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을 용기 - 세상이 당신의 선을 넘으려 할 때, 기꺼이 ‘지랄맞을’ 용기를 내십시오
조영훈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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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어서고 보니 세상의 소음도, 사람 사이의 복잡한 셈법도 조금씩 멀어져 간다. 젊은 날의 나는 타인의 평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사람'의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며 살았다. 가정을 지키고, 조직에 적응하고, 체면을 차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순간 나의 진심을 누르고 침묵해 왔던가. 나이가 들면 그 고단함에서 완전히 벗어날 줄 알았건만, 여전히 세상은 노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지나친 배려라는 이름으로 나의 경계를 불쑥 넘어서곤 한다. 책장에서 집어 든 조영훈의 <지랄 맞을 용기>는 바로 그 씁쓸한 답답함 끝에서 만난 뜻밖의 사이다 같은 책이었다.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때는 다소 파격적이고 거친 표현에 눈살이 살짝 찌푸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거나 도발적인 것에 그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저자가 말하는 지랄 맞음은 타인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무작정 고집을 부리는 악의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이 나의 선을 넘으려 할 때, 무조건적인 인내와 순응으로 나를 깎아내리지 않고 단단한 자기 확신으로 내 삶의 영역을 지켜내는 저항의 태도다.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이 주장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권위 앞에서도 할 말을 했던 디오게네스, 기존의 미학적 규칙을 과감히 깨뜨린 피카소, 교황의 재촉에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했던 미켈란젤로 등 위인들의 숨겨진 줏대와 저항을 조명한다. 치열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세상을 돌파하는 용기의 지침서가 되겠지만, 일흔의 길목을 지나는 내게는 지나온 시간을 복기하고 남은 날들의 품격을 다잡게 하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인류의 역사든 한 개인의 일상이든, 의미 있는 변화는 언제나 타협하지 않는 고집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책이 던지는 질문 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강하게 흔든 것은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를 잃어버리지 말라는 당부였다. 노년이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인자하고 순한 노인'으로 기억되고 싶어 본의 아니게 또다시 참는 삶을 선택하기 쉽다. 하지만 무조건 굽히고 양보하는 것이 과연 지혜로운 노년일까. 내 존재의 존엄함과 나만의 가치관을 지키는 경계선마저 허무는 배려는 자비가 아니라 자기 상실일 뿐이다. 진정한 품격은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쥐고 있을 때 나온다.

 

또한 관계의 거리를 재정의하는 대목에서는 깊은 공감이 밀려왔다. 젊은 날에는 넓은 관계와 타인의 인정을 유지하느라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깨달은 관계의 진실은 양보다 질이다. 타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애태우기보다, 때로는 미움받을 각오를 하고 나다운 삶을 바로 세우는 것이 훨씬 건강하다. 내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는 무례함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배짱,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지랄 맞을 용기의 핵심이다.

 

이 책은 남은 여정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명확한 시야를 열어준다. 남은 인생은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연극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안의 기준을 바로 세우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 세상의 억압이나 불합리한 요구 앞에서는 기꺼이 단단한 고집을 피울 줄 아는 당당함이야말로, 세월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정갈한 지혜다.

 

젊은이들에게 이 책이 부당한 세상과 맞서 싸울 무기라면, 70대의 나에게는 걸어온 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남은 날들을 온전히 나답게살아가게 하는 등대다. 세상이 말하는 유순함의 틀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나만의 속도와 정직한 줏대로 하루하루를 가꾸어 나가는 것.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내 남은 생의 이정표를 그렇게 다짐했다. 한 번뿐인 인생, 남은 날들은 무례한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고 더없이 당당하고 깊이 있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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