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2주 대영박물관 시간 여행 - 대영박물관에서 큐티하기
박양규 지음 / 큐리북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박양규의 <52주 대영박물관 시간 여행>은 인류가 남긴 유물을 통해 성경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책이다. 런던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유물 중 성경 말씀과 깊이 연결된 52개의 유물을 선정해, 1년 52주 동안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70대의 나이에 이르러 이 책을 펼쳐 들면 단순히 유물을 관람하는 즐거움을 넘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믿음의 본질을 다시금 묵상하는 깊은 울림을 얻게 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은 정체되어 있던 성경 읽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평생 성경을 묵상해 온 이들에게도 가끔은 텍스트가 익숙함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대영박물관이라는 유물의 바다에서 발굴해낸 구체적인 역사적 증거들을 성경의 사건들과 교차시킨다. 갈대아 우르의 유물, 아시리아의 비석, 로마의 동전 등이 눈앞에 펼쳐질 때, 성경 속 고대 도시들과 인물들은 추상적인 옛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역사적 현실로 다가온다. 이로 인해 말씀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며, 오랜 세월 쌓아온 신앙의 깊이에 지적 탐구의 기쁨이 더해진다.

책의 구조 역시 노년의 삶의 호흡과 잘 맞아떨어진다. 1년 52주에 맞춰 일주일에 한 편씩 읽을 수 있도록 분량이 나뉘어 있어, 서두르지 않고 매일 혹은 매주 일정한 시간에 차분히 읽어나가기에 적합하다. 젊은 시절의 독서가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고 성취하기 위한 경쟁이었다면, 70대의 독서는 깊이 새기고 음미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매주 하나의 유물을 매개로 관련 성경 구절을 찾아 읽고, 역사적 배경을 파악하며 묵상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풍요로운 영적 쉼을 제공한다.

특히 저자는 유물에 대한 역사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 유물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강대한 제국들이 남긴 찬란한 유물들은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권력과 부의 무상함을 증언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제국들은 사라졌으나, 그들이 남긴 유물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의 약속과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하는 도구로 남아 있다. 인생의 가을 길을 걸으며 부귀영화와 세상 권세의 허무함을 몸소 체득한 노년의 시선에서, 이러한 메시지는 더욱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의 유행과 가치는 변하지만, 진리와 영원한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금 똑똑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수록된 풍부한 컬러 사진과 정갈한 편집은 눈이 피로해지기 쉬운 연배의 독자들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마치 직접 런던 대영박물관의 한적한 전시실을 느긋하게 거닐며 정통한 도슨트의 설명을 들려 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현지 여행이 쉽지 않은 나이에 방안의 서재에서 세계적인 박물관을 유람하며 성경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은 그 자체로 삶의 커다란 활력이 된다.

<52주 대영박물관 시간 여행>은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자 하는 성도뿐만 아니라, 역사와 유물에 관심이 많은 고령층 독자 모두에게 귀한 스승이자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준다. 남은 생의 여정에서 말씀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깊은 샘물을 매주 길어 올린다면, 삶을 바라보는 안목은 한층 더 넓어지고 영혼의 고요한 평안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