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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영수증 - 슈퍼리치 전문 세무사가 1,000만 건의 데이터에서 분석한 억만장자들의 돈 사용법
모리타 다카코 지음, 지소연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에 끌려 손에 쥐었지만, 처음에는 ‘칠십에 무슨 부자 타령인가’ 싶었다. 평생 앞만 보고 달려와 이제 삶을 정리하고 정돈할 나이에 부자의 영수증이라니, 그저 흔한 재테크 책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모리타 다카코의 <부자의 영수증>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건넸다. 이 책은 돈을 모으는 법이나 주식 투자 요령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아니었다. 우리가 매일 주고받는 한 장의 ‘영수증’ 속에 담긴 삶의 태도와 철학, 그리고 인간관계의 깊이를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깊은 통찰의 책이었다.
저자는 진짜 부자와 가짜 부자를 가르는 기준이 단순히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진정한 부자는 돈을 쓸 때 그 돈이 어디로 가고, 누구에게 가치 있게 쓰이며, 어떤 마음으로 전달되는지를 명확히 안다. 즉, 그들이 끊임없이 받아드는 영수증은 단순한 지출의 기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가꾸어 왔는지 보여주는 성찰의 자국이라는 뜻이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지나온 나의 수많은 영수증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칠십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참 많은 돈을 쓰고 살아왔다. 자식들 키우고 공부시키는 데 들어간 영수증, 가정을 일구느라 밤낮없이 흘린 땀방울이 담긴 영수증, 그리고 때로는 헛된 욕심이나 허세를 부리느라 허비했던 영수증까지. 젊은 날의 나는 영수증에 적힌 금액에만 연연해하며 살았다. 더 아껴야 한다는 조바심, 남들보다 더 벌어야 한다는 집착 속에서 영수증은 늘 가슴을 조이게 만드는 숙제 같았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부자들의 영수증 사용법을 읽으며 비로소 돈의 참된 온기를 깨닫는다. 진짜 부자는 타인을 대할 때,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의 미래와 마음의 평화를 위해 돈을 쓸 때 결코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영수증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감사와 인연의 증표’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고, 소중한 사람의 기쁨을 위해 마음을 담아 건네는 돈은 지출이 아니라 행복의 저장이다. 나이가 들수록 품격 있는 삶이란 결국 무엇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내 손을 떠나간 것들이 세상에 어떤 온기를 남겼느냐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가치 있는 곳에 돈을 쓸 줄 아는 안목과 절제의 균형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 남을 의식해서 쥐어짜내는 지출은 아무리 큰 금액이라 한들 삶을 빈곤하게 만들 뿐이다. 반면 작더라도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지출은 삶을 한없이 풍성하게 한다. 노년에 이르러 진짜 필요한 것은 통장의 거액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은 ‘마음의 영수증’들이라는 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책은 칠십의 나이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지혜를 준다. 남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 나 역시 어떠한 영수증을 남길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이제는 내 삶의 영수증에 차가운 숫자 대신 따뜻한 감사와 온정, 그리고 배려의 흔적을 채워 넣고 싶다. 자식들에게, 그리고 이웃들에게 ‘참 잘 살았다’는 고백이 담긴 마음의 영수증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야말로 인생 후반부에 완성해야 할 진짜 부자의 모습이 아닐까.
삶의 가치와 돈의 참된 의미를 놓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리고 지나온 삶을 차분히 정리하며 품격 있는 노년을 준비하고자 하는 동년배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단순히 재산을 관리하는 기술을 넘어, 내 삶의 궤적을 아름답게 가꾸는 법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