이야말로, 두 세계 사이에서 눈부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지혜의 아슬아슬한 적임자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에 눌려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카오스의 가장자리>는 혼란스럽고 빠른 변화에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이자 엄중한 지침서다. 세월의 무게만큼 삶의 지혜가 차오른 이들에게는 지나온 인생을 깊이 성찰하는 계기를 선물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심어준다. 삶의 불확실성에 시달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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