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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의 행복 - 오래 건강하게 산 어른들에게 배우는 삶의 기술
정세희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백 세를 산다는 것은 축복인가, 아니면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찾아오는 아득한 숙제인가. 일흔 고개를 넘어선 지금, ‘100세 시대’라는 말은 더 이상 TV 뉴스나 언론에서나 들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관절 한구석이 뻐근해지고, 친구들의 소식이 하나둘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는 나이가 되니, 삶의 남은 여정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깊어진다.
정세희, 김서원, 서지원 세 저자가 함께 쓴 <100세의 행복>은 이러한 인생의 후반전 길목에서 만난 반가운 이정표이자, 따뜻한 위로의 글이다. 이 책은 단순히 오래 사는 기술이나 노후 자금 준비 같은 현실적인 팁만을 열거하지 않는다. 대신 인생의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이 어떻게 마음의 평정을 얻고, 존엄하며 행복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지 그 근본적인 가치를 나지막이 일러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대목은 ‘행복의 정의가 나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의 행복이 성취, 상승, 획득에 있었다면, 일흔 이후의 행복은 비움과 수용, 그리고 관계의 온기에 있다. 저자들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자산으로 건강이나 경제력 못지않게 ‘내면의 힘’과 ‘소통’을 꼽는다. 치열했던 사회적 역할에서 물러나 홀로 남겨지는 시간에 지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노년의 지혜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반경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외형적인 삶의 크기가 줄어든다고 해서 영혼의 크기까지 줄어들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스스로와 화해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거창한 목표 대신 매일의 소소한 일상을 가꾸는 마음가짐, 즉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 산책길에서 만나는 계절의 변화, 가까운 이와 나누는 덤덤한 안부 속에 참된 행복이 담겨 있다는 구절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마음가짐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어르신들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던져준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노인은 사회의 짐이 아니라, 지혜의 파수꾼이자 삶의 경험을 전해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시선이 책 전반에 따뜻하게 흐르고 있다. 노년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가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온기가 어우러질 때 진정한 ‘100세의 행복’이 완성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책장을 덮으며 지나온 시간을 가만히 복기해 본다. 혈기 왕성하던 청춘도, 가족을 위해 내달리던 장년의 시간도 다 지나고 이제는 고요한 노년의 숲에 들어서 있다. 한때는 쇠락해가는 몸과 마음에 쓸쓸함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이 책을 통해 노년이란 단순히 쇠퇴하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을 완성해가는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임을 새삼 깨닫는다.
100세라는 길고 긴 여정 중, 나는 이제 막 후반부의 깊은 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남은 시간 동안 얼마나 더 오래 사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를 얼마나 단정하고 따뜻하게 살아내느냐일 것이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품어 안고, 주어진 오늘을 감사히 누릴 줄 아는 지혜. <100세의 행복>은 일흔을 넘긴 나에게 남은 삶을 향해 던지는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응원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