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만든 세계 - 통화·공급망·기술을 둘러싼 패권전쟁
유재일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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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황혼의 길목에 서서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축이 어떻게 이동해 왔는지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한민국이 눈부신 경제 성장과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 오는 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빼놓고 세계사를 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안다. 유재일의 <미국을 만든 세계>는 단순한 초강대국의 성장 역사를 나열한 책이 아니다. 오늘날 거대한 파도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거친 풍파를 겪으며 글로벌 시스템을 설계했는지, 그 뿌리와 구조를 집요하게 추적한 통찰의 기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사를 단편적인 사건의 나열이 아닌 금융, 기술, 공급망, 통화 시스템이라는 거시적 프레임으로 꿰어낸 점에 있다. 저자는 미국이 단지 운이 좋아 패권국이 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금본위제의 해체와 브레턴우즈 체제의 구축, 석유 결제 통화로서 달러가 확보한 독점적 위치, 그리고 거대 자본과 혁신적 기술이 결합하며 탄생한 글로벌 공급망 지배력까지, 미국은 명확한 게임의 법칙을 스스로 만들고 집행해 온 설계자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거대한 세계사적 톱니바퀴가 어떻게 물려 돌아갔는지 그 선명한 궤적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나처럼 삶의 칠십 고개를 넘어선 이들에게 이 책은 묘한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젊은 시절 땀 흘려 일하며 겪었던 수많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환율의 폭등, 국제 정세의 격변이 사실은 미국이 설계한 세계 금융 및 경제 프레임 내부에서 일어난 수축과 확장 과정이었음을 비로소 개안(開眼)하듯 깨닫게 된다. 미국이라는 초대형 거인이 세계의 피와 살이라 할 수 있는 돈과 자원,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고 유통했는지를 명확히 짚어주는 저자의 안목은 자못 서늘하기까지 하다.

 

저자 특유의 명쾌하고 거침없는 문체는 자칫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국제정치경제 분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복잡한 세계정세를 해박하게 풀어내던 그의 저력은 책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단지 미국 내부의 발전사만을 파헤친 것이 아니라, 유럽과 중동, 그리고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세계와의 관계성속에서 미국 패권의 실체를 해부해 냈기에 책 제목이 <미국의 역사>가 아닌 <미국을 만든 세계>가 되었을 것이다.

 

세상을 오래 살아본 늙은이의 눈으로 볼 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또 한 번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이하고 있다. ·중 갈등, 공급망의 재편, 그리고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새로운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는 우리가 지나왔던 그 어떤 시대보다 가파르고 복잡하다. 이런 시점에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던짐을 준다. 미국이 과거 어떻게 세계를 재편하며 현재의 지위에 올랐는지 그 근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파도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디로 항해해야 할지 길을 잃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주는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요, 나와 같은 노년층에게는 지나온 시대를 다각도로 반추하고 남은 미래를 통찰하게 만드는 깊은 지적 청량제가 될 만하다. 서재에 고요히 앉아 지도를 펼쳐놓고 거대한 세계사의 맥박을 짚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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