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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쓰기로 했습니다
신은정 지음 / 행복우물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수없이 많은 글을 접했다. 학창 시절의 숙제부터 시작해 사회생활을 하며 써 내려간 보고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나 메모에 이르기까지 내 손을 거쳐 간 문장들은 이루 다 세기 어렵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수많은 글 가운데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쓴 글이 과연 몇이나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 소임을 다하기 위한 글, 혹은 타인의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꾸며낸 문장들이 대부분이었다. 신은정의 <나답게 쓰기로 했습니다>는 이처럼 한 평생 타인의 시선과 역할에 매여 살아온 이들에게, 이제는 오롯이 자신만의 언어를 찾으라고 나지막이 권하는 책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거창한 문학적 창작이나 작가들의 전유물로 여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는 거창한 사상이나 화려한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작업이 아니다. 그저 하루의 찰나에서 느껴지는 작은 감정, 오랜 세월 묻어두었던 기억의 조각, 그리고 남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내면의 진솔한 고백을 담담히 기록하는 일이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곧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세파를 견뎌온 늙은 독자의 마음을 깊게 울린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은 겉으로 보기에 정적으로 변하지만, 내면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감정의 파도가 친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아쉬움, 지나간 인연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에 대한 불안이나 담담함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감정들을 그저 마음속에 흘려보내거나 억누르기만 한다면 마음은 이내 케케묵은 먼지로 가득 차게 된다. 저자는 바로 그 순간 펜을 들라고 이야기한다. 잘 쓰려고 애쓰지 않고, 남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직 ‘나답게’ 써 내려가는 문장이야말로 내면의 먼지를 털어내는 가장 좋은 솔빗이 되어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타인의 기대나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문장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흔히 ‘나이답게’ 행동하고 ‘노인다운’ 말과 글을 써야 한다는 무형의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저자는 ‘남이 바라는 나’를 내려놓고 ‘는 그대로의 나’ 글로 담아낼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고 강조한다. 어설픈 글이라도 내 손으로 직접 적어 내려간 문장 속에는 내가 걸어온 고유한 삶의 궤적과 혼이 담겨 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온 나날이 길었을수록, ‘답게 쓰는’행위는 더욱 절실하고 값진 해방감을 선사한다.

책에 담긴 저자의 다정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역시 지나온 삶의 한 장면을 글로 옮겨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어린 시절 누볐던 고향 마을의 흙길, 한창 일터와 가정에서 고군분투하던 시절의 애환, 그리고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산책을 즐기는 현재의 평온함까지. 이 모든 기억과 일상이 글쓰기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내가 살아온 시간을 긍정하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장 솔직한 방식이다.
<나답게 쓰기로 했습니다>는 문장론이나 수사학을 가르쳐주는 기교서가 아니다. 대신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다정한 마중물이다. 남은 생을 타인의 눈에 비친 모습이 아닌, 온전히 나만의 결을 가진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세월의 무게만큼 쌓인 마음속 이야기들을 소중히 꺼내어 따뜻한 글로 엮어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특히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내고 자신만의 진정한 언어를 찾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