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무제표 공부하지 말고 AI에게 맡겨라 - 대한민국 대표 회계사 유흥관의
유흥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흥관 저자의 <재무제표 공부하지 말고 AI에게 맡겨라>를 읽었다. 일흔의 고개를 넘어선 나이에 이르러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미세한 거부감부터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젊은 시절 직장 생활을 하고 사업판을 기웃거릴 때만 해도,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는 일은 주식 투자를 하든 사업을 하든 무조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자 ‘공부해야 할 학문’이었다. 복잡한 수치와 낯선 회계 용어를 외우고 밤새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씨름하던 세대에게 “공부하지 말라”니, 다소 경솔한 주장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나의 생각은 고리타분한 옛 경험에 갇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회계 공부를 게을리 하라는 얄팍한 요령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적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우리가 지식을 대하는 방식과 투자 및 경영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명확하고 실용적인 언어로 짚어주는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복잡한 재무제표의 세부 항목을 외우고 분석하는 일은 이미 AI가 인간보다 수천 배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단언한다. 매출액, 영업이익, 부채비율, 당기순이익 같은 숫자의 조합 속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데이터를 추려내는 작업은 생성형 AI나 전문 회계 AI 프로그램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몇 초 만에 끝난다. 이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를 계산하는 노동이 아니라, AI가 도출해낸 결과를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질문하는 능력’과 ‘통찰력’이라는 것이다.

일흔의 눈으로 보아도 이러한 변화는 자명하다. 과거에는 정보와 지식을 얼마나 많이 머릿속에 축적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그 수많은 정보 속에서 맥락을 짚어내고 행간을 읽어내는 안목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저자는 회계 초보자나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까지도 어떻게 AI를 활용해 재무제표를 손쉽게 분석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지 단계별 프롬프트 활용법과 실전 사례를 통해 친절하게 안내한다.

특히 나처럼 나이가 든 독자에게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매우 긍정적이고 도전적이다. 이제는 낯선 회계 용어에 주눅 들거나 두꺼운 회계학 책을 들고 씨름하며 세월을 보낼 필요가 없다. 회계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AI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곁에 두고, 인생의 오랜 경륜에서 나오는 직관과 결합한다면 얼마든지 기업의 건강 상태를 간파하고 스마트한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유연한 태도와 마인드셋이라는 점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재무제표 공부하지 말고 AI에게 맡겨라>는 세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시대의 변화를 읽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의사결정을 한 단계 높여주는 도구임을 입증해주는 명쾌한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