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염증
김슬기 지음 / 서사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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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황혼의 길목에 서서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인간의 몸이란 참으로 직직하고 거짓이 없는 그릇이다. 칠십 평생을 살아가며 숱한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지만, 결국 나이가 들수록 가장 정직하게 신호를 보내오는 곳은 다름 아닌 내 몸이었다. 젊은 시절이야 무쇠도 씹어 먹을 듯한 기세로 밤을 새우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겼으나, 세월이 흘러 뼈 마디가 쑤시고 몸 이곳저곳에서 소리 없는 경고음이 울릴 때마다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내 몸을 채운 것들이 곧 내가 먹어온 것들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김슬기 저자의 <식탁 위의 염증>은 바로 이 엄연하고도 두려운 진실을 서늘하리만큼 냉철하게 파헤친 책이다.

 

이 책은 현대인이 매일 맞이하는 식탁이 어떻게 우리 몸 내부에서 만성 염증이라는 조용한 불꽃을 피워 올리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의학과 영양학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난해한 학술 용어 뒤에 숨기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낸다. 우리가 무심코 집어 드는 가공식품, 과도한 정제 당분, 그리고 첨가물로 가득 찬 현대의 식단이 어떻게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세포 수준의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을 들춰낼 때마다 절로 서재의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게 된다.

 

특히 삶의 칠십 고개를 넘어선 이들에게 염증이라는 단어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혈관 질환, 관절통, 그리고 현대 의학이 노화라는 이름으로 치부해버리는 수많은 만성 질환의 뿌리에 바로 이 조용한 염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급성 염증과 달리 몸속에서 은밀하게 불씨를 키워가는 만성 염증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음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약이자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인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위험을 경고하고 공포를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식습관의 작은 전환이 어떻게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되살리고 염증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지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자극적인 양념과 인공적인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식탁에서 벗어나, 자연이 준 원래의 식재료와 식이섬유, 훌륭한 지방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일러준다.

 

세상을 오래 살아본 노년의 눈으로 볼 때, 현대 사회의 풍요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빈곤한 영양 상태를 초래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정작 우리의 세포는 가공된 가짜 영양소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셈이다. 내 지난날을 돌아보아도 몸에 좋은 것보다 입에 단 것을 찾아 헤맨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건강 서적을 넘어, 나 자신의 몸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지적 경종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장차 다가올 건강의 위기를 미리 예방하는 지혜로운 나침반이 될 것이요, 나처럼 나이 든 이들에게는 남은 삶을 보다 건강하고 품위 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귀중한 지침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갈하게 차려낸 한 끼의 식사가 곧 내 몸을 살리는 거룩한 행위임을 깨닫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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